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린은 다양한 장기를 가진 가수다. 팝 발라드와 알엔비를 기본으로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래퍼들과 입을 맞췄다. 밝고 예쁜 목소리로 달콤한 사랑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아이돌 음악을 어쿠스틱 편성으로 새롭게 소화해내기도 했다. 심지어, 트로트도 잘 한다.

하지만 분명히 밝혀둬야 할 게 있다. 린이 트로트를 잘 부른다는 건, 간드러지는 콧소리를 잘 낸다거나 현란한 꺾기 기술을 구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린의 장기는 감정 표현에 있다. 확신컨대 린은, 트로트에 담긴 우리네 애환을 가장 애처롭게 그려내는 가수 중 하나일 것이다.단적인 예가 지난 12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무대다. 이날 린은 최백호의 ‘애비’를 선곡해 무대를 꾸몄다. ‘애비’는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곡. 린의 무대는 흡사 아버지와 딸의 교감을 그려내는 듯 했고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관객도, 가수도, 린 자신도 울었다.



‘애비’를 따라가다 보면 린의 정규 9집 앨범의 정서와 맞닿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교집합은 최백호. 9집 수록곡 ‘청사포’는 최백호의 노래를 원곡으로 하고 있으며,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는 최백호가 작사, 작곡한 곡이다. 여기에 린은 재즈풍의 피아노와 뮤트 트럼펫 솔로,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전통 가요의 현대적인 해석이자, 린 화(化)시킨 해석이었다.신기한 것은 두 곡 (‘청사포’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의 정서가 전혀 다른 장르에도 훌륭히 젖어든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린의 9집 앨범 타이틀곡 ‘사랑은 그렇게 또 다른 누구에게’가 그러하다. 왈츠 풍의 리듬, 마이너 코드 등이 월드 뮤직의 색채를 진하게 풍기지만, 때때로 최백호나 심수봉 등으로 이어지는 전통 가요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한다. 린은 트로트의 짙은 감성을 보다 가볍게 덜어내는 대신, 집시 풍의 분위기를 유려하게 이끌었다.

결국 트로트와 월드 뮤직, 그리고 알엔비의 색깔이 뒤섞여 린이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만들어낸 셈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지난번 9집 앨범은 린이 원하던 색깔과 대중적 요구의 접점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며 “아마 앞으로는 린의 색깔이 더욱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최근 린이 소속사와 결별하고 홀로 서기를 시작한 것도, 색깔 굳히기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훌륭한 재능과 탁월한 감각의 조우는 늘 짜릿한 결과물을 안겨다 주기 마련이다. 린이 보여줄 새로운 음악은 어떤 모습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KBS2 ‘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뮤직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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