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2013년 tvN ‘꽃보다 할배’ 출연 이후 배우 이서진보다 예능인 이서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MBC ‘결혼계약’(극본 정유경, 연출 김진민)에 출연하는 배우 이서진을 낯설게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결혼계약’에는 ‘투덜이’ 이서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싱글맘 강혜수(유이)를 애절하게 사랑하는 한지훈(이서진)이 있었다.

이서진은 17년 동안 내공을 쌓아온 실력 있는 배우였다. 어떻게 하면 작품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제안했고, 자신의 예능 캐릭터와 맡은 역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했다. 작가와 PD, 상대 배우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이서진의 겉모습은 무심해 보여도 그 안에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진심이 있었다. 그러한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17년 동안 이서진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10. 어느덧 40대 중반이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20~30대 남자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는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의 부담감은 없는가?
이서진: ‘결혼계약’의 한지훈도 어린 나이가 아니었다. 20대처럼 표현을 많이 해야 하는 멜로도 아니었고. 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고, 내 나이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고 있다.

10. 유이는 그 나이에 경험해보지 못한 싱글맘 연기를 했었다. 꼭 싱글이 아니더라도 이서진이 경험해본 적 없는 아버지 역할을 제안받는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는가?
이서진: 안하고 싶다. 이번에 KBS2 ‘어서옵SHOW’에서 안정환과 녹화를 해보고 알게 된 것이 있다. 난 여자 애들만 예뻐한다. 남자 애들은 별로다. 말을 너무 안 들어서 같이 말을 섞고 싶지 않더라. (웃음) 그런데 안정환이 하는 걸 보니 경험을 무시못한다. 아빠는 다르더라. 안정환을 보면서 아빠 연기를 하자고 하면 그냥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애 없는 티만 날 것 같다. 연기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크다. 이번에 유이와 은성이(신린아) 연기를 김진민 PD가 지도를 하는 걸 보는데, 유이한테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걸 요구하더라. 확실히 애 아빠는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아빠 연기는 아이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10. ‘결혼계약’ 마지막 촬영 때 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웃음)
이서진: 마지막 촬영이 춤추면서 눈물을 흘리는 신이었다. 감정상 울 수밖에 없는 신이라 울면서 촬영이 끝났다. 그런데 그동안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쉬려고 일찍 세트장을 나선 것이 유이가 보기에는 꼭 울면서 나간 것처럼 된 거다. 난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절대 울지 않았다. (웃음)10. 슬픈 신을 찍을 때 어려운 점은 뭔가?
이서진: 아무래도 집중력이 많이 필요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집중력도 떨어지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신들이 되게 많아서 체력 관리하는 것이 힘들었다.

10. 진짜 눈물을 잘 흘리더라.
이서진: 평소에 안 울어서 그런 것 같다. (웃음) 눈물이 많이 쌓였나보다.

배우 이서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멱살 키스’가 화제였다.
이서진: 실제 촬영장에서 유이 멱살을 자주 잡았다. 워낙 어리고 귀여운 동생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도 멱살 잡고 ‘너 밥 먹었어?’라고 많이 물어봤다. 유이는 처음부터 감정신이 많아서, 촬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말라가는 게 보였다. 그런데 촬영 전에 계속 은성이랑 활발하게 놀고 그러니까 에너지 좀 아끼라면서 멱살을 좀 잡았다.

그리고 나서 키스신을 찍는데, PD가 기본적인 동선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그러는 거다. 키스신이야 워낙 다른 드라마에서도 많으니까, 좀 특별하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평소에 내가 유이 멱살을 잡으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귀엽다고 생각해서 멱살을 잡아당겨 키스를 하기로 했다. 계속 멱살 잡고 키스하면 이상하니까 중간에 한 번 놓고 다시 키스를 하는 그런 동선을 짰다.

10. 유이가 연애하는 건 알고 있었나?
이서진: 기사보고 알았다. 그 기사를 보고 인터뷰 질문이 반으로 줄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촬영장에서도 말로 정확히 표현은 못해도 혹시 얘가 남자친구가 있는 건 아닐까 느낌은 들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진짜 있었고, 상대가 누군지는 전혀 몰랐다.10. 김광규가 라디오에서 “이서진은 결혼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서진: 몇 년 사이 너무 바빠서 ‘결혼할 틈이 없다’고 말했었다. 일 때문에 힘드니까 집에 가서 혼자 있는 것이 좋다고 그랬다. 그런데 광규 형은 아픈 곳이 많아서 누가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제도 허리 아프다고 집에 누워있더라. (웃음) 광규 형은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반대로 나는 눈 뜨면 집에서 나온다. 광규 형한테 형도 나가서 운동하라고 그러면 허리 아프다고 그러면서 ‘넌 결혼 생각이 없구나’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다.

10. 결혼 생각이 있긴 있는 건가?
이서진: 피곤하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하는데, 평상시 일이 없을 땐 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점점 누굴 만날 기회도 적어졌다. 30대 후반에는 결혼 적령기에 있다는 생각을 좀 했었는데, 지금은 그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어서 그렇게 애절하지 않다. (웃음) 40대에 접어드니 인생을 또 한 번 새롭게 사는 느낌이다.

10. 집밖으로 나가면 어떤 걸 하는가?
이서진: 운동하러 간다.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을 한다. 땀을 흠뻑 흘리고 하루를 시작하면 기분이 좋다. 광규 형은 몇 번 따라다니다가 나 때문에 몸살 났다고 하더라. (웃음)10. 이서진하면 ‘차가운 도시 남자’ 느낌이 강하다. 전형적인 ‘뉴요커’ 이미지도 있고.
이서진: 뉴요커는 진짜 뉴욕에 좀 살았다. (웃음) 사람들이 왜 날 차갑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난 말로 뭔가를 표현하는 것을 싫어한다. 친한 사람일수록 더 표현을 안 하고, 말도 괜히 더 심하게 한다. 남자들은 친한 사이끼리 그렇게 한다. 그런 모습들이 차가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난 솔직한 편이고, 가식적인 것 싫어한다. 예를 들어 내가 선물을 사줘도 내 앞에서 엄청 감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걸 잘 고맙게 잘 사용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

10. 이서진의 이상형이 궁금하다. 왠지 옆에서 직언을 해주는 여자 스타일이 어울릴 것 같다.
이서진: 글쎄, 나도 직언하는 스타일인데 그럼 싸우지 않을까? (웃음) 난 무조건 밝은 사람이 좋다. 워낙 진지한 걸 안 좋아해서, 밝고 유쾌한 사람이 좋다. 꼭 연하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어리면 어린대로 귀여울 수 있는 거고, 많으면 많은 대로 친구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짐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