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가수 윤도현이 록과 아이돌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SBS 음악 예능프로그램 ‘신의 목소리’를 통해서다.

‘보컬 전쟁 : 신의 목소리)’는 지난 2월 파일럿 형태로 첫 선을 보인 방송으로, 아마추어 실력자들과 프로 가수들의 노래 경연을 그린다. 재밌는 것은 프로 가수들에게 주어지는 핸디캡. 가수들은 아마추어 도전자가 꼽은 ‘가장 안 어울리는 노래’로 무대를 꾸며야 한다. 선곡부터 경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 편곡은커녕 가사 숙지조차 어려운 시간이다.윤도현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하드캐리’하는 인물 중 하나다. 노래는 물론, 웃음까지 담당하고 있다. 파일럿 방송 당시 프로 가수들 중 유일하게 패해 충격을 안긴 데 이어, 첫 방송 이후 줄곧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며 예능 캐릭터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노래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다. 파일럿 방송에서 선보인 아이유의 ‘너랑 나’는 방송 이후 누리꾼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네이버 TV캐스트에 개제된 무대 영상은 21일 기준 3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는 공개된 무대 영상 중 세 번째로 높은 순위이다.

‘너랑 나’ 무대의 여파일까. 정규 편성 후에도 윤도현에겐 아이돌 노래가 빗발쳤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연일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첫 방송 당시 선보인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Heart Breaker)’와 지난 20일 방송분에서 공개한 트와이스 ‘우아하게(OHH-AHH하게)’ 무대로 제대로 설욕전을 펼쳤다.

“(신청곡으로) 아이돌 노래를 많이 보내주셨더라고요. ‘윤도현이 이 곡 부르면 고소하겠다’ 말고 ‘윤도현이 이 곡 부르면 좋겠다’는 곡을 보내주십시오. 저도 좀 편하고 싶습니다.” 윤도현은 앓는 소리를 했지만, 그의 무대는 실상 ‘아이돌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한 보컬과 폭 넓은 음역대가 강점. 윤도현은 매 무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윤도현이 이 곡 부르면 좋겠다’는 노래, 너무 많아 문제다. 억울해도 어쩌겠는가.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탓할 수밖에. 록이나 발라드, 포크 송도 좋지만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윤도현의 모습은, 상상이 불가하기에 더욱 짜릿한 재미를 안긴다. 그의 다음번 활약에도 무한한 기대를 보낸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SBS ‘보컬전쟁 : 신의 목소리’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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