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좋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감동과 울림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한다. 오랫동안 회자되고, 조명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노래의 경우엔 하나 더, 그 시절 그 때의 ‘나’로 시간을 되돌리는 마력까지 갖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5시, 평화의 전당은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신승훈’이란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 그 시절로 소환된 관객들은 소녀처럼 열광했고, 때론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했다.신승훈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전국 투어 ‘더 신승훈쇼-아이앰 신승훈’의 포문을 열었다. ‘마이 멜로디(My mellody)’와 ‘그 후로 오랫동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을 시작으로 정규 11집과 ‘쉬운 이별’ ‘사랑이 숨긴 말들’ ‘내 방식대로의 사랑’ ‘엄마야’ ‘오랜 이별 뒤에’ ‘라디오를 켜봐요’ ‘날 울리지마’ ‘처음 그 느낌처럼’ ‘가잖아’ ‘아이 빌리브(I believe)’ 등 총 27곡을 열창했다.



그는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여는 공연인 만큼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가수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전해졌고, 반대로 관객들의 울림도 무대 위까지 전달돼 2015년이 25년 전으로 돌아가는 건 순간이었다.신승훈은 이번 공연에 앞서 ‘지각’을 경고했다. 초반부터 제대로 ‘소환’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오프닝에 ‘그 후로 오랫동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등 지금의 신승훈을 있게 한 명곡들을 나란히 구성했다. 이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한 가정의 엄마가 된 팬들을 그 시절 ‘소녀’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다고 신승훈이 ‘추억’만 상기시킨 건 아니다. 타임머신이란, 자고로 어느 시간이든 이동이 자유로운 것인 만큼 그는 2015년 현재에도 초점을 맞췄다. 고여 있는 물이 아닌, 시도하고 도전하며 발전하고 성장해나가는 신승훈은 심혈을 기울이고 공을 들인 정규 11집도 정성껏 불렀다. 거기엔 재즈도 있었고, 락과 힙합도 담겼다.

20인의 오케스트라를 무대 전면에 두고, 신승훈은 데뷔 25년차 가수의 모든 걸 보여줬다. 그 노련함은 노래가 끝난 뒤 한층 빛났다.관객들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눈을 맞추는 신승훈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은 시종 객석을 향했다. 찬찬히 반응을 살피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야말로, 25년 내공이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다.

‘발라드 황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신승훈이지만, ‘엄마야’ ‘아미고(AMIGO)’와 같은 댄스곡에선 춤도 췄다. 이때도 관객들과 호흡했다. 연습시간까지 주며 모든 관객을 일으켜세우고는 노래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

앞선 공연 두 날을 마치고, 서울 공연의 마지막 날에도 신승훈은 더 힘이 났다. 변함없이 호응과 함성을 보내고, 뜨거운 박수로 화답하는 그 시절 ‘소녀’들이 눈앞에 있었으니까.신승훈은 공연 말미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빛을 본 그는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를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했는데 이제 정확히 알겠다”고 운을 뗀 뒤 “내가 음악 하는 곳에 팬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최고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앞으로도 가슴으로 음악을 할 것이니 마음으로 들어달라”고 속내를 전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음에도, 신승훈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줄곧 “앞으로 25년”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25년으로,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이어갈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음 음반을 1집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의 25년을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신승훈.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신승훈의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벅차오른다. 읽을 때마다 항상 깊은 울림과 새로운 무언가를 안기는 고전처럼, ‘신승훈’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명작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도로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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