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사건명 꽃비
용의자 YB(윤도현, 허준, 박태희, 김진원, 스캇 할로웰)
사건일자 2016.02.05
첫인상 7~80년대 그룹사운드에 대한 YB의 오마주. ‘꽃비’라는 어여쁜(?) 제목부터 가사와 멜로디, 연주 기법까지 철저하게 과거 음악의 흐름을 따른다. 소속사는 이번 콘셉트 싱글에 대해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순간 돌아보면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재의 세련됨으로 재포장하기보다는 그 시절 그대로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추천트랙 ‘꽃비’. 과거는 단순히 과거라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향수를 불러온다. 그래서 ‘복고’를 표방하는 어떤 곡들은, 과거 음악의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를 엮어 별 볼 일 없는 결과물로 완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꽃비’는 쉽게 말해 ‘짜치지’ 않는다. 단순한 코드 진행과 비브라토 없이 무심하게 뽑아내는 보컬, ‘어쩌다 마주친 그대’(송골매, 1982)를 연상시키는 베이스 슬랩까지, ‘꽃비’는 제법 탄탄한 짜임새를 자랑하며 80년대를 소환한다.
사건명 낙타사막별
용의자 낙타사막별
사건일자 2016.02.12
첫인상 엉뚱모던팝재즈라는 기상천외한 장르를 표방하는 3인조 밴드. 초창기 멤버 신세빈이 낙타를, 박예영이 사막을 맡고 있다. 별이 가리키는 바는 다름 아닌 음악. 말하자면 낙타사막별은 ‘별을 찾아 사막을 걷는 낙타’라는 뜻인 셈이다. 지난 2014년 첫 싱글 앨범을 발매, 지난 해에는 네이버가 선정한 명품 인디 TOP 15에 무려 두 곡이나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추천트랙 ‘꼭짓점을 이어 별 선을 긋는다’. 엉뚱모던팝재즈라더니,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음악이다. 노래는 흐름을 따라잡을 때 즈음이면 금세 모습을 바꾸고 시치미를 뗀다. 엉뚱하다. 단출한 악기 편성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즉 모던하다. 연주는 수준급이다. 건반은 유려하게 흐르고, 리듬은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것은 또한 재즈의 미학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낙타사막별의 가장 큰 매력은 곡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텍스트로는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를 테면 ‘엉뚱모던팝재즈’라는 장르나 노래 제목 ‘꼭짓점을 이어 별 선을 잇는다’와 같은)도 음악을 들으면 금세 이해될 것이다.
출몰지역 오는 27일 대구 아트팩토리 청춘에서 1집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사건명 모조(Mojo)
용의자 민제(Minje, 조민제)
사건일자 2016.02.12
첫인상 민제는 얼터너티브 알엔비를 표방하는 신인 아티스트로, 특히나 피비 알엔비(PB R&B) 계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싱글 ‘멜트(MELT)’를 발매하며 정식 데뷔, 총 5장의 싱글과 한 장의 EP를 발매했다. 이번 EP ‘모조’에는 타이틀곡 ‘두(Do)’를 비롯해 총 4곡의 수록곡이 실려 있으며 무드 슐라, 로보토미, 허키 시바세키, 그레이 등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추천트랙 ‘두(Do)’. 피비 알엔비를 기반으로 간결하게 멜로디를 빚어내고 여기에 달콤한 가사를 붙였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비롯해 전반적인 멜로디는 쉽게 귀에 박힌다. ‘크러쉬를 잇는 신성’이라더니, 수긍이 간다. 흥미로운 것은 사운드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찌그러진 전자음이 느긋하게 울리고, 미니멀한 기타 연주는 긴 잔향을 남긴다. 제 멋대로 움직이는 듯 하나 그 안에서 묘한 조화가 발견된다.
사건명 재의 기술
용의자 못(이이언, 이하윤, 송인섭, 조남열, 유웅렬)
사건일자 2016.02.18
첫인상 무려 8년 만에 발매된 밴드 못의 정규 앨범. 이이언은 팀을 5인조로 개편, 보다 진해진 밴드 사운드를 들려준다. 앨범 타이틀 ‘재의 기술’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떤 순간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무언가를 되살려내는, 말하자면 음악을 만드는 창작 행위에 대한 메타포로 붙여졌다.
추천트랙 ‘헛되었어’. 형태 없는 우울함을 날카롭게 깎아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못의 음악은 늘 그랬다, 못 특유의 불안함은 못 특유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위로’의 감정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헛되었어’도 마찬가지다. 노래는 공허함을 들춰내는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위로이다. 묵직해진 밴드 사운드와 (못의 작품으로서는 유례 없이)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
출몰지역 오는 3월 25~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정규 3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건명 마멀레이드(Marmalade)
용의자 로맨틱펀치(배인혁, 콘치, 레이지, 트리키)
사건일자 2016.02.18
첫인상 2003년 워시더디시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팀을 결성하고 2009년 지금의 팀명으로 새 출발했다. 라이브클럽을 활보하며 점점 명성을 쌓아가다 KBS2 ‘탑밴드2’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번 싱글 ‘마멀레이드’는 오는 4월 발매 예정인 새 미니앨범 ‘굿모닝 블루 (Good Morning, Blue)’의 수록곡으로,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하기 위해 선공개했다.
추천트랙 ‘마멀레이드’. “그대 맘이 변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여기 있을 거야. 곁에 있을게요. 긴긴 밤 그대 곁을 지켜줄 거야.”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하는 노래로, 이보다 더 좋은 가사가 어디 있을까. 공연의 끝자락 마지막 발광까지 모두 마친 뒤, 시원하게 땀을 말리며 듣기에 더없이 좋겠다. ‘펀치’를 내려놓으니, 한없이 ‘로맨틱’하다.
출몰지역 매 주 주말 ‘로맨틱파티 클럽 투어’를 진행 중에 있다. 20일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고고스2에서, 21일에는 폼텍웍스홀에서 공연을 개최하며, 투어는 28일까지 이어진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사건명 꽃비
용의자 YB(윤도현, 허준, 박태희, 김진원, 스캇 할로웰)
사건일자 2016.02.05
첫인상 7~80년대 그룹사운드에 대한 YB의 오마주. ‘꽃비’라는 어여쁜(?) 제목부터 가사와 멜로디, 연주 기법까지 철저하게 과거 음악의 흐름을 따른다. 소속사는 이번 콘셉트 싱글에 대해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순간 돌아보면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재의 세련됨으로 재포장하기보다는 그 시절 그대로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추천트랙 ‘꽃비’. 과거는 단순히 과거라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향수를 불러온다. 그래서 ‘복고’를 표방하는 어떤 곡들은, 과거 음악의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를 엮어 별 볼 일 없는 결과물로 완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꽃비’는 쉽게 말해 ‘짜치지’ 않는다. 단순한 코드 진행과 비브라토 없이 무심하게 뽑아내는 보컬, ‘어쩌다 마주친 그대’(송골매, 1982)를 연상시키는 베이스 슬랩까지, ‘꽃비’는 제법 탄탄한 짜임새를 자랑하며 80년대를 소환한다.
사건명 낙타사막별
용의자 낙타사막별
사건일자 2016.02.12
첫인상 엉뚱모던팝재즈라는 기상천외한 장르를 표방하는 3인조 밴드. 초창기 멤버 신세빈이 낙타를, 박예영이 사막을 맡고 있다. 별이 가리키는 바는 다름 아닌 음악. 말하자면 낙타사막별은 ‘별을 찾아 사막을 걷는 낙타’라는 뜻인 셈이다. 지난 2014년 첫 싱글 앨범을 발매, 지난 해에는 네이버가 선정한 명품 인디 TOP 15에 무려 두 곡이나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추천트랙 ‘꼭짓점을 이어 별 선을 긋는다’. 엉뚱모던팝재즈라더니,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음악이다. 노래는 흐름을 따라잡을 때 즈음이면 금세 모습을 바꾸고 시치미를 뗀다. 엉뚱하다. 단출한 악기 편성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즉 모던하다. 연주는 수준급이다. 건반은 유려하게 흐르고, 리듬은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것은 또한 재즈의 미학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낙타사막별의 가장 큰 매력은 곡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텍스트로는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를 테면 ‘엉뚱모던팝재즈’라는 장르나 노래 제목 ‘꼭짓점을 이어 별 선을 잇는다’와 같은)도 음악을 들으면 금세 이해될 것이다.
출몰지역 오는 27일 대구 아트팩토리 청춘에서 1집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사건명 모조(Mojo)
용의자 민제(Minje, 조민제)
사건일자 2016.02.12
첫인상 민제는 얼터너티브 알엔비를 표방하는 신인 아티스트로, 특히나 피비 알엔비(PB R&B) 계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싱글 ‘멜트(MELT)’를 발매하며 정식 데뷔, 총 5장의 싱글과 한 장의 EP를 발매했다. 이번 EP ‘모조’에는 타이틀곡 ‘두(Do)’를 비롯해 총 4곡의 수록곡이 실려 있으며 무드 슐라, 로보토미, 허키 시바세키, 그레이 등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추천트랙 ‘두(Do)’. 피비 알엔비를 기반으로 간결하게 멜로디를 빚어내고 여기에 달콤한 가사를 붙였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비롯해 전반적인 멜로디는 쉽게 귀에 박힌다. ‘크러쉬를 잇는 신성’이라더니, 수긍이 간다. 흥미로운 것은 사운드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찌그러진 전자음이 느긋하게 울리고, 미니멀한 기타 연주는 긴 잔향을 남긴다. 제 멋대로 움직이는 듯 하나 그 안에서 묘한 조화가 발견된다.
사건명 재의 기술
용의자 못(이이언, 이하윤, 송인섭, 조남열, 유웅렬)
사건일자 2016.02.18
첫인상 무려 8년 만에 발매된 밴드 못의 정규 앨범. 이이언은 팀을 5인조로 개편, 보다 진해진 밴드 사운드를 들려준다. 앨범 타이틀 ‘재의 기술’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떤 순간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무언가를 되살려내는, 말하자면 음악을 만드는 창작 행위에 대한 메타포로 붙여졌다.
추천트랙 ‘헛되었어’. 형태 없는 우울함을 날카롭게 깎아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못의 음악은 늘 그랬다, 못 특유의 불안함은 못 특유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위로’의 감정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헛되었어’도 마찬가지다. 노래는 공허함을 들춰내는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위로이다. 묵직해진 밴드 사운드와 (못의 작품으로서는 유례 없이)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
출몰지역 오는 3월 25~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정규 3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건명 마멀레이드(Marmalade)
용의자 로맨틱펀치(배인혁, 콘치, 레이지, 트리키)
사건일자 2016.02.18
첫인상 2003년 워시더디시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팀을 결성하고 2009년 지금의 팀명으로 새 출발했다. 라이브클럽을 활보하며 점점 명성을 쌓아가다 KBS2 ‘탑밴드2’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번 싱글 ‘마멀레이드’는 오는 4월 발매 예정인 새 미니앨범 ‘굿모닝 블루 (Good Morning, Blue)’의 수록곡으로,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하기 위해 선공개했다.
추천트랙 ‘마멀레이드’. “그대 맘이 변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여기 있을 거야. 곁에 있을게요. 긴긴 밤 그대 곁을 지켜줄 거야.”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하는 노래로, 이보다 더 좋은 가사가 어디 있을까. 공연의 끝자락 마지막 발광까지 모두 마친 뒤, 시원하게 땀을 말리며 듣기에 더없이 좋겠다. ‘펀치’를 내려놓으니, 한없이 ‘로맨틱’하다.
출몰지역 매 주 주말 ‘로맨틱파티 클럽 투어’를 진행 중에 있다. 20일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고고스2에서, 21일에는 폼텍웍스홀에서 공연을 개최하며, 투어는 28일까지 이어진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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