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아이돌에게 있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성공을 위한 필수 관문이다.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없는 반전 매력을 리얼리티로 표현할 수 있다. 때문에 잘 만든 리얼리티 하나가 팬덤 양성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에 많은 소속사들이 리얼리티 제작에 힘을 쓴다. 케이블 방송 중에는 MBC에브리원 ‘쇼타임’, MBC뮤직 ‘어느 멋진 날’ 등 시리즈로 정착한 리얼리티도 생겨났다.

그러나 방송사의 한정된 시간과 기회 대신 자체제작 리얼리티로 틈새 시장을 공략한 소속사의 ‘자체제작 리얼리티’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포털사이트의 거대화, 스마트폰 보급 등 인터넷 시장의 변화에 맞물려 자체제작 리얼리티는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봇물 터지는 리얼리티 속 자체제작 리얼리티는 어떻게 진화해 왔고, 어떤 효과를 지녔을까.초기 자체제작 리얼리티는 뮤직비디오나 재킷 촬영 현장 등 메이킹 영상과 안무 영상이 주를 이뤘다. 별다른 편집의 과정 없이 통으로 촬영해 영상을 게재하는 기본적인 형태였다. 점차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에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체제작 리얼리티도 단순 메이킹이 아닌 예능프로그램화 되고 있다. ‘빅스TV’, ‘비투비 더비트’, ‘나뮤캐스트’ 등 모두 팬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팬 유입을 이끌어낸 리얼리티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스낵컬처(5~15분의 짧은 시간에 즐길수 있는 문화 콘텐츠)형태, 아프리카TV, V라이브 등 생중계 프로그램 활용도 보편화되고 있다. 유동적인 자체 제작 체제가 환경 변화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 진화하고 있는 것. 네이버 V앱에서 깜짝 펼쳐지는 아티스트들의 생방송이나 ‘에이핑크 로또쇼’ 같은 비정기 버라이어티가 일상적인 콘텐츠가 됐다. 최근 Mnet ‘프로듀스101′ 종영 후 기획사들이 자체적으로 연습생의 V앱 생중계를 펼치면서 리얼리티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바뀐 인터넷 환경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네이버 V앱 페이지


여기에 팬들이 가공하는 2차 재생산이 하위 문화를 형성해 풍성한 콘텐츠를 만든다. 리얼리티가 한 번 공개되고 나면,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움짤과 감상평이 올라온다. 공백기에는 자체제작 리얼리티의 짧은 영상이라도 팬들에게 소위 ‘떡밥’을 제공해 팬들의 이탈을 막는 역할을 한다.

콘텐츠의 무한 확대도 자체제작 리얼리티의 장점이다. 아티스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소속사에서 소재와 방송사 눈치 없이 자유롭게 소재 선택과 편집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아티스트의 장점이 새로운 콘텐츠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마마무다. 마마무는 데뷔 초 라이브 실력이 뛰어난 걸그룹으로 알려졌지만, 2014년 ‘피아노맨’ 활동부터 보여준 ‘MMMTV(마마무 TV)’로 비글돌 매력을 뽐냈다. 2015년에는 Mnet ‘언프리티 랩스타1′ 패러디 영상으로 큰 화제를 일으킨 뒤, 솔라가 패러디 영상에서 보여준 제시 성대모사를 정규 1집 수록곡 ‘1cm의 자존심’에서도 보여줬다. 리얼리티에서 발견한 매력을 무대 위까지 끌어올렸다.
마마무 ‘언프리티 랩스타’ 패러디

자체제작 리얼리티는 누구나 제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일상을 담는 공간인 만큼, 화면에는 대기실의 테이블 위 물건 등 여러 가지 멤버들의 개인적 물건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CF와 연관된 브랜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개인 물품 등은 모두 사전 검열해야 한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공식 블로그에 자연스럽게 올린 사진에서 성인 물품이 발견돼 “팬이 선물한 물건”이라고 해명한 사례도 발생했다.

파급력이 커진 만큼, 꾸준히 리얼리티를 제작했던 기획사들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예전에는 ‘팬들만’ 봤던 영상이라면, 이제는 스마트폰 환경 변화에 따라 대중의 틈 사이도 파고들고 있다. 그중 비투비가 자체제작 리얼리티의 덕을 톡톡히 봤다. 육성재가 지난 해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팀내 서서브 보컬”이라며 화제를 모은 후, 뒤늦게 예전 ‘너의 멜로디가 되어줄께(‘너멜되’)’ 영상이 확산되며 비투비 인기의 기폭제가 된 것.실제로 최근 공개된 이창섭의 ‘너멜되’ 시리즈 ‘후회한다’ 영상은 포털사이트 댓글 1,5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자체제작을 통해 차곡차곡 쌓은 콘텐츠가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에 큰 도움이 됐다. ‘너멜되’의 경우, 소극장 콘서트로 이어지며 잘 만든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자체제작 리얼리티가 케이블 방송 못지않은 퀄리티를 갖춰가고 있다”며 “스케일은 따라갈 수 없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봤을 때 막강하다”고 전했다.

홍수처럼 만들어지는 리얼리티 속 차별화 전략을 무엇일까. 스낵컬쳐와 생중계 등 새로운 방식도 보편화가 된 만큼 다음 스텝을 준비할 차례다. 한 가요관계자는 “아이돌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돌이 가지고 가는 콘셉트에 걸맞은 영상들이 생겨나지 않을까”라며 “통으로 촬영해 편집 요소를 찾지 않고, 처음부터 콘셉트를 가지고 촬영해 공개하는 형식이 앞으로 주효할 것 같다. 유튜브 영상 재생 전에 등장하는 광고처럼 짧은 순간에 콘셉트를 보여주고, 눈길을 끌 수 있을만한 그런 영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해당 리얼리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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