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2013년 시작된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는 모창 가수와 진짜 가수의 대결이라는 콘셉트로 단숨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오직 목소리로만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히든싱어’의 규칙은 2000년대 이후 ‘보는 음악’에 익숙했던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렇게 ‘히든싱어’는 숨은 가수 찾기라는 게임을 통해 노랫말과 가수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듣는 음악’의 가치를 강조했다. ‘히든싱어’가 없었다면 ‘무대’가 아닌 ‘가수’에 집중하는 음악 예능인 MBC ‘복면가왕’, 케이블채널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이 탄생하기 힘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히든싱어’가 3년 만에 JTBC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히든싱어’의 선장, 조승욱 CP의 역할이 컸다. 그는 스타와 팬이 기적의 무대를 37번이나 연출한 ‘히든싱어’의 숨은 능력자다. 어느덧 네 번째 ‘히든싱어’의 출항을 앞두고 있는 조승욱 CP를 만나봤다.Q. ‘히든싱어’가 벌써 시즌4에 접어들었다. 시즌4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조승욱CP: 시청자들의 사랑, 좋은 가수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많은 분들이 그동안 ‘히든싱어’를 가득 채워주셔서 가능했다.

Q. ‘히든싱어’ 이후로 음악에 집중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것 같다.
조승욱CP: ‘보는 음악’이 성행하는 시대에 음악의 기본인 오디오에 귀를 기울이게끔 아주 조금이나마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웃음) ‘히든싱어’가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라는 모토에 맞게 시청자들이 음악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가사 한 마디 더 음미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었으니까.

Q. 여러 프로그램들은 연출하셨지만, ‘히든싱어’만의 특징이 있다면?
조승욱CP: ‘히든싱어’는 원조 가수, 모창 능력자 이 두 개의 축이 완성이 되어야 방송이 가능하다. 모창 능력자들이 모두 모였는데 가수 쪽에서 방송 출연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고, 원조 가수는 출연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실력 있는 모창자들이 없어서 방송을 못했던 경우가 있다. ‘히든싱어’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 준비를 한다. ‘히든싱어’는 고정 출연자가 전현무 한 명이다. 전현무를 제외하고는 매주 출연하는 가수에 따라 모든 구성이 바꿔야 한다. 한 회 방송이 끝나면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와서 또 새롭게 방송을 준비한다.Q. 웬만한 가수들은 이미 ‘히든싱어’에 출연해서 이제는 저들을 모창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가수들만 남은 것 같다. 그만큼 모창 능력자들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을 테고.
조승욱CP: ‘히든싱어’에 모실 가수들이 점점 적어진다는 의미는 그만큼 모창이 어려운 가수들만 남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미뤄둔 숙제를 이번 시즌에는 해야 한다. 그래도 전보다 모창 능력자에 출연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예심에 부르지 않는다. 신청자들의 영상을 작가들이 보고 가능성이 있겠다 싶은 분들을 1차로 고른 뒤에 예심에 초대한다. 작가들이 발품을 팔아 모창 능력자들을 찾아내는 경우도 많다. 여러모로 작가들이 고생이 많다.

Q. 모창 능력자에 신청하는 비율과 작가들이 발굴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조승욱CP: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래도 ‘히든싱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가 찾아낸 모창 능력자들이 훨씬 많았다. 지금은 반반 정도 된다. 참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간혹 정말 노래를 잘하는 분이 예심에 오실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가수와 얼마나 비슷한가를 따지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Q. ‘히든싱어’의 기초가 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조승욱CP: 모창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모창을 하는 사람과 원조 가수를 한 무대에 올려놓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모창 가수와 원조 가수의 대결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틀을 만들고 여러 예능적인 장치를 더해 ‘히든싱어’를 만들게 됐다.Q. 모창 능력자들 대부분 원조 가수를 향한 팬심이 엄청나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나?
조승욱CP: 파일럿 방송을 준비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창이란 것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보면 흥미롭겠다 생각하고 ‘히든싱어’를 시작한 건데, 모창 능력자들을 모집하고 보니까 ‘따라한다’는 곧 ‘좋아한다’였다. 가수를 좋아해서 또는 노래가 좋아서 수천 번, 수만 번 따라 불렀고, 그러다보니 원조 가수와 비슷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창의 바탕에는 팬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덕분에 단순히 노래하는 음악 게임으로 기획했던 ‘히든싱어’가 가수와 팬의 관계를 도출해내고 그 사이 여러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



Q. 그래서일까. ‘도플싱어 가요제’ 현장을 찾았는데 1등 팀을 뽑는 대회라기보다 명절 맞이 축제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조승욱CP: 정확히 보신 거다. ‘도플싱어 가요제’는 방송 후에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팀들을 모은 자리였다. 이승환의 경우에는 원래 팬들이랑 개인적인 교류를 잘 안 하는 편인데 ‘히든싱어3’에서 만난 ‘발전소 이승환’ 김영관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김영관의 회사에서 진행한 행사에 두 사람이 함께 섭외를 받아 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더라.Q. 섭외할 때 가수들의 반응은 어떤가?
조승욱CP: ‘히든싱어’에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 적게는 5년부터 많게는 3~40년까지 자기 목소리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음악 세계가 탄탄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자기와 비슷한 목소리는 없을 것이란 생각들을 한다. 개그맨들이 하는 모창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그때마다 “일단 나와서 확인보시라”고 말씀 드린다. (웃음)

Q. 모창 능력자들의 실력에 항상 놀란다. 어떻게 원조 가수와 똑 닮은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조승욱CP: 과학적으로 원조 가수와 모창 능력자들의 성문을 분석해보면 100%가 나올까? 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절대 똑같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히든싱어’에서 진짜 가수를 못 찾는 경우가 나오는 것은 그들이 돌아가면서 짧은 소절을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청각이 시각보다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헷갈리기가 쉽다. 노래를 쪼개서 부르게 만든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웃음)

Q. 모창 능력자들은 얼마나 연습을 하는가?
조승욱CP: 평균적으로 1~2달 연습을 한다. 그런데 최종 무대에 올라갈 사람을 미리 뽑아 놓고 연습을 시키진 않는다. 약 2~3배수의 인원을 뽑아 끊임없이 서바이벌을 시킨다. 방송 일주일 전에 모창을 더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출연자가 바뀌기도 한다. 그렇게 떨어지는 친구들 중에서는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도 있다.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아예 연습이 들어가기 전부터 “여기는 실력순이 아니라 얼마나 비슷한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끝까지 최종 5명 안에 드는 사람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공언을 한다.Q. 비슷하지 않으면 바로 시청자들의 차가운 반응들이 나오니까 모창 능력자로 출연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겠다.
조승욱CP: ‘히든싱어’가 대국민 투표로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100명의 관객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지난 시즌에 환희 편이 끝나고 악플이 많았다. 참가자들이 많이들 속상해했다. 환희 편에서 준우승했던 ‘나이트클럽 환희’ 박민규도 악플에 많이 시달렸다. 그리고 왕중왕전, 통합 왕중왕전에서 자신이 환희 편에서 준우승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하면서 한풀이를 한 거고. 그런 상처들이 때로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조홍경 보컬트레이너와 다른 선생님들이 도와주지만 본인이 얼마나 연습하는지도 중요하다.

Q. 제작진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도 있는가?
조승욱CP: 출연자들이 대부분 아마추어니까 현장에서 얼마나 떨지 않고 자기 역량을 발휘하는가도 실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일 컨디션이나 본인 집중력, 열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Q. 앞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종종 시청자들이 생각한 결과와 현장의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현장과 방송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조승욱CP: TV로 방송되는 것은 편집과 오디오 믹싱을 통해서 시청하기 좋게 만든 것이다. 집에서는 1번이 노래를 부르면 1번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현장은 다르다. 우선 큰 스피커가 사람을 소리로 압도한다. 또, 노래가 시작되면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 확인해야하고, 스크린에 나오는 뮤직비디오에 한눈이라도 팔다간… (웃음) 현장은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진짜 가수를 구분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Q. 출연자 대부분이 수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인데, 어떻게 4곡을 추려내는가?
조승욱CP: 히트곡도 많고, 1위를 차지한 곡들도 많은 가수들이다보니 딱 4곡만 선정하기가 너무 어렵다. 우선 모창 능력자들이 모창을 잘 할 수 있는 노래들을 고른다. 그들이 많이 ‘팠던’ 노래를 골라야 잘 따라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최소 10년이 넘는 원조 가수의 음악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곡으로 결정한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주인공인 가수들의 의견도 많이 듣는다.

Q.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처럼 ‘히든싱어’를 통해 숨어있던 가수들의 명곡이 ‘히든싱어’를 통해 재조명되기도 한다.
조승욱CP: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8년 전에 발매한 노래였는데 ‘히든싱어’ 방송이 끝난 이후 차트 역주행을 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마지막 4라운드 곡으로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던 곡이다. 그 당시 대중들이 꼽은 이적의 노래 베스트4에 들어가지 않던 노래였다. 하지만 이적의 최근 음악을 대표하는 곡이고, 우리 프로를 통해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4라운드 곡으로 결정했다. ‘히든싱어’ 때문에 가수들의 노래를 귀 기울여 듣게 되는데 지금 언급한 노래들 말고도 ‘이 노래가 이렇게 좋았나’ 싶었던 음악들이 많다.

Q. 아이유, 태연이 출연한 후에는 ‘히든싱어급 가수가 아니다’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조승욱CP: 원조 가수를 섭외하는 기준은 그 가수를 음악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곡 4곡이 있는가, 그 가수를 따라하는 팬들이 있는가 이 두 가지뿐이다. 경력은 크게 상관없다. 다만 앞서 말한 기준을 10년 차가 안 되는 가수들이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10년 내에 그만큼의 팬층과 음악세계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아이유, 태연 편의 경우에는 안 좋은 의견들도 있었지만 ‘히든싱어’의 시각으로 그 가수들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우리를 통해 가수들을 세상에 보여준 것도 뜻 깊었다.

Q, 시즌2가 아니라 시즌4에서 아이유 편을 진행했다면 그때와 또 다른 반응일 것 같다. 아이유가 그 사이에 많이 성장을 했으니까. 혹시 이미 출연했던 가수들을 다시 부를 생각은 없나?
조승욱CP: 아무래도 원조 가수로 모실 수 있는 분들이 한정적이다 보니 ‘리매치 특집’을 해보려고 모창 능력자도 모집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더라. 재대결이면 시청자들에게 지난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때보다 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니까. ‘리매치 특집’을 준비하면서 제작진들끼리 ‘그때 우리가 허투루 한 것은 아니었어’라며 서로 위로한다. (웃음)

Q, 시즌2는 임창정, 시즌3는 이선희가 첫 번째 원조 가수였다. 이들에 비해 시즌4의 문을 여는 가수로 조금 약하지 않을까?
조승욱CP: 그건 보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보아도 명색이 15년차 가수다. 그리고 2~30대 여성들에게 보아라는 가수의 의미는 굉장히 크다. 많은 2~30대 여자들이 보아를 롤모델로 가수를 꿈꿨다던가, 노래를 따라 불렀다. 현역 여자 아이돌 중에서도 보아를 보면서 꿈을 키웠던 가수들도 많았고. 방송에도 나올 텐데, 보아 편의 예심 참가자들의 수가 역대 최다였다. 사실 시즌1부터 보아를 하고 싶었다. 계속 러브콜을 보냈었는데 스케줄이 맞지가 않아 출연이 성사되지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보아가 데뷔 15주년을 맞는 시기에 ‘히든싱어’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아마 1회를 보면 보아라는 가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거다.

Q. 시즌2 고(故) 김광석 편과 같은 뜻 깊은 시간을 시즌4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조승욱CP: 이번 시즌에 고(故) 신해철 편을 생각하고 있다. 곧 있으면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주기가 된다. 그의 1주기를 목표로 준비 중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Q. 지난 3년간 ‘히든싱어’를 연출하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조승욱CP: 어서 ‘히든싱어’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웃음) 일단 내년 1월까지는 ‘히든싱어4’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전념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CP 역할을 맡고 있으니 나보단 먼저 후배들이 좋은 프로그램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다. 다른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건 그 뒤에 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PD인데 당연히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처음 ‘히든싱어’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모창 능력자 사이에 숨어있는 진짜 가수를 찾는 게임쇼였다면 시즌4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음악 쇼의 형식을 취하지만 한 가수의 과거부터 현재를 보여주는 토크쇼 같다.
조승욱CP: 많은 가수들이 팬들을 가까운 곳에서 만날 자리가 없다고 하더라. 팬들 개개인을 만나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와 어떻게 자신을 좋아하게 됐는지, 왜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지 들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수들이 ‘히든싱어’에 출연하고 나면 초심을 얘기한다. 데뷔했을 때의 초심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수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큰 힘을 얻고 돌아간다.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난 건데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그래서 이런 의미들을 담아서 시즌4의 캐치프레이즈를 ‘가수가 진짜 가수가 되는 곳’으로 정했다. 가수를 진짜 가수로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것이 내 목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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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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