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육룡이 나르샤’ 24회 2015년 12월 22일 화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하륜(조희봉)은 이방원(유아인)의 관상을 보며 놀라고, 길선미(박혁권)는 이방지(변요한)가 과거 자신이 구해줬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방원과 작전을 통해 토지 자료를 빼돌리는데 성공한 분이(신세경)와 마주한 길선미는 분이가 이방지의 동생, 연향의 딸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보내준다. 정도전(김명민)은 정전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막으려는 관료들의 연합을 붕괴시킨다. 조민수(최종환)는 이성계(천호진)와 협상하지만, 이성계 일가를 칠 계획으로 도화전으로 초대한다.리뷰
길선미와 이방지의 재회. 길태미를 죽이고 삼한제일검이 된 이방지와 길태미의 쌍둥이 형, 숨은 고수 길선미가 마주했다는 것만으로 만남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만남은 이방지가 연향의 아들, 땅새였다는 것과 그의 동생 분이의 존재까지 알리는 중요한 만남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방원과 하륜의 독대는 예상대로 흥미로웠다. 방원에게 모실 사람이 아닌 거느릴 사람을 찾으라고 말한 하륜은 무시무시한 관상을 가진 방원이 왜 정도전을 따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방원의 마음을 시원하게 읽어낸 하륜의 말들은 방원의 마음속 벌레들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하륜은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조준(이명행)의 토지 자료를 놓치자, 권문세족의 손은 결코 잡지 않을 것 같았던 스승 이색(김종수)을 설득해 정도전을 방해하려한다. 하지만 정도전이 천 결 이상의 토지를 기준으로 내세운 개혁은 이색, 조민수의 연합을 붕괴시킨다. 그러자 하륜은 조민수에게 군사를 모으는 척하게 하고, 이는 뜻대로 이성계와의 협상을 이끌어낸다.

삼한제일검으로 정도전의 무사가 된 이방지, 화사단 흑첩으로 정도전의 동료가 된 연희(정유미)의 아련한 멜로는 권력가들의 팽팽한 수 싸움 중에도 눈길을 끈다.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인연을 새 세상에서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은 두 사람 모두가 같다. 하지만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 수가 없는 입장. 연희는 연희대로 과거 자신에게 일어났던 불행의 기억으로 방지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방지는 연희를 구하지 못했던 기억으로 적극적으로 연희에게 함께하자 못한다. 두 사람의 애틋한 로맨스는 이번 회에서야 서로에게 조금 가까워진 듯하다. 비록 제대로 마음을 전달하지는 못했지만.어찌 보면 이방지와 연희는 최고의 검객이 됐지만 권력판에서 놀아나는 희생자이자 가장 힘없는 존재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분이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분이는 간절히 꿈꾸고, 그 꿈을 이루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처음 들어 본 칼로 하륜을 위협하는 것을 망설일 여유조차 없다. 분이가 꿈꾸는 세상은 단순하다. 그저 작지만 나만의 땅을 갖고, 소박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 권력을 가진 자들에 모두 빼앗기고, 억압된 삶을 살아야했던 분이가 꿈꾸는 세상은 결국 또 권력자들이 만들어가고, 그들이 더 많이 누리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도 조준의 토지 자료를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 하고 정도전의 행보에 그 누구보다 행복해하며 상처로 가득한 오라버니 이방지와 연희의 마음에도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분이와 그런 분이가 바라는 세상, 정도전이 만들려는 세상, 이성계로 표현되어야 할 세상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이 세상 속에서.

수다포인트
– 분이는 앞으로 흑첩 옷을 계속 입으면 안 될까요? 너무 예쁘잖아!
– 짜증 섞인 길선미 말투에 슬쩍슬쩍 보이는 길태미 반갑구만, 반가워요.
– 다음 주에 삿갓 쓴 남자, 대근이, 나쁜X 응징 갑시다.
– 여기서 문제, 하륜이 본 저 지경인 분이의 관상은?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SBS ‘육룡이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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