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사건명 도둑
용의자 국카스텐(하현우, 전규효, 이정길, 김기범)
사건일자 2015.11.20
첫인상 국카스텐이 약 1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 국카스텐은 2008년 헬로루키 연말결산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발표한 정규 1집 ‘국카스텐’은 1만 장 이상 팔려나가며 인디 신의 르네상스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나는 가수다’ 등을 통해 TV 나들이를 하며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추천트랙 ‘도둑’. 하현우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언제나 오묘하다. 날카롭고 에너제틱한 것은 물론, 묘하게 주술적인 분위기가 난달까. 이 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재기발랄한 연주로 마음을 풀어놓았다가도 기세 좋게 “이곳에 그 자가 나타났다”며 긴장감을 조인다. “불을 켜봐 눈을 떠봐”와 같은 외침은 국카스텐 식 계몽. 리듬은 흥겹기 그지없지만, 가사를 곱씹을수록 쓴 맛이 난다.
출몰지역 오는 12월 19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건명 집시시네마
용의자 박주원
사건일자 2015.11.20
첫인상 유명한 밴드의 멤버가 되는 것 외에, 기타리스트가 유명해질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글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박주원은 다르다. 그는 유명 밴드의 멤버가 아님에도, 또 이력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을 이미 2번이나 수상했다. 2013년에는 해외 음악 마켓에도 진출했으며 아이유의 앨범에 자작곡을 싣는 등 작곡가로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추천트랙 ‘테마 프럼 러브스토리(Theme From Lovestory)’. 박주원은 집시 음악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다. 그래서일까. 박주원의 손을 거친 ‘러브스토리’는 남자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 화려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연주를 바탕으로 한 쓸쓸함의 정서는 그야말로 ‘남자의 고독’을 표현하기에 제격. 덕분에 다채로운 악기 배치와 막강한 피처링 군단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타가 가장 강렬하고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출몰지역 오는 12월 10일과 11일, 서울 자양동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말로, 전제덕과 함께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건명 오늘의 일기
용의자 도재명
사건일자 2015.11.23
첫인상 도재명은 로로스의 잠정 해체 이후 꾸준히 성실한 행보를 이어갔다. 첫 번째 솔로 싱글 ‘미완의 곡’을 시작으로 지난달 3호선 버터플라이와 입을 맞춘 ‘시월의 현상’을 발표했고, 이번엔 정차식의 목소리를 빌렸다. 잔잔하고 섬세한 어법을 사용하던 전작과 달리 웅장한 북소리와 다양한 소스들을 활용해 다이내믹을 더했다.
추천트랙 ‘오늘의 일기’. 도재명과 정차식이라니. 이름에서부터 우울·암울·침울의 3종 세트가 예상됐다. 결과는? 예상과 비슷한데 조금 다르다. 뭐랄까. ‘우울’보다는 ‘황량’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겠다. 둥둥 울려대는 북소리, 거침없는 정차식의 목소리는 동양의 고서(古書)를 들려주는 듯하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어느 순간, 오르간 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진다. 성스럽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오늘’이 이렇게 길고 다이내믹했던가. 어쩌면 이 노래는 ‘오늘의 일기’가 아니라 ‘일생의 기록’인지도 모른다.

사건명 오리온자리
용의자 전기뱀장어
사건일자 2015.11.23
첫인상 전기뱀장어.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들은 지난 2012년 데뷔 당시, 상당한 관심을 불러 모았던 팀이다. 톡톡 튀는 가사와 수려한 멜로디로 모던 록의 유망주로 급부상했으며, “검정치마 이후 최고의 신인”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같은 해 발매된 첫 정규앨범은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최우수 모던 록 노래’, ‘올해의 신인상’ 부문에 전기뱀장어를 후보로 올려놓기도 했다. 다작을 하는 팀은 아니지만, 늘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 만큼의 연주를 들려준다.
추천트랙 ‘오리온자리’. 전기뱀장어의 가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상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에 전기뱀장어 특유의 낭만이 덧칠된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다. ‘오리온자리’에서 얽힌 경험을 서정적으로 풀어내, 지나간 인연에 대한 아련함을 툭툭 건드린다. 여성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방 귀에 감기는 멜로디, 무심하게 흥얼거리는 듯한 보컬 역시 매력적.



사건명 너덜너덜
용의자 욜훈(Yolhoon 이승열, 클래지)
사건일자 2015.11.24
첫인상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바 있는 두 아티스트, 클래지와 이승열이 합작 앨범과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 한 줄의 문구에 적지 않은 음악 팬들이 가슴 설레 했을 것이다. 앞서 두 사람은 ‘비 마이 러브(Be My Love)’, ‘러브 & 헤이트(Love & Hate)’ 등을 통해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터. 하지만 ‘그룹’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 두 사람의 색깔은 과연 어떻게 부딪히고 어떻게 섞일까.
추천트랙 ‘너덜너덜’. 그야말로 욜(이승열)+훈(김성훈)이다. 이승열의 블루스와 클래지의 감각이 팽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른하고 몽환적으로 이어지는 일렉트로니카 사이로 부글부글 기타 연주가 끓어오른다. ‘무심한 듯 시크’하면서도 그 속에 뜨거움을 간직한 이승열의 보컬 또한 명불허전. 가사는 또 어떤가. 너덜너덜해진 삶을 자조하고 있지만 번뜩이는 날카로움도 함께 느껴진다. 록도 아니고, 일렉트로니카 혹은 팝도 아니다. 다만 욜훈은 새로운 무언가다.
출몰지역 오는 12월 19일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욜훈 프로젝트의 첫 공연을 연다. 이날 현장에는 W&Whale 출신 웨일과 클래지콰이의 호란이 함께 할 예정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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