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한다고 해놓고 대충한 적은 없다, 한 번도” 인터뷰 말미, 전진에게 “전진을 가장 전진답게 만드는 건 뭔가”라고 물었을 때 그는 “뭔가를 열정적으로 해서 땀을 흘렸을 때”라며 위의 말을 덧붙였다. 확신에 찬 어투로 당당하게. 그도 그럴 것이 촬영 전날, 몸이 좋지 않아 링거까지 맞았다던 그는 ‘슛’이 들어가자 아픈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사진기자의 이런저런 요구에 가끔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일 뿐.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때, “요정 같다!”는 주변의 얘기에 “내 귀가 요정 귀다!”라며 농을 건네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 그였다. 연예계 생활 17년, 7년 만에 솔로 앨범을 내고 돌아온 그가 어떻게 지금까지 정상에 서 있을 수 있으며 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그의 목표가 되어주고 꿈이 되어주는 팬, ‘신화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하던 그에게서 충만한 행복의 기운을 발견했다.

Q. ‘와우 와우 와우(WowWowWow)’ 무대에서도 그렇고, 팬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그렇고, 에너지가 넘쳐 보이더라.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전진 :
나이를 먹어도 체력이 되니깐 어릴 때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거지만,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분이 큰 거 같다. 솔로 앨범을 7년 만에 준비해서 나온 건데, 팬들이 신화 활동 때보다도 더 응원해 주니 거기에서 힘을 많이 얻는다. 팬들이 항상 (음악방송에) 많이 왔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움직였을 때 이런 느낌을 받은 게 처음이라서… 너무 행복하다. 얼마 전에 생방송으로 뭘 한 게 있었는데…Q. 아, Mwave ‘밋앤그릿(Meet&Greet)’ 프로그램.
전진 : 거기에 팬들이 너무 많이 와서 깜짝 놀랐다. 우리(신화)가 그룹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창때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할 때 받았던 그 느낌을 다시 받았다. 팬들도 그 시절의 모습인 거 같아서 에너지가 더 생기는 것 같았고. 뭔가를 또 빨리 하고 싶다, 빨리 보여주고 싶다, 이런 마음이 커졌다.

Q. 오늘 촬영 콘셉트를 ‘순수’와 ‘소년’으로 잡았던 이유가 이번 활동에서 신화 초창기 시절의 전진이 보여서였다. 그 연장선에서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
전진 : 어릴 때처럼 무대에서 인상을 쓰는 건 아니다. 여유 있게 하지만 안무 자체도 그렇고 노래도, 파워풀한 게 있으니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이번에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있는 것과 그 어떤 느낌의 중간을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안무할 때 표정을 이렇게 지어야지, 이런 건 아니고, 하다 보면서 생겼다.

Q. 팬들도 전진에겐 여전히 소년미(美)가 있다고 하더라.
전진 : 그런 얘기를 들으면 고맙다. 오늘 촬영한 사진도, 팬들이 본다면 좋아해 주지 않을까? 많은 스태프들이 한 사람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더 많이 느끼는 때이다.

Q. 이번 ‘리얼(#REAL#)’ 앨범 재킷을 촬영할 때 회사 여자 직원 두 사람의 얘기를 많이 참고했다고.
전진 : 참고가 아니다. 난 아예 사진을 보지도 않았다. 방송에서도 얘기했지만, 팬들 대부분이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가 여자의 마음을 더 잘 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Q. 오랫동안 활동해 왔기에 사진 콘셉트 하나에서도 어느 정도 자기 고집이라든가 이런 게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전진 : 누구나 자신이 보는 게 맞다,고 하지만 그게 맞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 그래서 난 아예 그 부분에서 (고집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나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했는데, 믿고 나니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는 게 있더라. 난 내가 잘하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고, 다른 부분에선 서로 믿으며 합의점을 찾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 이런 게.Q. 자신이 의견을 내세우는 건 어떤 부분에 대한 것들인가.
전진 : 무대나 음악에 있어서 그렇지. 보여지는 것에 대한 건, 내가 좋아하는 게 명확하게 딱 있기 때문에 그것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이번에 팬들의 반응도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난 더 (회사 사람들을) 믿을 수 있겠지.

Q. 이번 앨범에선 작사 작곡에 참여해 음악적인 부분에 개입을 많이 했다.
전진 : 이런 곡이 콘서트 할 때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팬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이번에 쓴 게 타이틀이랑 다른 곡인데, 작업하는 동생들이랑 같이 얘기하면서 했다. 가사에 있어선 조그마한 울타리로 갈까, 크게 포괄적인 설명으로 갈까, 이런 것들을 정하는 게 좀 힘들었다. 사랑이라고 해도,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있고, 그 종류가 많은데, 크게 그런 사랑으로 갈 건지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너만 있으면 돼’도 남녀 사이의 이야기이지만, 팬들과 우리의 얘기일 수도 있는 거다. 노래의 주제를 정하는 게 힘들었는데,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말자, 부르는 사람의 마음만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랑과 이 사랑은 똑같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많이 얘기하며 작업했다.

Q. ‘리얼’ 활동으로 신화 활동 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팬들의 사랑을 느꼈다고 했는데, 이것 외에 전진에게 남겨진 건 뭔가.
전진 : 또 목표가 생겼다는 거. 아까 말한 것처럼 또 나오고 싶다, 빨리 하고 싶다는 계기가 된 활동이었다. 다른 분위기의 내 모습을 얼른 무대 위에서 다시 보여주고 싶다.

Q. 이쯤 돼서 묻고 싶은 게 있다. 벨기에의 아티스트 프란시스 알리스가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태도들’이 있다”고 말한 게 있는데, 한 번 예를 들어보면…
전진 : (가만히 듣고 있는 중)

Q. 말하기, 쉬기, 걷기, 요리하기, 놀기, 실수하기, 신뢰하기, 듣기, 두려워하기 등 다양한 행위와 감정이 작업을 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진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들로 인해서일까.
전진 : 이건 진짜, 팬들 때문이다. 신화창조 때문에 움직이고 있다. 신화창조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은 게 크다. 그리고 그 다음이 대중. 쉽게 말해서, 아무리 앨범이 잘 되고 순위가 높더라도 팬이 날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밖에 나가서는 되게 좋은 사람인데 알고 보니 집에선 못해. 그럼 거짓된 거잖아.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인정한 사람이 밖에서도 인정을 받으면 당연히 박수를 쳐주게 되는, 그런 거다.Q. 자기 자신의 만족보다 팬들의 인정이 더 우선 되는 건가.
전진 : 나도 당연히 만족을 해야지. 그런데 내가 만족하는 건,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Q. 데뷔 초반의 전진과 지금의 전진이 달라진 건 뭐라고 생각하나. 나이는 빼고.
전진 : 철이 들었다. 그리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과 알고 열심히 하는 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거. 회사에서 시켜서 하는 거랑 회사에서 시키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서 능률을 더 올리는 거랑은 다르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플레이어(player)는 나이기 때문에 내 안에서 용납을 해서 진실하게 열심히 하는 것과 속이면서 열심히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젠 그런 것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가름을 할 수 있고, 마인드 콘트롤도 할 수 있고, 일을 할 때 솔직하게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땐 아파도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고 억지로 하다가 일을 두 배로 만들거나 한 게 많았다. 지금은 뭔가를 알고 일을 하는 느낌이다. 이제서야.

Q. 요즘 무슨 생각을 제일 많이 하고 있나.
전진 : 콘서트. 그런데 난 오늘 할 일이 있으면 오늘 할 거에 대해서 생각을 제일 많이 한다. 자기 꿈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매일 그것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잖아. 그건 거짓된 거라고 본다.

Q. 솔직하네.
전진 : 그럼, 솔직하지. 물론 주 관심사는 있겠지. 지금 내 관심사는 이 인터뷰다. 열심히 해야지. 이게 솔직한 거 아닌가.



Q. 혹시, 지금까지 중 자신의 한계선이 느껴지는 때도 있었나.
전진 : 예전에 ‘무한도전’을 하고 개인 앨범을 하고 시트콤하고 뭐 하고 뭐 하고 했을 때. 두 달 동안 하루 빼놓고 거의 밤을 새웠다. 그건 체력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지.

Q. 그때가 몇 년도였더라.
전진 :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군대 가기 전이어서 멘탈적으로도 되게 힘들었다.

Q. 정신적으로 한계가 왔을 때도 그때라고 보면 되나.
전진 : 그때도 그랬지만, 그 전에 어릴 때. 한창 친구나 집안 문제나 이런 것들 때문에, 왜 그 시절엔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들이 많잖아.

Q.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어떤 것이 이제는 내면에 자리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전진 : 내가 긍정적인 성향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버틴 거지, 안 그랬다면 아예 무너졌을 거다.

Q. 현재는 평온한 상태인가.
전진 : 행복한 상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때다. 내가 해야 할 게 있으니깐.



Q. 지금, 행복한가.
전진 : 당연히. 아까 목표가 생겼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것들 때문에 행복한 거다. 주구장창 달려가기만 하면 내가 무엇 때문에 달리는지에 대한 것들을 잊을 수 있거든. 그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오는 슬럼프인데, 뭔가를 하고 싶다는 걸 찾게 되었다는 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얻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제일 행복한 거지.

Q. 사실, 그렇게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게…
전진 : (질문이 끝나기 전에 진지한 말투로) 그런데, 기자님은 꿈이 뭔가.

Q. (질문에 답하는 중)
전진 : 그런데, 그 위에 더 높은 꿈이 있을 수도 있잖아. 뭔가를 계속할 수 있다는 거,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긴다는 게 참 좋다.

Q. 이런,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하는 건가. (웃음) 항상 자신이 그리는 목표점까지 도달하는 편인가.
전진 :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 같다. 보통 땐 생각이 되게 많아서, 그게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내가 뭘 해야 되겠다는 걸 아니깐 행복하다. 잡생각을 덜 할 수 있는 원초적인 방법이 딱 목표를 정하는 거거든. 목표가 없으면 이게 맞나, 아닌가, 이렇게 되잖아.

Q. 그럼 그 확실한 목표는.
전진 : 팬들과 계속 가수로서 만나서 춤추고, 노래하는 거다.

Q. 전진을 가장 전진답게 만드는 건 뭘까.
전진 : 뭔가를 열정적으로 해서 땀을 흘렸을 때.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대충한 적은 없다.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아예 안 했지. 한다고 해놓고 대충한 적은 없다, 한 번도.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전진의 자세한 인터뷰와 다양한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11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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