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TV에서 걸어 나왔죠? 그 사람이 접니다. 하하하” 배우 김선영과 나눈 첫 마디였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던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선우(고경표) 엄마’로 열연을 펼쳤던 김선영을 만났다. 삼청동의 조용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곧 김선영과 기자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김선영은 때때로 기자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재치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기혼자인 기자와는 육아 고충을 나누기도, 미혼인 기자에게는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선우 엄마’였던 김선영은 영락없는 살가운 ‘선영 언니’였다. 김선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전달했고, 재밌는 언니의 얘기에 기자들은 키보드를 치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즐거운 수다가 끝나고 마지막 인사로 김선영은 기자들의 손을 잡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인터뷰 일주일에 한 번씩 하죠. 하하하” 김선영은 여러모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배우였다.
10. 오늘 굉장히 화사한 모습입니다. ‘응팔’ 선우 엄마와는 또 다른 모습이에요.(웃음)
김선영 : 이게 내 모습이에요. 평소에 이러고 다녀요. 하하. 선우 엄마의 모습도 제 모습이에요. 엄청 편했죠. 사실 영화나 연극 때는 각양각색의 모습도 많이 보여줬어요. 아직 개봉은 안했는데, ‘미싱’이란 영화에서는 완전 과감하게 나와요. 노출도 많고. 의상팀한테 내가 주문했어요. 더 파달라고. 얼굴에는 콜드크림만 막 바르고 나오고. 하하. 안마방 주인 역할인데, 야하고 섹시한 느낌이 아니라 약간 설득력 없는 느낌? 왜 저 아줌마가 저런 옷을 입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그런 모습이에요.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 기절할지도 몰라요. 하하. 저 인줄도 모를걸요.10. 오늘도 수많은 ‘변신’ 중 하나겠군요.
김선영 : 앞머리도 잘랐어요. 처음으로. 뿌염(뿌리염색)도 했고요.(일동 폭소) 사실 다음 작품 때문에 잘랐어요. 하하.
10. ‘쌍문동 태티서’(극 중 이일화, 라미란, 김선영을 지칭하는 별명)란 이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시네요.
김선영 : 사실 태티서를 잘 몰랐어요. 하하. 저의 큰 문제죠. 이제 공부하고 있어요. 혜리 덕분에 걸스데이도 알게 됐어요.
10. ‘쌍문동 태티서’였던 라미란, 이일화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김선영 : 호흡은 말도 못했죠. 이렇게 좋을까,싶을 정도로 좋았으니까. 태국가서도 셋이서 놀고. 근데 끝이라니, 에이, 너무 아쉽네요. 하하. 처음 만났을 때, 라미란 언니가 배우들 번호를 물어봤어요. 먼저 다가와 준거죠. 그 덕분에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줘요. 지금은 뭐, 말도 못할 정도로 친해졌고. 하하. (라)미란 언니를 얘기할 땐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웃음)10. 얘기만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실제 애틋한 사이가 됐군요.
김선영 : 미란 언니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엄청 친해졌어요. 솔직히 말해서 미란 언니가 내 연기를 살려줬어요. 시너지 효과라고 하죠. 미란 언니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날 때가 많아요. 현장에선 더 그랬죠. 미란 언니처럼 유쾌한 사람이 한 번 슬픈 연기를 하게 되면 그 파급력은 굉장하거든요. 미란 언니는 굉장히 쿨한 사람인데 그 속에 평안함이 있어요. ‘괜찮아. 그래, 그럴 수 있지’ 같은. 그 속내를 무심한 듯 툭 꺼내는 데, 그렇게 가슴 아플 수가 없더라고요. (이)일화 언니랑, 미란 언니랑 셋이서 마늘 까는 신에서도 원래 제가 우는 게 아니었는데 미란 언니의 “근데 선영아, 네 인생은?”이라는 한 마디로 인해서 무너졌죠. 언니들 얼굴만 보면 눈물이 펑펑 났어요. 그렇게 언니들 덕분에 내 연기가 만들어졌어요. ‘난 뭐 했지?’란 생각도 드네요. 하하.
10. 방송 후에도 ‘응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였잖아요. 본인은 언제 가장 이 드라마가 영향력이 크다고 느꼈는가요?
김선영 :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제 일상에는 변화가 없거든요. 하하. 아! 한 가지 있어요. 다음 작품이 벌써 들어온 거?(웃음) 이렇게 라운드 인터뷰를 하는 것도 ‘응답하라 1988’ 덕분이겠네요. 영광입니다. 하하.10. 매 시리즈가 참 인기가 많은 드라마였어요. 국민드라마라고 말할 정도로. ‘응팔’에 캐스팅 됐다고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했나요. 이렇게 대박날 것을 어느 정도 예감하셨나요?
김선영 : 저는 감독님의 수많은 오디션 중에 하나인 줄 알았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절 모르실 줄 알았거든요. 알고 보니 감독님이 tvN ‘꽃할배 수사대’(2014)때 저를 보셨더라고요. 감동이었죠. 사실 ‘응답하라’는 미팅 때부터 지인들이 난리였어요. 대박났다고. 하하. 공연하는 친구들, 후배들부터 시작해서 조카들까지. 부모님은 잘 모르시긴 했죠. “응답?(사투리로)” 하하. 왜 어르신들은 아직까지 공중파만 보시잖아요. 하하.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부모님이 tvN이란 채널을 아셨어요.
10. ‘응팔’만은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본방사수 하셨겠군요.
김선영 : 그럼요. 하하. 우리 엄마가 이러셨어요. “아이고 야야, 그게 처음에는 조~금 산만한 게 있든데, 뒤로 갈수록 아, 작품이 아주 좋드라.”(일동 웃음) 그러고보니 제가 ‘응팔’에서 썼던 말투가 엄마 말투에요. 우리 엄마가 이렇게 말해요. 하루는 엄마 친구가 엄마한테 “금옥아~ 니하고 말하는 게 똑같다”라며 전화 왔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친구 분께서 “선영아~ 사랑해요~ 나는 너 때문에 너무 행복해~ 고마워.”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10. 촬영하면서 어머님 생각도 많이 나셨겠네요.
김선영 : 그런 게 있어요. 금요일 토요일만 되면 효도하는 느낌? 제게 있어 금, 토는 공식적으로 효도를 하는 날이었죠. 어머니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저도 애를 낳고 기르다보니까 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10. 어머님은 어떤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하셨나요?
김선영 : 우리 엄마는 옛날 연극시절부터 눈물 흘리는 제 모습을 보시면 저한테 “야야, 그거 눈에 물을 언제 넣은기가?”라고 하세요. 하하. 무대에서 어떻게 가짜 눈물을 넣겠어요. “다 그거 가짜재? 넣었재?”라고 물으세요.(웃음) 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감정몰입해서 보시는 게 아니라 “신기하데이~”하시면서 ‘가짜 눈물’을 물어보시죠. 이번 ‘응팔’ 때도 몇 번을 그러셨어요. “넣었재? 넣었재?”라고. 아, 이번엔 처음으로 엄마한테 “나도 울었다”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우리 엄마는 절대 드라마보시면서 안 우시거든요. 근데 5화를 보시고 엄마도 우셨다는거에요. 놀랐죠. 하하.
10. 본인은 어떤 신이 가장 ‘짠’ 했나요?
김선영 : 앞에서 말했듯이 미란 언니 신이 정말 ‘짠’했어요. 배우는 사실 자기 연기에 만족을 하기 어렵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는 무심한 연기에요. 예를 들면 최무성 오빠 같은. 저랑 (최)무성 오빠랑 둘이 언덕길을 걸어가는 신이 있었어요.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가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대사도 없고 큰 연기도 없는데, 저는 이런 신들이 참 좋더라고요.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이런 신을 넣는다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에요. 사실 넘기는 신이잖아요. 근데 굉장히 예쁘게 나오더라고요.(웃음)
10. ‘응팔’의 최대 수혜자라고 꼽히고 있어요. 사랑도 이루고, 멋진 아들도 얻고. 메인커플이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고요. 하하.
김선영 : 전 메인커플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농담이에요. ‘응팔’만의 특징인 것 같아요. 모든 인물들을 다 아울렀거든요. 막판엔 동룡이(이동휘) 엄마 얘기까지도 그려졌으니까. 이런 드라마가 어디있겠어요. ‘응팔’이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요. 앞으로 또 이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웃음)
10. 처음엔 러브라인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셨나요?
김선영 : 처음에 제작진은 러브라인이 있을 수 있다고는 했어요. 없을 수도 있다고도 했죠. 하하. 그래서 제가 러브라인 전문 배우라고 어필했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감독님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네요.
10. 최무성 씨와의 러브라인은 어떠셨나요. 두 분의 중년 로맨스에 설렌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하하.
김선영 : 하하하. 후반부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보라(류혜영)랑 선우(고경표)를 걱정하는 신이 있었어요. 유일한 베드신이었죠. 나만 아는 베드신.(일동 폭소) 부부니까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원래 둘 다 하늘을 봐야하는데 자세히 보면 저는 무성 오빠만 바라보고 있어요. 하하.
10. 무뚝뚝한 남자는 실제로 어떠신가요. (웃음)
김선영 : 좋아요. 나쁜 남자 매력있잖아요. 어릴 때부터 짝사랑을 많이 했어요. 생각해보니 다 나쁜 남자들이었네요. (한숨)(일동 웃음)
10. 실제 아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진주와는 정말 실제 모녀지간 같았어요.
김선영 : 진주랑은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키웠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하. 사실 아역배우의 길을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드라마 환경이 열악하잖아요. 어른도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팔’ 현장은 그야말로 진주를 위한 현장이었어요. 감독님이 한 시간씩 자고 일어나도 진주만 보이면 번쩍 안아들고, ‘시크릿 쥬쥬’ 사준다고 진주에게 애교도 피우시고. 하하. 진주 목욕 신도 원래는 머리 감는 신이었어요. 근데 애들은 머리 감는 거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목욕으로 바뀌었죠. 그 정도로 감독님이 진주 의사를 다 반영해주셨어요. 유일하게 감독님께 반기를 들 수 있는 배우였죠.(웃음) 아마 진주는 우리 촬영장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감독님이 딸 둘이 있는 애 아빠여서 더 그랬나봐요. 이런 감독님 어디 없죠. 하하. 정말 멋지지 않나요?
10. 딸 생각이 많이 나셨겠네요.
김선영 : 가끔씩 했어요. 많이 생각하면 연기에 지장이 있을까봐 애써 딸 생각을 접었죠. 몇 번 촬영장에도 데리고 갔었어요. 진주랑 두 번 보고 절친이 됐어요. 하하. 그저께는 TV에서 진주가 나오는 광고를 보고 제 딸이 “진주야~ 엄마, 진주잖아!”라고 좋아하더라고요.
10. 어느 정도 일과 사랑의 균형을 잡으시는군요.
김선영 : 그렇기도 한데, 제 모든 일의 근본은 가정이에요. 제일 우선시 되는 건 가족이죠. 그래야 밖에서 하는 모습도 진짜라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하는 일이 잘 돼야 밖에서 하는 일도 잘되기 마련이거든요.
10. 여러모로 정든 작품이었던 ‘응팔’을 떠나보낼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이셨나요?
김선영 : 후유증이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였어요. 하하. 진짜로 잘 만든 드라마였어요. 좋은 드라마였고. 아쉬운 점은… 아, (고)경표 말고 애들이랑 많이 연기를 못한 거요. 혜리, (류)혜영이, (안)재홍이, (이)동휘, (류)준열이, (박)보검이, (최)성원이. 많이 아쉬워요. 같이 하는 신이 있었으면 재밌는 장면이 나왔을 거 같은데. 나중에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연기로. 어린 친구들이 참 연기를 잘 해냈어요. 나중에 꼭 더 길게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10. 20년간을 연극에 몸 담아 오셨다고 들었어요. 20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지만 드라마나 영화, 매체로 옮겼을 때 낯선 점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김선영 : 드라마로 온지 3년 정도 됐어요. 아직 경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려움은 늘 있죠. 그런 점에서 ‘응팔’은 저한테 굉장히 득이 됐어요. 제가 이렇게 긴 호흡으로 카메라 앞에서 뭘 많이 해 본적이 없거든요. ‘응팔’ 덕분에 경험을 쌓았어요.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카메라랑 친구가 된 것 같아요.(웃음) 그렇잖아요, 누구 앞에서 웃고 운다는 게 그 사람을 믿지 않고 서야 참 힘든 일이잖아요. ‘응팔’을 통해서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어요. 게다가 시청률까지 좋았으니, 감사할 뿐이에요. 다음 작품에서 배운 걸 잘 써 먹으려 해요.
10.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며 가장 감사한 분을 꼽자면 어떤 분이 있을까요.
김선영 : 많겠죠. 음,(잠시 고민하더니) 우리 아이들 어린이집 선생님이요.(일동 폭소) 이번 촬영하면서 본의 아니게 준비물도 못 챙기고, 원비 날짜도 까먹었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괜찮다고 말씀해주시고 오히려 힘내라고 응원해주셨거든요. 하하.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TV에서 걸어 나왔죠? 그 사람이 접니다. 하하하” 배우 김선영과 나눈 첫 마디였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던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선우(고경표) 엄마’로 열연을 펼쳤던 김선영을 만났다. 삼청동의 조용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곧 김선영과 기자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김선영은 때때로 기자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재치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기혼자인 기자와는 육아 고충을 나누기도, 미혼인 기자에게는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선우 엄마’였던 김선영은 영락없는 살가운 ‘선영 언니’였다. 김선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전달했고, 재밌는 언니의 얘기에 기자들은 키보드를 치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즐거운 수다가 끝나고 마지막 인사로 김선영은 기자들의 손을 잡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인터뷰 일주일에 한 번씩 하죠. 하하하” 김선영은 여러모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배우였다.
10. 오늘 굉장히 화사한 모습입니다. ‘응팔’ 선우 엄마와는 또 다른 모습이에요.(웃음)
김선영 : 이게 내 모습이에요. 평소에 이러고 다녀요. 하하. 선우 엄마의 모습도 제 모습이에요. 엄청 편했죠. 사실 영화나 연극 때는 각양각색의 모습도 많이 보여줬어요. 아직 개봉은 안했는데, ‘미싱’이란 영화에서는 완전 과감하게 나와요. 노출도 많고. 의상팀한테 내가 주문했어요. 더 파달라고. 얼굴에는 콜드크림만 막 바르고 나오고. 하하. 안마방 주인 역할인데, 야하고 섹시한 느낌이 아니라 약간 설득력 없는 느낌? 왜 저 아줌마가 저런 옷을 입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그런 모습이에요.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 기절할지도 몰라요. 하하. 저 인줄도 모를걸요.10. 오늘도 수많은 ‘변신’ 중 하나겠군요.
김선영 : 앞머리도 잘랐어요. 처음으로. 뿌염(뿌리염색)도 했고요.(일동 폭소) 사실 다음 작품 때문에 잘랐어요. 하하.
10. ‘쌍문동 태티서’(극 중 이일화, 라미란, 김선영을 지칭하는 별명)란 이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시네요.
김선영 : 사실 태티서를 잘 몰랐어요. 하하. 저의 큰 문제죠. 이제 공부하고 있어요. 혜리 덕분에 걸스데이도 알게 됐어요.
10. ‘쌍문동 태티서’였던 라미란, 이일화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김선영 : 호흡은 말도 못했죠. 이렇게 좋을까,싶을 정도로 좋았으니까. 태국가서도 셋이서 놀고. 근데 끝이라니, 에이, 너무 아쉽네요. 하하. 처음 만났을 때, 라미란 언니가 배우들 번호를 물어봤어요. 먼저 다가와 준거죠. 그 덕분에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줘요. 지금은 뭐, 말도 못할 정도로 친해졌고. 하하. (라)미란 언니를 얘기할 땐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웃음)10. 얘기만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실제 애틋한 사이가 됐군요.
김선영 : 미란 언니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엄청 친해졌어요. 솔직히 말해서 미란 언니가 내 연기를 살려줬어요. 시너지 효과라고 하죠. 미란 언니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날 때가 많아요. 현장에선 더 그랬죠. 미란 언니처럼 유쾌한 사람이 한 번 슬픈 연기를 하게 되면 그 파급력은 굉장하거든요. 미란 언니는 굉장히 쿨한 사람인데 그 속에 평안함이 있어요. ‘괜찮아. 그래, 그럴 수 있지’ 같은. 그 속내를 무심한 듯 툭 꺼내는 데, 그렇게 가슴 아플 수가 없더라고요. (이)일화 언니랑, 미란 언니랑 셋이서 마늘 까는 신에서도 원래 제가 우는 게 아니었는데 미란 언니의 “근데 선영아, 네 인생은?”이라는 한 마디로 인해서 무너졌죠. 언니들 얼굴만 보면 눈물이 펑펑 났어요. 그렇게 언니들 덕분에 내 연기가 만들어졌어요. ‘난 뭐 했지?’란 생각도 드네요. 하하.
10. 방송 후에도 ‘응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였잖아요. 본인은 언제 가장 이 드라마가 영향력이 크다고 느꼈는가요?
김선영 :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제 일상에는 변화가 없거든요. 하하. 아! 한 가지 있어요. 다음 작품이 벌써 들어온 거?(웃음) 이렇게 라운드 인터뷰를 하는 것도 ‘응답하라 1988’ 덕분이겠네요. 영광입니다. 하하.10. 매 시리즈가 참 인기가 많은 드라마였어요. 국민드라마라고 말할 정도로. ‘응팔’에 캐스팅 됐다고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했나요. 이렇게 대박날 것을 어느 정도 예감하셨나요?
김선영 : 저는 감독님의 수많은 오디션 중에 하나인 줄 알았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절 모르실 줄 알았거든요. 알고 보니 감독님이 tvN ‘꽃할배 수사대’(2014)때 저를 보셨더라고요. 감동이었죠. 사실 ‘응답하라’는 미팅 때부터 지인들이 난리였어요. 대박났다고. 하하. 공연하는 친구들, 후배들부터 시작해서 조카들까지. 부모님은 잘 모르시긴 했죠. “응답?(사투리로)” 하하. 왜 어르신들은 아직까지 공중파만 보시잖아요. 하하.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부모님이 tvN이란 채널을 아셨어요.
10. ‘응팔’만은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본방사수 하셨겠군요.
김선영 : 그럼요. 하하. 우리 엄마가 이러셨어요. “아이고 야야, 그게 처음에는 조~금 산만한 게 있든데, 뒤로 갈수록 아, 작품이 아주 좋드라.”(일동 웃음) 그러고보니 제가 ‘응팔’에서 썼던 말투가 엄마 말투에요. 우리 엄마가 이렇게 말해요. 하루는 엄마 친구가 엄마한테 “금옥아~ 니하고 말하는 게 똑같다”라며 전화 왔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친구 분께서 “선영아~ 사랑해요~ 나는 너 때문에 너무 행복해~ 고마워.”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10. 촬영하면서 어머님 생각도 많이 나셨겠네요.
김선영 : 그런 게 있어요. 금요일 토요일만 되면 효도하는 느낌? 제게 있어 금, 토는 공식적으로 효도를 하는 날이었죠. 어머니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저도 애를 낳고 기르다보니까 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10. 어머님은 어떤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하셨나요?
김선영 : 우리 엄마는 옛날 연극시절부터 눈물 흘리는 제 모습을 보시면 저한테 “야야, 그거 눈에 물을 언제 넣은기가?”라고 하세요. 하하. 무대에서 어떻게 가짜 눈물을 넣겠어요. “다 그거 가짜재? 넣었재?”라고 물으세요.(웃음) 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감정몰입해서 보시는 게 아니라 “신기하데이~”하시면서 ‘가짜 눈물’을 물어보시죠. 이번 ‘응팔’ 때도 몇 번을 그러셨어요. “넣었재? 넣었재?”라고. 아, 이번엔 처음으로 엄마한테 “나도 울었다”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우리 엄마는 절대 드라마보시면서 안 우시거든요. 근데 5화를 보시고 엄마도 우셨다는거에요. 놀랐죠. 하하.
10. 본인은 어떤 신이 가장 ‘짠’ 했나요?
김선영 : 앞에서 말했듯이 미란 언니 신이 정말 ‘짠’했어요. 배우는 사실 자기 연기에 만족을 하기 어렵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는 무심한 연기에요. 예를 들면 최무성 오빠 같은. 저랑 (최)무성 오빠랑 둘이 언덕길을 걸어가는 신이 있었어요.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가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대사도 없고 큰 연기도 없는데, 저는 이런 신들이 참 좋더라고요.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이런 신을 넣는다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에요. 사실 넘기는 신이잖아요. 근데 굉장히 예쁘게 나오더라고요.(웃음)
10. ‘응팔’의 최대 수혜자라고 꼽히고 있어요. 사랑도 이루고, 멋진 아들도 얻고. 메인커플이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고요. 하하.
김선영 : 전 메인커플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농담이에요. ‘응팔’만의 특징인 것 같아요. 모든 인물들을 다 아울렀거든요. 막판엔 동룡이(이동휘) 엄마 얘기까지도 그려졌으니까. 이런 드라마가 어디있겠어요. ‘응팔’이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요. 앞으로 또 이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웃음)
10. 처음엔 러브라인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셨나요?
김선영 : 처음에 제작진은 러브라인이 있을 수 있다고는 했어요. 없을 수도 있다고도 했죠. 하하. 그래서 제가 러브라인 전문 배우라고 어필했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감독님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네요.
10. 최무성 씨와의 러브라인은 어떠셨나요. 두 분의 중년 로맨스에 설렌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하하.
김선영 : 하하하. 후반부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보라(류혜영)랑 선우(고경표)를 걱정하는 신이 있었어요. 유일한 베드신이었죠. 나만 아는 베드신.(일동 폭소) 부부니까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원래 둘 다 하늘을 봐야하는데 자세히 보면 저는 무성 오빠만 바라보고 있어요. 하하.
10. 무뚝뚝한 남자는 실제로 어떠신가요. (웃음)
김선영 : 좋아요. 나쁜 남자 매력있잖아요. 어릴 때부터 짝사랑을 많이 했어요. 생각해보니 다 나쁜 남자들이었네요. (한숨)(일동 웃음)
10. 실제 아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진주와는 정말 실제 모녀지간 같았어요.
김선영 : 진주랑은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키웠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하. 사실 아역배우의 길을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드라마 환경이 열악하잖아요. 어른도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팔’ 현장은 그야말로 진주를 위한 현장이었어요. 감독님이 한 시간씩 자고 일어나도 진주만 보이면 번쩍 안아들고, ‘시크릿 쥬쥬’ 사준다고 진주에게 애교도 피우시고. 하하. 진주 목욕 신도 원래는 머리 감는 신이었어요. 근데 애들은 머리 감는 거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목욕으로 바뀌었죠. 그 정도로 감독님이 진주 의사를 다 반영해주셨어요. 유일하게 감독님께 반기를 들 수 있는 배우였죠.(웃음) 아마 진주는 우리 촬영장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감독님이 딸 둘이 있는 애 아빠여서 더 그랬나봐요. 이런 감독님 어디 없죠. 하하. 정말 멋지지 않나요?
10. 딸 생각이 많이 나셨겠네요.
김선영 : 가끔씩 했어요. 많이 생각하면 연기에 지장이 있을까봐 애써 딸 생각을 접었죠. 몇 번 촬영장에도 데리고 갔었어요. 진주랑 두 번 보고 절친이 됐어요. 하하. 그저께는 TV에서 진주가 나오는 광고를 보고 제 딸이 “진주야~ 엄마, 진주잖아!”라고 좋아하더라고요.
10. 어느 정도 일과 사랑의 균형을 잡으시는군요.
김선영 : 그렇기도 한데, 제 모든 일의 근본은 가정이에요. 제일 우선시 되는 건 가족이죠. 그래야 밖에서 하는 모습도 진짜라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하는 일이 잘 돼야 밖에서 하는 일도 잘되기 마련이거든요.
10. 여러모로 정든 작품이었던 ‘응팔’을 떠나보낼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이셨나요?
김선영 : 후유증이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였어요. 하하. 진짜로 잘 만든 드라마였어요. 좋은 드라마였고. 아쉬운 점은… 아, (고)경표 말고 애들이랑 많이 연기를 못한 거요. 혜리, (류)혜영이, (안)재홍이, (이)동휘, (류)준열이, (박)보검이, (최)성원이. 많이 아쉬워요. 같이 하는 신이 있었으면 재밌는 장면이 나왔을 거 같은데. 나중에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연기로. 어린 친구들이 참 연기를 잘 해냈어요. 나중에 꼭 더 길게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10. 20년간을 연극에 몸 담아 오셨다고 들었어요. 20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지만 드라마나 영화, 매체로 옮겼을 때 낯선 점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김선영 : 드라마로 온지 3년 정도 됐어요. 아직 경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려움은 늘 있죠. 그런 점에서 ‘응팔’은 저한테 굉장히 득이 됐어요. 제가 이렇게 긴 호흡으로 카메라 앞에서 뭘 많이 해 본적이 없거든요. ‘응팔’ 덕분에 경험을 쌓았어요.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카메라랑 친구가 된 것 같아요.(웃음) 그렇잖아요, 누구 앞에서 웃고 운다는 게 그 사람을 믿지 않고 서야 참 힘든 일이잖아요. ‘응팔’을 통해서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어요. 게다가 시청률까지 좋았으니, 감사할 뿐이에요. 다음 작품에서 배운 걸 잘 써 먹으려 해요.
10.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며 가장 감사한 분을 꼽자면 어떤 분이 있을까요.
김선영 : 많겠죠. 음,(잠시 고민하더니) 우리 아이들 어린이집 선생님이요.(일동 폭소) 이번 촬영하면서 본의 아니게 준비물도 못 챙기고, 원비 날짜도 까먹었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괜찮다고 말씀해주시고 오히려 힘내라고 응원해주셨거든요. 하하.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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