[텐아시아=한혜리 기자]
10. ‘기억’의 촬영장은 어땠나.
이기우 : 드라마 톤이 무거웠던 것에 비해 촬영 현장은 무척 밝았다. 마치 시트콤 현장 같았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여운이 더 짙게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D님을 비롯해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가 만나기 힘든 좋은 사람들이었다. 10년 동안 해온 작품 중에 단연 베스트 오브 베스트 현장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이었다. 그만큼 화목하고 좋았다.10. 리더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지는 법이다. 박찬홍 PD가 이끄는 현장은 어땠는가.
이기우 : 박찬홍 PD님은 한 마디로 좋은 리더다. 단역 배우, 스태프들 한 명, 한 명 지나치시질 않는다. 일일이 소개해주시고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신다. 사실 이게 실제 현장에선 굉장히 힘든 일이다.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에선 많은 것들이 생략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박찬홍 PD님은 달랐다. 사람에 대한 도리나 유대관계를 중요시하시는 편이었다. 그런 걸 보면서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다.
10. 배우 중의 리더는 이성민이 아니었나.
이기우 : 그렇다. 배우 중에는 이성민 선배가 가장 리더였다.
10. 이성민은 어떤 선배이자 리더였나.
이기우 : 예전에 MBC ‘미스코리아’라는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이번 ‘기억’을 통해 그때보다 더 가까이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괜히 ‘갓성민’이 아니 구나를 느꼈다. 아직도 철저히 준비하시고 치열하게 임하신다. 변호사 역할로 그 많은 대사를 외우시면서도 카메라 밖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시기도 하고. 바쁜 현장에서 이런 태도를 꾸준히 지키고 계시다는 게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기우 : 맞다, 연기하는 데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어려운 걸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매회 대본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은 정말 드물다. 내가 생각한 연기나, 스토리 풀이를 PD님께 보여드리는 재미가 있었지. 흔쾌히 동의해주실 땐 학교 선생님께 숙제를 잘해 와서 칭찬받는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성취감이 있는 작품이었다. PD님이 경쾌하게 ‘오케이’를 외쳐주실 땐 정말 기분이 최고였다.(웃음)
10. 특별히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나.
이기우 : 되도록 모든 장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해갔었다. 이해가 안 됐던 부분들은 사전에 PD님과 충분한 논의를 나눴지.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웠던 현장이었다. PD님도 배우들 의견을 많이 반영주시고, 서로 배려를 많이 했었다.10. 유독 명대사가 많은 드라마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
이기우 : 박태석 변호사의 아들인 정우(남다름)가 “희망은 아름다운 거예요. 아름다운 건 사라지지 않아요.” 영화 ‘쇼생크탈출’의 명대사이기도 한 이 대사가 잊히지 않더라. 대사를 하는 정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대견했다.
10. 본인의 대사 중에서는?
이기우 : 음, 내 대사 중에는 죄다 나쁜 말밖에 없어서. 하하. 1회 때 신영진이 박태석 변호사한테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하려면 동그란 거 가지고 하는 거 잘하셔야 할 텐데”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신영진은 그야말로 자기 힘으로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임을 잘 보여준 대사였다. 이 대사 속에 신영진의 세계관이 그대로 녹아있어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10. 본인의 대답을 들어보면 작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었던 만큼 애정이 가득 깃들어있다. ‘기억’은 이기우에게 있어 그만큼 특별한 작품이겠지.
이기우 : 그렇지, 신영진이 특별한 만큼 ‘기억’이란 작품 자체도 나에게 굉장히 특별하다. 사랑이 넘쳤던 드라마였다. 현장에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특히 ‘기억’은 함께 만들어갔던 사람들이 진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이기우 : 장르를 가리진 않는다. 그저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때로는 큰 키가 제약이 될 때도 있었다. 사극도 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키의 제약을 받는다. 상대 배우 밸런스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악역이든 동네바보든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10. 그런 의미에서 신영진이란 캐릭터는 꽤 반가웠을 것 같다.
이기우 : 악역은 20대 후반인 6-7년 전부터 되게 하고 싶었다. 사실 내 얼굴이 강한 인상은 아니어서 그런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더라.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순한 얼굴 속에 숨겨진 악한 본성이 드러날 때가 더 무서운 법이잖아. 그걸 표현할 수 있었던 기회가 바로 ‘기억’ 신영진이었다.10. 악역을 도전함으로써 이기우의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마친 기분이 어떤가.
이기우 : 나 역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기분이다. 등하교 때 정해진 길로만 다니다 새로운 샛길을 발견하면 괜히 재밌고 신나잖아. 그거랑 비슷하다. 새로운 골목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있다. 앞으로도 난 쭉 새로운 골목을 찾고 있을 것 같다.
10.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데뷔해서 벌써 13년 차 배우가 됐다. 돌아보면 어떤가.
이기우 : 벌써 이렇게 됐구나 싶다. 하하. 과연 내가 10년 넘게 일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부모님도 생각 못 하셨을 거다. 태권도 학원도 두 달 다니다 말던 애였으니까. 지금까지 버틴 걸 보면 새삼 대견하기도 하다. 더 무언가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특히 ‘기억’을 통해 새로운 걸 경험하고, 좋은 분들을 만나 영향을 받다 보니 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빨리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다. 쉬고 싶지 않다.
10.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었던 주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기우 : 가족이다. 부모님께서 내가 TV에 나올 때마다 좋아해 주신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효도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부모님께 선물을 해드리는 기분이다. 내 작품을 재밌게 봐주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너무 즐겁다. 끝까지 날 믿어주시는 부모님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작품을 해야 할 것 같다.
10. 앞으로는 어떤 배우로 사람들 기억에 남고 싶은가.
이기우 : 지금까지 나의 대표작을 꼽자면 데뷔작인 영화 ‘클래식’이었다. 물론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셨다는 의미겠지만, 그만큼 내가 그 이후에 인상적인 작품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제2의 ‘클래식’, 제3의 ‘클래식’을 만들어 가고 싶다. ‘기억’이 시작인 것 같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은 배우, 장면 장면이 남아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배우 이기우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장소=루이비스
배우 이기우를 기억하는 키워드는 단순하다. 큰 키의 훤칠한 외모, 영화 ‘클래식’ 등. 이기우 역시 자신의 대표작으로 ‘클래식’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기우는 지금의 이미지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원했다.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전하길 원했고, 더 많은 색깔을 입길 바랐던 것이다. 그 시작은 tvN ‘기억’의 신영진(이기우)이었다. 이기우는 악랄한 재벌 3세의 역할로 변신해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선한 인상을 지우고 서늘한 눈빛을 뿜어내며 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을 선보였다. 이기우는 그렇게 자신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새겨나갔다.10. ‘기억’의 촬영장은 어땠나.
이기우 : 드라마 톤이 무거웠던 것에 비해 촬영 현장은 무척 밝았다. 마치 시트콤 현장 같았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여운이 더 짙게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D님을 비롯해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가 만나기 힘든 좋은 사람들이었다. 10년 동안 해온 작품 중에 단연 베스트 오브 베스트 현장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이었다. 그만큼 화목하고 좋았다.10. 리더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지는 법이다. 박찬홍 PD가 이끄는 현장은 어땠는가.
이기우 : 박찬홍 PD님은 한 마디로 좋은 리더다. 단역 배우, 스태프들 한 명, 한 명 지나치시질 않는다. 일일이 소개해주시고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신다. 사실 이게 실제 현장에선 굉장히 힘든 일이다.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에선 많은 것들이 생략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박찬홍 PD님은 달랐다. 사람에 대한 도리나 유대관계를 중요시하시는 편이었다. 그런 걸 보면서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다.
10. 배우 중의 리더는 이성민이 아니었나.
이기우 : 그렇다. 배우 중에는 이성민 선배가 가장 리더였다.
10. 이성민은 어떤 선배이자 리더였나.
이기우 : 예전에 MBC ‘미스코리아’라는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이번 ‘기억’을 통해 그때보다 더 가까이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괜히 ‘갓성민’이 아니 구나를 느꼈다. 아직도 철저히 준비하시고 치열하게 임하신다. 변호사 역할로 그 많은 대사를 외우시면서도 카메라 밖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시기도 하고. 바쁜 현장에서 이런 태도를 꾸준히 지키고 계시다는 게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 이기우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기억’은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보는 입장에서도 생각할 게 많았던 드라마였지.이기우 : 맞다, 연기하는 데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어려운 걸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매회 대본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은 정말 드물다. 내가 생각한 연기나, 스토리 풀이를 PD님께 보여드리는 재미가 있었지. 흔쾌히 동의해주실 땐 학교 선생님께 숙제를 잘해 와서 칭찬받는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성취감이 있는 작품이었다. PD님이 경쾌하게 ‘오케이’를 외쳐주실 땐 정말 기분이 최고였다.(웃음)
10. 특별히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나.
이기우 : 되도록 모든 장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해갔었다. 이해가 안 됐던 부분들은 사전에 PD님과 충분한 논의를 나눴지.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웠던 현장이었다. PD님도 배우들 의견을 많이 반영주시고, 서로 배려를 많이 했었다.10. 유독 명대사가 많은 드라마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
이기우 : 박태석 변호사의 아들인 정우(남다름)가 “희망은 아름다운 거예요. 아름다운 건 사라지지 않아요.” 영화 ‘쇼생크탈출’의 명대사이기도 한 이 대사가 잊히지 않더라. 대사를 하는 정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대견했다.
10. 본인의 대사 중에서는?
이기우 : 음, 내 대사 중에는 죄다 나쁜 말밖에 없어서. 하하. 1회 때 신영진이 박태석 변호사한테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하려면 동그란 거 가지고 하는 거 잘하셔야 할 텐데”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신영진은 그야말로 자기 힘으로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임을 잘 보여준 대사였다. 이 대사 속에 신영진의 세계관이 그대로 녹아있어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10. 본인의 대답을 들어보면 작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었던 만큼 애정이 가득 깃들어있다. ‘기억’은 이기우에게 있어 그만큼 특별한 작품이겠지.
이기우 : 그렇지, 신영진이 특별한 만큼 ‘기억’이란 작품 자체도 나에게 굉장히 특별하다. 사랑이 넘쳤던 드라마였다. 현장에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특히 ‘기억’은 함께 만들어갔던 사람들이 진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배우 이기우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그간의 작품들을 보면 제대로 된 로맨스는 찾기 힘들다. 작품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인가.이기우 : 장르를 가리진 않는다. 그저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때로는 큰 키가 제약이 될 때도 있었다. 사극도 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키의 제약을 받는다. 상대 배우 밸런스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악역이든 동네바보든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10. 그런 의미에서 신영진이란 캐릭터는 꽤 반가웠을 것 같다.
이기우 : 악역은 20대 후반인 6-7년 전부터 되게 하고 싶었다. 사실 내 얼굴이 강한 인상은 아니어서 그런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더라.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순한 얼굴 속에 숨겨진 악한 본성이 드러날 때가 더 무서운 법이잖아. 그걸 표현할 수 있었던 기회가 바로 ‘기억’ 신영진이었다.10. 악역을 도전함으로써 이기우의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마친 기분이 어떤가.
이기우 : 나 역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기분이다. 등하교 때 정해진 길로만 다니다 새로운 샛길을 발견하면 괜히 재밌고 신나잖아. 그거랑 비슷하다. 새로운 골목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있다. 앞으로도 난 쭉 새로운 골목을 찾고 있을 것 같다.
10.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데뷔해서 벌써 13년 차 배우가 됐다. 돌아보면 어떤가.
이기우 : 벌써 이렇게 됐구나 싶다. 하하. 과연 내가 10년 넘게 일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부모님도 생각 못 하셨을 거다. 태권도 학원도 두 달 다니다 말던 애였으니까. 지금까지 버틴 걸 보면 새삼 대견하기도 하다. 더 무언가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특히 ‘기억’을 통해 새로운 걸 경험하고, 좋은 분들을 만나 영향을 받다 보니 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빨리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다. 쉬고 싶지 않다.
10.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었던 주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기우 : 가족이다. 부모님께서 내가 TV에 나올 때마다 좋아해 주신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효도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부모님께 선물을 해드리는 기분이다. 내 작품을 재밌게 봐주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너무 즐겁다. 끝까지 날 믿어주시는 부모님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작품을 해야 할 것 같다.
10. 앞으로는 어떤 배우로 사람들 기억에 남고 싶은가.
이기우 : 지금까지 나의 대표작을 꼽자면 데뷔작인 영화 ‘클래식’이었다. 물론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셨다는 의미겠지만, 그만큼 내가 그 이후에 인상적인 작품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제2의 ‘클래식’, 제3의 ‘클래식’을 만들어 가고 싶다. ‘기억’이 시작인 것 같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은 배우, 장면 장면이 남아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