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7’의 우승자 케빈오는 ‘함께’라는 말을 자주 썼다. 혼자서 곡을 쓰고 혼자서 노래를 부르던 그는 ‘슈퍼스타K7(이하 슈스케)’를 통해 제 음악이 가진 힘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서 도움을 얻은 사람들을 봤고, 그들에게서 힘을 얻었다. 참으로 선(善)한 순환. 그리하여 케빈오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음악도 아니고, 오로지 타인만을 위한 음악도 아닌, “내가 쓰는 것이지만 같이 하는” 음악을 꿈꾸게 됐다.

준우승자 천단비는 ‘진심’이란 단어를 좋아했다. 12년간 품어온 무대에의 갈증은 그의 마음에서 불순물을 걸러냈다. 더 좋은 무대로 보답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진심의 순도를 높였고, 이는 다시 절절한 노래가 되어 사람들을 울렸다. 그리하여 천단비는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꿈꾸게 됐다.# PROLOGUE
Q. ‘슈스케’ 이후 첫 주말이 지나갔어요. 기자간담회(20일) 당시 단비 씨는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케빈은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어떻게 됐나요?
천단비 : 가족들,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냈어요. 밀렸던 연락도 받고요. 떡볶이는 아직 못 먹었어요.
케빈오 : 고모 집에서 머무르면서 미국에서 온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MAMA’ 준비도 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 없었네요.

Q. 알아보는 사람도 많이 생겼죠?
천단비 : 혼자 있으면 잘 모르는데, 케빈과 함께 있으면 많이 알아보세요. 감사해요.

Q. 여태까지도 그랬겠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일들이 정신없이 휘몰아 칠 거예요. 어떠세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나요?
천단비 :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웃음), 모든 게 신기하긴 해요. 즐겁기도 하고요.Q. 특히 케빈오에게 궁금해요. ‘슈스케’ 인터뷰에서 본인은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한다고 했잖아요. 이제 음악이 아닌 것들, 이를 테면 인터뷰나 방송을 통해서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보여줘야 할 텐데, 좀 낯설기도 하겠어요.
케빈오 : 노래를 통해서는 다 못 보여주는 거니까요. 방송에서는 노래 한 곡만 부르는데, 그 순간에 저를 다 못 보여줘요. VCR에서도 2~3분 안에 노래에 대한 완성된 설명을 못 하고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 더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Q. 소속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요?
천단비 : 아직 (소속사에 대한) 생각을 감히 해보지 못했어요. 연락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할 거고요.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죠.
케빈오 : 저는 5개월 전에 처음 한국에 온 거잖아요. 소속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한국에 와서는 바로 ‘슈스케’에 들어갔으니 아직도 잘 몰라요. 만약 제안이 들어오면 그 때 얘기하고 생각해 보려고요. 지금은 별로 생각이 없어요.

# BEGINNING
Q. 지역예선 얘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단비 씨는 심사위원들이 다 아는 사람이라 더 부담이었겠어요. 더욱이 단비 씨의 노래를 들어보기까지 했던 분들이고요.
천단비 : 심지어 예선 몇 달 전에는 성시경 심사위원의 공연 때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진짜 많이 걱정했죠. 제 노래를 조금이라도 들어본 분도 있고, 다들 아는 분들이니까요. ‘쟤는 코러스 잘 하던 애가 왜 나왔어?’라는 생각도 하실 것 같고요. 내가 나이도 많고, 여기에 맞지 않는 애라고 생각하면 어떡할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또 오히려 내가 심사위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으니까, 죄송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심사평 때마다 힘을 많이 주셔서 감사해요.

Q. 그래서일까요. 지금 탈락해도 미련이 없다는 느낌과 더 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단비 씨에겐 동시에 있었던 것 같아요.
천단비 : 한 번이라도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걸 한번이라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예선에서 노래를 부르고 이젠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또 노래 부르는 싶은 마음이 생겼고요. 계속 마음이 왔다갔다 했어요. 정말 간절한 마음과 ‘나 지금 너무 행복해’라는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Q. 케빈은 지역 예선 때 많이 떨었다면서요?
케빈오 : 그 때가 가장 떨렸어요. 제작진 5명이 앉아있고, 제가 마이크 차고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할 때마다 망했던 것 같아요(웃음).# SUPER WEEK
Q. 그래도 합격했잖아요. 슈퍼위크는 어땠어요? 가장 힘들지만, 가장 성장을 많이 하는 시기라고도 해요.
천단비 : 아무래도 빠른 시간 안에 한 무대를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케빈오 : 정말 즐거웠어요. 그리고 진짜 힘들었어요. 특히 홍이오 했을 때 새벽 6시쯤에 잤는데, 무대가 완성이 안 된 상태였어요. 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마음이 편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 일을 계속 이겨낸 거니까, 기뻤어요. 저한테는 ‘슈스케’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경험이에요.

Q. 슈퍼위크 때에 늘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많이 탈락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대답하기 어렵겠지만(웃음), 단비 씨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떻게 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요?
천단비 : 저는 사실 스스로 보컬적으로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거예요. 제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 사연을 봐주신 거죠. 그래서 제 노래에 더욱 깊이 공감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저보다 잘한 친구들도 진짜 많았거든요.

Q. 정말 다를 것 같아요. 내 노래만 사랑받는 것과 내 인생도 함께 응원 받는다는 건.
천단비 : 그래서 ‘슈스케’에 감사해요. 나라는 사람을 알려준 거니까.Q. 케빈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받았잖아요. 천재라고 하면 악상도 저절로 떠오르고 노래도 저절로 잘 나오는 느낌인데, 반대로 케빈은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은 편이라면서요?
케빈오 : 전혀 천재 아니에요. (천단비 : 노력하는 천재라고 나왔어요.) 편곡이나 악기 연주는 진짜 천재 아니에요. 다 어렸을 때부터 연습하면서 잘하게 된 거예요. 악보도 잘 못 읽어요. 그 쪽으로는 당연히 천재가 아닌데, 노래를 만들 때에는 완전 반대예요. 노력 많이 안 해요. 그냥 노래가 오면 빨리, 고민 없이 쓰고 안 오면 가만히 있어요(웃음). 노력 전혀 안 해요. 그런데 ‘슈스케’는 연습을 많이 안 하면 못하는 곳이니까요.

Q. 그래서 자밀 킴과의 만남이 인상 깊었어요. 자밀은 정 반대잖아요. ‘쉬 윌 비 러브드(She will be loved)’를 준비하면서, 케빈에게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는 조언도 해줬고. 혹시 자밀의 그런 면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나요?
케빈오 : 사실 그 VCR이 실제로 우리가 했던 거랑은 조금 달랐어요. 곡을 받고 한 시간 안에 편곡을 다 끝냈어요. 그 후에 연습하면서 많이 지겨웠고, 그 때 자밀 형이 그만하자고 했던 거예요. 그렇게 빨리 하는 게 저한테는 처음이었거든요. 전날 홍이오 했을 때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TOP10하면서 편곡을 많이 쉽게 했어요. 자밀 형한테 감사한 게 많아요.



# TOP10
Q. TOP10의 첫 생방송 무대는 어땠어요? 관객들을 처음 보는 자리였잖아요.
케빈오 : 평화의 전당 무대에 섰을 때에는 자신감이 있었는데요, 일산에서 첫 생방송했을 때 조금 긴장했어요. 무대가 더 크고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 때 덜 떨려요.
천단비 : 관객들이 찼을 때는 내가 이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리허설 때가 진짜 신기했어요. 공연하면서 진짜 많이 섰던 곳인데, 내가 여기에서 노래를 한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났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래요.

Q. 단비 씨는 정말 묘했겠어요. 무대 위에서의 위치가 달라지잖아요.
천단비 : 완전히 달라요. 뒤에서 늘 ‘저 앞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걸 감당하고 있기에 저기에 서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거기에 서보니까, 감당하는 것들도 있지만 뒤에서 받쳐주는 힘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 일해주고 노력하고 있는지가 느껴졌어요. 그 덕에 제가 그 곳에 서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마음에 섰다면 지금처럼 노래할 수 없었을 거예요.

Q. 감당해야 하는 건 무엇이었나요?
천단비 : 코러스도 물론 너무 어려워요. 내가 조금이라도 잘 못하면 무대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부담이 되죠. 그런데 무대에 가운데 서있을 때에는… 내가 못하면 무대 앞 관객들도 실망시키고, 무대 뒤 스태프들도 실망시키는 거예요. 부담감의 무게가 다른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저 앞에서는 진짜 신경 쓸 것 많겠다, 화장이며 자세며. 너무 어렵겠다’라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서보니까 사실 그런 것들은 별로 신경 안 쓰이고요. 그냥 이걸 얼마나 내가 멋지게 해내야 이 사람들한테 내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그 생각만 들었어요.

Q. 첫 방송 때에는 심사평은 후한데 점수는 짰잖아요. 혼란스럽기도 했을 것 같아요.
천단비 : 사실 저희는 노래를 하면서 심사위원 점수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 해요. 점수는 내가 무대에서 어떻게 했느냐에 맡기는 거니까요.
케빈오 : 심사평 하나도 기억 못해요. 사실 심사평이 중요하잖아요. 내가 붙을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내가 못했는데 점수를 잘 주면 ‘90점 아닌데 왜 90점을 주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천단비 : 모니터해보면 케빈은 자기 점수가 잘 나와도 본인이 만족한 무대가 아니면 표정이 별로 안 좋아요(웃음).

Q. 그러면 내가 생각하기에도 잘했고, 심사위원 점수도 잘 나와서 가장 짜릿했을 때는 언제였어요?
케빈오 : ‘비처럼 음악처럼’. 그 땐 무대에서 편했어요. VCR이 나올 때 빨리 준비를 해야 해요. 그 때 준비를 잘 하면 무대에서도 잘 할 수 있거든요. ‘비처럼 음악처럼’ 때가 그랬던 것 같아요.
천단비 : 저는 제일 많이 걱정했던 게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이었어요. 현장에 이선희 선생님도 오셨고요. 그런데 오히려 무대에 가니까 편했어요. 저는 객석에 가족들, 친구들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내 사람들이라는 걸 아니까요. 선생님의 힘까지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칭찬을 받아도 스스로 못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때는 기뻤어요, 칭찬받아서.




Q. 혹시 그 무대, 방송으로도 보셨나요? 이선희 선생님 표정이 정말…
천단비 : 네. 봤어요.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몇 번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이건 그 때랑은 또 완전히 다른 거잖아요. 선생님이 그런 얼굴로 봐주셨구나, 라는 걸 방송으로 보고 알았는데… 정말 눈물 날 것 같았어요. 선생님의 애정과 걱정이 느껴졌고. …모르겠어요. 신기했어요. 왜 내가 나오고 선생님이 나오지?(웃음) 선생님의 노래를 부르는 나를 보면서, 선생님은 무슨 마음이셨을까, 걱정도 들었고요.

Q. 케빈은 어머님 처음 오신 날( ‘비처럼 음악처럼’ 당시) 최고점을 받아서 무척 좋았겠어요. 어머니가 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나요?
케빈오 : 원래 가족 앞에서 노래하는 게 제일 싫었어요. 어렸을 때, 가족 모임에서 항상 애들한테 연주를 시키잖아요. 그게 많이 싫었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을 때 무대를 더 잘할 수 있는데, 엄마가 계시니까 걱정됐죠. 그렇지만 엄마가 봐준 덕에 힘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일부러 엄마가 있는 쪽은 안 쳐다봤어요. (Q. 왜요?) 모르겠어요. 울 수도 있고, 가사 틀릴 수도 있고. 엄마도 처음에 김현식 선생님의 노래가 나올 땐 ‘와~’ 하고 보다가, 나중에 내가 쓴 가사가 나올 땐 걱정되는 표정을 짓고 계시더라고요.

Q. 숙소 생활은 어땠어요? 한 팀 씩 떠날 때마다, 상실감도 컸을 것 같은데.
천단비 : 처음에는 사실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저도 금방 나갈 거라고 생각해서(웃음) ‘어차피 곧 볼 거니까’라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중식이 오빠들이랑 마틴스미스 나갔을 때가 진짜 많이 허전했죠. 9명 중에 6명이 나가는 거였으니까요. 게다가 중식이 오빠들이 밥도 다 해주고 청소도 다 해주고, 아빠 같은 역할이었거든요.
케빈오 : 처음에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는데, 바쁘니까 빨리 잊어버려야 했어요. 그런데 중식이 형들이 떠났을 때 구멍이 생겼어요. 형들이 잘 챙겨주는 것도 있었는데, 저는 중식 형이랑 룸메이트였잖아요. 힘들 때마다 나랑 얘기해주고 다시 기쁘게 만들어주고, 정말 좋았어요. 형이 떠났을 때 진짜 큰 구멍이 생겼어요. 그래서 사실 그 때부터 가장 힘들었어요.

Q. 단비 씨는 자밀 킴이 떨어졌을 때 많이 울더라고요.
천단비 : 당연히 제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태껏 여자가 결승에 오른 적이 없었으니까, 저도 그럴 줄 알았죠. 그리고 자밀과 케빈이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니까, TOP2는 두 사람의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자밀이랑 케빈은 이런 얘기 하지 말라고 하지만, 자밀 자리를 제가 뺏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되게 컸어요. 무대에서 좀 괴로웠어요. 자밀 팬분들 보기도 미안했고요.

탈락 당시 자밀킴은 더할 나위 없이 후련해 보였다. 그는 “나는 아쉬운 부분 하나도 없다. 재밌게 놀았고, 사랑하는 음악을 보여줬고,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자밀 킴의 팬들 역시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으나, 원망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가 멋진 무대를 꾸몄다. 합격과 탈락이 잘함과 못함의 기준이 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결승전 이후의 이야기는 →케빈오 · 천단비, 좋은 가수가 된다는 것 (인터뷰 ②)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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