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화제 속에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인공 김혜진(황정음)과 지성준(박서준)만큼이나 사랑 받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잡지사 ‘더 모스트’의 편집부의 팀원들. 그중 ‘더 모스트’ 최고 연차 에디터 차주영은 여자가 봐도 멋있는 여자, 이른바 ‘걸크러쉬’를 일으키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시크해보이지만 속내는 따뜻한 흠 잡을 곳 없는 커리어우먼 차주영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선배, 그 자체였다.
신동미는 ‘모스트’ 차주영 에디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모든 장면이 다 소중하다”고 말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후배를 묻는 조금 짓궂은 질문에는 ‘모스트’ 편집팀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각자 맡은 캐릭터를 잘 해줬기 때문에” 모스트 팀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열정과 따뜻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차 선배’를 실제로 만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Q. ‘그녀는 예뻤다’가 끝나면서 어쩔 수 없이 ‘모스트’에서도 퇴사하게 됐다. (웃음)
신동미 : 질문이 모스트스럽다. (웃음) ‘그녀는 예뻤다’가 끝나서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그거다. ‘모스트’ 식구들 못 보는 거. 이번 드라마는 마치 학원물처럼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모였다. 덕분에 두루두루 친해질 수 있었다.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는데도 모두 기분 좋게 날 받아줬던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나중에는 호흡들이 너무 좋아서 감독님께 “50부작 가자”고 했다. 그런데 단칼에 거절하시더라. (웃음) 이번 작품은 오랫동안 재미있게 기억될 것 같다.
Q. 드라마가 잘 돼서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신동미 : 대본이 좋았으니까. (웃음)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극중에 ‘모스트스럽다’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드라마가 잘 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 사실, 내가 맡은 차주영이란 역할도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한 일이다.
Q. ‘그녀는 예뻤다’는 가히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방송사가 야구 중계까지 포기하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신동미 : 난 화장실 갔다가 욕도 먹었다. (웃음) 화장실에 갔는데, 어떤 여자 분들이 막 화를 내면서 “내가 택시타고 집에 갔는데 방송을 안 해?”라고 신경질을 내시더라고. 그때 우리 드라마가 진짜 인기가 많다는 걸 느꼈다. 지인들도 시시콜콜 다음 스포 좀 해달라고 그랬다.Q. 드라마에서 보면 ‘모스트’ 세트가 어마어마하게 커보이더라.
신동미 : 보통 드라마 세트장이었으면 ‘편집부 사무실’, ‘부편집장실’, ‘회의실’ 이렇게 여러 개의 작은 공간들을 따로 짓는다. 그런데 ‘그녀는 예뻤다’는 ‘모스트 편집부’를 통으로 지어 놨다. 화면에서 보는 것만큼 엄청 넓다. 진짜 사무실처럼 내 자리, 혜진이 자리, 풍호 자리가 다 있다. 그것 때문에 안 좋았던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혜진이가 나오는 부분을 찍으려면 모두가 다 자기 위치에 있어야 한다. 한 번 세트장에 가면 12시간씩 있어야 하니까 안 친해질 수가 없다. 다행히 너무 좋은 애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피곤한 데도 촬영장 가는 게 재미있었다.
Q. 마치 합숙하는 느낌이었겠다.
신동미 : 맞다. 거의 잠도 많이 못 자면서 촬영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나중엔 장난도 엄청 많이 치면서 놀았다. 촬영 중인데 건너편으로 넘어가서 웃기겠다고 그러고. 웃음 참고, 그러다 NG나면 혼나고. (웃음)
Q. 부사장과 텐의 정체가 공개됐을 때 모스트 편집부의 반응은 어땠나?
신동미 : 진짜 최고의 반전이었다. 솔직히 말이 되냐. 김풍호(안세하)가 부사장이라니. 촬영 중에 풍호가 부사장이란 설이 있었다. 난 끝까지 대본이 내 눈 앞에 오기 전까지 안 믿는다고 그랬다. 부사장 취임식 장면에서 “쟤 왜 저기 있니”라고 말한 건 진심이었다. 내가 막 대하고, 수시로 효자손 뺏어서 때린 애가 부사장이라니.Q. 혹시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작품에서의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더 모스트’ 에디터처럼 느껴졌다.
신동미 : 전혀 없다. (웃음) 자문을 해준 ‘코스모폴리탄’에 모스트 식구들이 단체로 견학 간 적이 있었다. 에디터 분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갖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잡지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보여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Q. 차주영의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을 줬던 조언들이 있다면?
신동미 : 실제 에디터들도 항상 전화기를 들고 다니신다. 전화로 용건을 해결하고, 소품 박스도 계속 들어오고, 쇼핑백이랑 화장품도 엄청 많다. 그런 점들이 실제 드라마에도 반영이 됐다. 나도 연기를 하면서 항상 손에 태블릿, 핸드폰, 파우치를 들고 다녔다. 진짜 패션 에디터들도 늘 파우치를 손에 들고 다닌다고 하더라.Q. 평소에도 패션지를 자주 읽나? 극중 혜진처럼 용어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신동미 : 아무래도 여배우니 그런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자주 패션지를 읽으니 용어에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다. 대사 중에 “저기 BK 코듀로이 블루종 가져와” 이런 게 있었는데, 실제로는 “블루종 가져와” 이러겠지. 아무래도 드라마다보니 좀 더 전문적으로 보이려고 패션용어를 써본 거다.
Q. 또 다른 드라마적 설정이 있을까?
신동미 : 음… 패션지 편집장이라고 모두 김라라(황석정) 편집장처럼 하고 다니진 않겠지. (웃음) 드라마에서처럼 에디터들이 풀 메이크업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다니진 않는다 하더라. 또, 지부편(박서준)처럼 회의할 때 3분짜리 모래시계 갖다 놓고 아이디어 내놓으라고 하진 않을 거고.
Q.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신동미 : 모스트 사람들이 회의를 많이 하지 않나. 그런데 회의 신은 내가 떠드는 걸로 시작해서 내가 떠드는 걸로 끝난다. 어찌나 할 말이 많은 건지. 게다가 에디터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들이 아니니까 그거 나름대로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제일 어려웠던 건 ‘지부편집장님’. 이게 정말 어려웠다. 발음도 어려운데 또 “지부편집장님”을 불러야 할 때는 엄청 급하게 불러야 했거든. 모스트에서 나만큼 다양한 감정으로 지부편을 찾았던 사람은 없을 거다.Q. 차주영의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나?
신동미 : 진짜 어려웠다. 그래서 초반에 좀 헤맸다. (웃음) 김라라(황석정) 편집장처럼 화려한 캐릭터도 아니고, 편집부에서 최고참이니까 무게 중심도 잡아줘야 하고. 그러면서 시크한데, 따뜻하고 일도 잘해.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차주영은 그냥 따뜻한 여자’였다. 사회적인 위치가 그녀를 시크하게 만든 것이고, 따뜻함을 감춘 것이었는데 혜진이를 만나면서 인간적인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Q. 감독의 특별 주문도 없었나?
신동미 : 감독님도 나만큼 걱정 많으셨을 거다. 모스트 식구들 모두 캐릭터가 하나씩 있는데 나만 특징이 별로 없으니까 걱정을 좀 했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감독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감독님께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하시더라. (웃음) 혜진이한테 “기자님 말고 선배라고 불러”라고 말했던 것이 방송된 다음에 감독님께서 차 기자에 대한 반응이 좋아졌다고 전해주셨다. 사람들이 걸크러쉬라고 부르고 있다고.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Q. 황정음과는 MBC ‘골든타임’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신동미 : ‘골든타임’ 때는 내가 혜진이를 엄청 못살게 굴었는데 이번에는 좀 따뜻하게 대해줬다. (웃음) 황정음은 굉장히 성숙해지고, 좋은 배우로 성장해서 많이 놀랐다. ‘그녀를 예뻤다’를 하면서 ‘쟤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황정음이 잠을 많이 못 잤다. 그런 와중에도 정말 많이 챙겨주고, 내 입장에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차주영이 ‘걸크러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혜진이가 잘 받아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
Q. 차 기자가 ‘걸크러쉬’를 일으켰던 비결은 뭘까?
신동미 : 내가 직장을 안 다녀봤기 때문에 커리어 우먼의 느낌을 몰라서 차주영의 캐릭터가 더 잘 살았던 것 같다. 직장 생태계를 모르고 연기를 하다 보니 더 솔직하고 진솔하게 비춰진 게 아닐까.
Q. 차주영과 신동미의 싱크로율이 궁금하다.
신동미 : 열정 정도? (웃음) 난 평소에 너무 장난기가 많은데, 차주영은 완벽한 인물이지 않나. 똑똑해, 일도 잘해, 아침 일찍 풀 메이크업으로 출근할 만큼 부지런해, 옷도 잘 입어. 완전 슈퍼우먼이다. 난 그 정도로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웃음)
Q. 모스트에서 누구처럼 해야 사랑받는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신동미 : 차주영처럼 해야죠. (웃음)
Q. 후배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보라면?
신동미 :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랑 똑같은 질문이다. 풍호(세하), 아름이(강수진), 한설이(신혜선), 선민이(차정원), 이경이(배민정), 은영이(임지현), 준우(박유환)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다. 모스트 팀에서 캐릭터가 겹치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배우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를 예쁘게 그려냈고, 각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모스트 팀을 사랑해줬다고 생각한다.
Q. 왠지 모스트 팀끼리 회식 한 번 해야 할 분위기다.
신동미 : 이건 비밀이었는데, 사실 바쁜 와중에 몇 번했었다. (웃음)
Q.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마다 눈이 빛난다.
신동미 : 촬영 현장에 가는 게 좋다. 물론 작품과 캐릭터에도 고민을 하지만, 현장에서 스태프랑 배우들끼리도 있는 것도 좋고,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 좋다. 그럼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장에 있는 게 재밌다.
Q. 그래서인가. 쉴 새 없이 바로 다음 작품에 출연한다.
신동미 : SBS 일일드라마 ‘마법의 성’에 들어간다. 공세실이라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미인대회 출신 연예인 지망생이다. (웃음) 서구적인 몸매에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했던 이혼녀고, 혼혈아들을 두고 있다. 모스트스러움을 벗고, ‘발연기’를 하는 연예인 지망생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웃음) 어제 대본리딩을 했는데, 작정하고 ‘발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모두 다 빵 터졌다. 그리고 드라마 말고 ‘고산자, 대동여지도’란 영화도 찍고 있다. 첫 사극 도전인데 내가 어떻게 나올지 찍으면서, 스스로도 기대 많이 하고 있다. 감독님이 모니터를 못하게 하시더라고. (웃음)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스타하우스 엔터테인먼트
화제 속에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인공 김혜진(황정음)과 지성준(박서준)만큼이나 사랑 받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잡지사 ‘더 모스트’의 편집부의 팀원들. 그중 ‘더 모스트’ 최고 연차 에디터 차주영은 여자가 봐도 멋있는 여자, 이른바 ‘걸크러쉬’를 일으키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시크해보이지만 속내는 따뜻한 흠 잡을 곳 없는 커리어우먼 차주영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선배, 그 자체였다.
신동미는 ‘모스트’ 차주영 에디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모든 장면이 다 소중하다”고 말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후배를 묻는 조금 짓궂은 질문에는 ‘모스트’ 편집팀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각자 맡은 캐릭터를 잘 해줬기 때문에” 모스트 팀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열정과 따뜻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차 선배’를 실제로 만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Q. ‘그녀는 예뻤다’가 끝나면서 어쩔 수 없이 ‘모스트’에서도 퇴사하게 됐다. (웃음)
신동미 : 질문이 모스트스럽다. (웃음) ‘그녀는 예뻤다’가 끝나서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그거다. ‘모스트’ 식구들 못 보는 거. 이번 드라마는 마치 학원물처럼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모였다. 덕분에 두루두루 친해질 수 있었다.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는데도 모두 기분 좋게 날 받아줬던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나중에는 호흡들이 너무 좋아서 감독님께 “50부작 가자”고 했다. 그런데 단칼에 거절하시더라. (웃음) 이번 작품은 오랫동안 재미있게 기억될 것 같다.
Q. 드라마가 잘 돼서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신동미 : 대본이 좋았으니까. (웃음)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극중에 ‘모스트스럽다’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드라마가 잘 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 사실, 내가 맡은 차주영이란 역할도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한 일이다.
Q. ‘그녀는 예뻤다’는 가히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방송사가 야구 중계까지 포기하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신동미 : 난 화장실 갔다가 욕도 먹었다. (웃음) 화장실에 갔는데, 어떤 여자 분들이 막 화를 내면서 “내가 택시타고 집에 갔는데 방송을 안 해?”라고 신경질을 내시더라고. 그때 우리 드라마가 진짜 인기가 많다는 걸 느꼈다. 지인들도 시시콜콜 다음 스포 좀 해달라고 그랬다.Q. 드라마에서 보면 ‘모스트’ 세트가 어마어마하게 커보이더라.
신동미 : 보통 드라마 세트장이었으면 ‘편집부 사무실’, ‘부편집장실’, ‘회의실’ 이렇게 여러 개의 작은 공간들을 따로 짓는다. 그런데 ‘그녀는 예뻤다’는 ‘모스트 편집부’를 통으로 지어 놨다. 화면에서 보는 것만큼 엄청 넓다. 진짜 사무실처럼 내 자리, 혜진이 자리, 풍호 자리가 다 있다. 그것 때문에 안 좋았던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혜진이가 나오는 부분을 찍으려면 모두가 다 자기 위치에 있어야 한다. 한 번 세트장에 가면 12시간씩 있어야 하니까 안 친해질 수가 없다. 다행히 너무 좋은 애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피곤한 데도 촬영장 가는 게 재미있었다.
Q. 마치 합숙하는 느낌이었겠다.
신동미 : 맞다. 거의 잠도 많이 못 자면서 촬영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나중엔 장난도 엄청 많이 치면서 놀았다. 촬영 중인데 건너편으로 넘어가서 웃기겠다고 그러고. 웃음 참고, 그러다 NG나면 혼나고. (웃음)
Q. 부사장과 텐의 정체가 공개됐을 때 모스트 편집부의 반응은 어땠나?
신동미 : 진짜 최고의 반전이었다. 솔직히 말이 되냐. 김풍호(안세하)가 부사장이라니. 촬영 중에 풍호가 부사장이란 설이 있었다. 난 끝까지 대본이 내 눈 앞에 오기 전까지 안 믿는다고 그랬다. 부사장 취임식 장면에서 “쟤 왜 저기 있니”라고 말한 건 진심이었다. 내가 막 대하고, 수시로 효자손 뺏어서 때린 애가 부사장이라니.Q. 혹시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작품에서의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더 모스트’ 에디터처럼 느껴졌다.
신동미 : 전혀 없다. (웃음) 자문을 해준 ‘코스모폴리탄’에 모스트 식구들이 단체로 견학 간 적이 있었다. 에디터 분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갖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잡지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보여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Q. 차주영의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을 줬던 조언들이 있다면?
신동미 : 실제 에디터들도 항상 전화기를 들고 다니신다. 전화로 용건을 해결하고, 소품 박스도 계속 들어오고, 쇼핑백이랑 화장품도 엄청 많다. 그런 점들이 실제 드라마에도 반영이 됐다. 나도 연기를 하면서 항상 손에 태블릿, 핸드폰, 파우치를 들고 다녔다. 진짜 패션 에디터들도 늘 파우치를 손에 들고 다닌다고 하더라.Q. 평소에도 패션지를 자주 읽나? 극중 혜진처럼 용어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신동미 : 아무래도 여배우니 그런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자주 패션지를 읽으니 용어에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다. 대사 중에 “저기 BK 코듀로이 블루종 가져와” 이런 게 있었는데, 실제로는 “블루종 가져와” 이러겠지. 아무래도 드라마다보니 좀 더 전문적으로 보이려고 패션용어를 써본 거다.
Q. 또 다른 드라마적 설정이 있을까?
신동미 : 음… 패션지 편집장이라고 모두 김라라(황석정) 편집장처럼 하고 다니진 않겠지. (웃음) 드라마에서처럼 에디터들이 풀 메이크업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다니진 않는다 하더라. 또, 지부편(박서준)처럼 회의할 때 3분짜리 모래시계 갖다 놓고 아이디어 내놓으라고 하진 않을 거고.
Q.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신동미 : 모스트 사람들이 회의를 많이 하지 않나. 그런데 회의 신은 내가 떠드는 걸로 시작해서 내가 떠드는 걸로 끝난다. 어찌나 할 말이 많은 건지. 게다가 에디터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들이 아니니까 그거 나름대로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제일 어려웠던 건 ‘지부편집장님’. 이게 정말 어려웠다. 발음도 어려운데 또 “지부편집장님”을 불러야 할 때는 엄청 급하게 불러야 했거든. 모스트에서 나만큼 다양한 감정으로 지부편을 찾았던 사람은 없을 거다.Q. 차주영의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나?
신동미 : 진짜 어려웠다. 그래서 초반에 좀 헤맸다. (웃음) 김라라(황석정) 편집장처럼 화려한 캐릭터도 아니고, 편집부에서 최고참이니까 무게 중심도 잡아줘야 하고. 그러면서 시크한데, 따뜻하고 일도 잘해.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차주영은 그냥 따뜻한 여자’였다. 사회적인 위치가 그녀를 시크하게 만든 것이고, 따뜻함을 감춘 것이었는데 혜진이를 만나면서 인간적인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Q. 감독의 특별 주문도 없었나?
신동미 : 감독님도 나만큼 걱정 많으셨을 거다. 모스트 식구들 모두 캐릭터가 하나씩 있는데 나만 특징이 별로 없으니까 걱정을 좀 했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감독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감독님께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하시더라. (웃음) 혜진이한테 “기자님 말고 선배라고 불러”라고 말했던 것이 방송된 다음에 감독님께서 차 기자에 대한 반응이 좋아졌다고 전해주셨다. 사람들이 걸크러쉬라고 부르고 있다고.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Q. 황정음과는 MBC ‘골든타임’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신동미 : ‘골든타임’ 때는 내가 혜진이를 엄청 못살게 굴었는데 이번에는 좀 따뜻하게 대해줬다. (웃음) 황정음은 굉장히 성숙해지고, 좋은 배우로 성장해서 많이 놀랐다. ‘그녀를 예뻤다’를 하면서 ‘쟤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황정음이 잠을 많이 못 잤다. 그런 와중에도 정말 많이 챙겨주고, 내 입장에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차주영이 ‘걸크러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혜진이가 잘 받아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
Q. 차 기자가 ‘걸크러쉬’를 일으켰던 비결은 뭘까?
신동미 : 내가 직장을 안 다녀봤기 때문에 커리어 우먼의 느낌을 몰라서 차주영의 캐릭터가 더 잘 살았던 것 같다. 직장 생태계를 모르고 연기를 하다 보니 더 솔직하고 진솔하게 비춰진 게 아닐까.
Q. 차주영과 신동미의 싱크로율이 궁금하다.
신동미 : 열정 정도? (웃음) 난 평소에 너무 장난기가 많은데, 차주영은 완벽한 인물이지 않나. 똑똑해, 일도 잘해, 아침 일찍 풀 메이크업으로 출근할 만큼 부지런해, 옷도 잘 입어. 완전 슈퍼우먼이다. 난 그 정도로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웃음)
Q. 모스트에서 누구처럼 해야 사랑받는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신동미 : 차주영처럼 해야죠. (웃음)
Q. 후배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보라면?
신동미 :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랑 똑같은 질문이다. 풍호(세하), 아름이(강수진), 한설이(신혜선), 선민이(차정원), 이경이(배민정), 은영이(임지현), 준우(박유환)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다. 모스트 팀에서 캐릭터가 겹치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배우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를 예쁘게 그려냈고, 각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모스트 팀을 사랑해줬다고 생각한다.
Q. 왠지 모스트 팀끼리 회식 한 번 해야 할 분위기다.
신동미 : 이건 비밀이었는데, 사실 바쁜 와중에 몇 번했었다. (웃음)
Q.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마다 눈이 빛난다.
신동미 : 촬영 현장에 가는 게 좋다. 물론 작품과 캐릭터에도 고민을 하지만, 현장에서 스태프랑 배우들끼리도 있는 것도 좋고,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 좋다. 그럼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장에 있는 게 재밌다.
Q. 그래서인가. 쉴 새 없이 바로 다음 작품에 출연한다.
신동미 : SBS 일일드라마 ‘마법의 성’에 들어간다. 공세실이라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미인대회 출신 연예인 지망생이다. (웃음) 서구적인 몸매에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했던 이혼녀고, 혼혈아들을 두고 있다. 모스트스러움을 벗고, ‘발연기’를 하는 연예인 지망생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웃음) 어제 대본리딩을 했는데, 작정하고 ‘발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모두 다 빵 터졌다. 그리고 드라마 말고 ‘고산자, 대동여지도’란 영화도 찍고 있다. 첫 사극 도전인데 내가 어떻게 나올지 찍으면서, 스스로도 기대 많이 하고 있다. 감독님이 모니터를 못하게 하시더라고. (웃음)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스타하우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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