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곡성’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인터뷰①에서 계속

10. ‘곡성’으로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어요.
천우희: 분명 외국에서 좋아할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감독님한테도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한국에서만 보기에 아깝다”고 그랬어요. 해외에서도 분명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있거든요. 많은 영화 중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곡성’이 선택을 받아 기쁘고 설레요. 외국 영화제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이번에 가서 많이 자극받고 여러 경험을 하고 싶어요. 얼른 칸으로 가고 싶네요. (웃음)10. 칸에서 해보고 싶은 것 있나요?
천우희: 일정에 대해서 전혀 들은 게 없어요. 주변에 물어봐도 다 밤에 술 마셨던 얘기만 해주네요. (웃음) 뭘 하게 될지는 칸에 가 봐야 알 것 같아요.

10. 부문은 다르긴 하지만 ‘아가씨’도 같이 칸에 가요.
천우희: 한국 영화가 주목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에요. 저도 칸에 가는 다른 한국 영화들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앞으로도 이번처럼 한국 영화가 많이 영화제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국 안에서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우리 영화가 영향력을 미치면 좋잖아요.

10. ‘곡성’에서도 그렇고 천우희는 절대 쉬운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천우희: 꼭 어려운 역할을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가끔 스스로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고 있나 이러는 걸요. (웃음) 한편으로는 내가 그만큼 할 수 있으니까 이런 역할이 오는 거로 생각해요. 결국 제가 선택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힘들어도 이게 다 나한테 영양분이 될 거라고 믿어요. 차기작 ‘마이엔젤’에서도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곡성’만 할까요. (웃음) 밝은 모습도 조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즈를 취하는 천우희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한공주’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그 이후 행보를 보면, 단독으로 극을 끌고 나가기보다 여러 배우와 힘을 합쳐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품들을 많이 했더라고요.
천우희: ‘난 주연이야’라고 욕심을 부렸다면 충분히 주연으로 돋보일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만약 내가 단독 주연을 한다면 그만큼 내가 책임도 져야 하는 거고, 또 영화의 완성도라던가, 영화의 느낌과 정서도 중요하고요. 주연 욕심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주연에 초점을 맞추면 순수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제가 재미있는 작품에 출연한 거예요. 내가 재미있어야 그만큼 관객들도 흥미가 생기고, 영화가 잘 나오는 거니까요.

10. ‘한공주’로 상도 많이 받았잖아요. ‘곡성’으로 상 받을 수 있을까요?
천우희: 상은 부수적인 것 같아요. 연기하는 데 있어서 “잘했다”는 칭찬과 격려 같은 거죠. 순수하게 연기가 좋아서,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대중의 사랑받는 건 기쁜 일이잖아요. 상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제가 상에 욕심을 부렸다면 충분히 상 받을 만한 영화들만 골랐겠죠.10. 저번에 V앱으로 방송된 무비토크를 보니까 성대모사를 굉장히 잘하던데요? 혹시 예능에 출연해 볼 생각은 없나요?
천우희: 예능에 출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요. 예능에선 저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드러나잖아요. 그걸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기회가 된다면 예능에 한번 출연해보고 싶어요. 먹는 걸 좋아해서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먹방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싶고, 또 ‘런닝맨’처럼 직접 몸을 쓰는 예능도 나가보고 싶고요.

10. 천우희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 배우인가요?
천우희: 작품마다 목표가 달라요. 시나리오의 분위기, 현장 분위기 특히, 연출의 성향을 많이 봐요.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를 하려는 거예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0. 영화에서만 천우희를 만나기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드라마 출연 계획은 없나요?
천우희: 하고 싶은 의향은 있죠. 밝은 연기도 해보고 싶고, 재미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제 필모그래피나 작품 속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 어려울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요, 제가 코미디 연기를 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세요. 결국 제가 하기 나름일 것 같아요.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이 “나 이런 거 하고 싶어”라고 말한다고 그런 작품이 오진 않잖아요.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바로 잡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으려고요.
영화 ‘곡성’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대화하면 할수록 천우희는 참 연기 욕심이 많은 배우라는 게 느껴져요.
천우희: 한계를 짓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인간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력하는 사람에게 복이 오고, 운이 따라온다는 생각을 하는데, 멈춰있는 것보다 성장하고 싶으니까 연기 욕심은 항상 생기죠. 좋은 작품, 좋은 현장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기 욕심이 생겨나요. 제가 연기로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완벽함을 추구해야 또 배우로서 발전이 있을 것 같거든요.

10. 소처럼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천우희: ‘곡성’은 2014년에 찍은 영화고요, 이어서 ‘해어화’를 찍었어요. ‘곡성’ 6개월, ‘해어화’ 10개월 촬영하니까 2년이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그런데 이 두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고, 또 차기작을 지금 촬영하고 있다 보니까 마치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거예요, 저 나름 쉬기도 했는데. (웃음) 사실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한정적인데 계속해서 일할 기회가 주어지고,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계속 생기는 것에 감사해요.10. 여배우가 전면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가 많이 없어요.
천우희: 맞아요. 하지만 전 ‘쌍방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역할을 제안받으면 겁이 나는 부분도 있고,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어요. 여배우로서 도전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주저하게 되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영화 속 여성 캐릭터가 소모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정도 캐릭터면 됐다’고 생각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언젠가 그렇지 않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건지 결정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 문제는 여배우도, 제작사도, 연출도, 배급도 서로서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배우는 연기적으로도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을 때는 보여줘야 하겠죠.

10. ‘과감하게 보여준다’는 말의 의미는 뭔가요?
천우희: 이번에 주변 사람들이 ‘곡성’ 포스터를 보고 저한테 “얼굴이 너무 안 예쁘게 나온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제 지인들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전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멋있잖아요. 대중들은 여배우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좋은 모습들을 원하고, 배우는 그 편견을 깨고 싶으면서도 유지를 해야만 하는 숙명이 있고. 그러다 보니 항상 작품을 고를 때마다 주저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 거예요. 저는 배우라면 그런 걸 겁내지 않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오롯이 극 중의 인물로 느껴질 수만 있다면 충분히 멋있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고 믿어요.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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