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6세에 데뷔해 내년이면 데뷔 55주년이 됩니다. 저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더군요. 제 나이에 데뷔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반세기 넘도록 노래를 했네요. 모두 여러분들이 아껴주시고 믿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가수 하춘화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가수다. 1961년, 6세의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해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동안 노래를 불렀고, 지난 1991년에는 최다 개인 발표회를 가진 인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 뿐인가. “서울의 100평대 주택이 300만 원 하던 시절”부터 자선 공연을 이어온 덕에, 누적 기부 금액만 200억 원에 달한단다. 그런 그가,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하춘화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1가에 위치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그는 오는 2016년 열리는 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 ‘나눔·사랑 리사이틀’ 소개와 함께 55년 차 가수로서의 사명감을 고백했다.

이번 ‘나눔·사랑 리사이틀’은 하춘화의 데뷔 55주년을 기념하고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개최되는 공연. 무대에 오르는 인원만 수백 명에 달하고 가수 김흥국, 태진아, 박상철을 비롯해 방송인 송해, 이상벽 등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특히 송해는 하춘화와 함께 ‘잘했군 잘했어’ 듀엣 무대를 꾸민다고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하춘화는 3년 간 갈고 닦은 성악과 탭댄스 실력까지 마음껏 뽐낼 예정이다.

‘나눔·사랑 리사이틀’이 더욱 뜻 깊은 것은 수익금이 저소득층을 위해 기탁된다는 점에 있다. 하춘화는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자선 공연을 펼쳤던 바.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가 시켜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사명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대중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것. 하춘화는 “사실 좋은 일은 남모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년 전 보건복지부 장관님이 ‘기부 사실을 많이 알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달라’고 각별히 부탁하더라”면서 “서울 100평대 주택이 300만 원이던 시절부터 수 천 만원 씩 기부를 했으니, 여태까지 기부한 금액이 200억 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대중에게 느끼는 사명감 외에도, 하춘화는 또 다른 사명감을 어깨에 얹고 있었다. 바로 선배 가수로서의 책임감이다. 그는 “‘한국 가요계의 여왕’ 등 나에게 붙는 수식어가 많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내가 없는 세상에서 후배들이 ‘이 선배가 우리를 위해 이런 좋은 일을 하고 갔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일을 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감정이 격해진 듯, 하춘화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이윽고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눈물에 젖어 있던 목소리는 다시 힘을 찾기 시작했다. 말을 마칠 즈음에는 확신과 희망마저 느껴졌다. “이 대목에서 왜 눈물이 나는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 과거에는 대중음악을 천시하고 하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습니다. 그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팠는데, 그 당시가 생각나서 그런 것 같네요. 우리 후배들에게는 자랑스럽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를 위해 대중예술전문학교를 꼭 설립하고 싶습니다. 어제오늘 생각한 게 아니라, 아주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입니다. 언제 이룰 수 있는 꿈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꼭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대중예술전문학교 설립. 실현되기만 한다면, 하춘화의 또 다른 경이로운 업적으로 남을 일이다. 혹 이뤄지지 못할 꿈이라도, 하춘화의 사명감은 그의 업적만큼 빛났다.

하춘화의 데뷔 55주년 기념 공연 ‘나눔·사랑 리사이틀’은 오는 2016년 1월 15~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HA기획, KBS1 ‘가요무대’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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