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펄떡펄떡, 살아 숨쉰다. ‘화이’에서 깊은 정서를 내보였던 여진구는 ‘서부전선’에선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침없다. 동물적 감각에 의존해 만들어낸 생생한 에너지로 극에 활력을 부여한다. 러시아의 유명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가 ‘무대에 설 때 결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배우들에게 당부한 것처럼, 그는 스크린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과 많이 닮은 듯한, 순수한 소년의 얼굴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연기한 ‘서부전선’의 영광은 어쩜, 여진구 그 자체일지도. “아직까진 행복하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어 보이던 그의 얼굴에서 때론 코믹하게, 때론 서글프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던 영광의 모습이 묘하게도, 오버랩 되었으니 말이다. (*이 인터뷰에는 ‘서부전선’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서부전선’에서 뭔가 작정하고 코믹 연기에 덤벼든 느낌이 들더라. 몇 달 전 KBS2 ‘연예가 중계’ 인터뷰에서 자신의 예능감에 ‘수’를 준 것도 그렇고, 코믹 요소가 있는 극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여진구 : 하하하하하. 내가 그런 거에 욕심이 있다. 무거운 역할도 재미있지만, 촬영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역할에도 관심이 있다. 그건 말 그대로, 정말 재미있으니깐.Q. 영화를 보면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도 있지만, 배우 자신이 그러한 정서를 표현해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표정 근육을 과하게 쓴다거나, 눈을 크게 뜬다거나, 호흡을 좀 더 빨리 내뱉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여진구 : 그런 부분에서 의도한 건 없었다. 극에서 내가 맡은 영광이 캐릭터가 이제 갓 전쟁터에 나와 전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친구이지 않나. 그건 실제의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꾸미거나 만들어 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익숙하면 익숙한 대로 낯설면 낯선 대로, 날 것 그대로 한 번 표현해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그런 작업을 해 봤다.

Q. 여태까지는 직조하듯 연기해 왔던 건가.
여진구 : 그건 작품의 색깔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전작들에서 내가 맡았던 캐릭터들은 어두운 부분이 많았다. 무겁기도 했고. 그리 가벼운 캐릭터들이 아니었기에 나 스스로 인물의 감정선이나 여러 가지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서부전선’ 같은 경우엔 그렇게 정리하면 작위적인 느낌이 들 거 같아 현장에서 편하게 연기했다.

Q. 편하게 연기하려고 마음먹으면 실제로도 편한가? 또, 편하게 느낀다고 해서 쉬운 건 아닐 텐데.
여진구 : 마음가짐으론 좀 편했다. 뭔가 걱정도 덜 되었고, 그냥 한번 부딪혀 보자, 이런 패기도 생겼다. 그렇다고 영광이란 캐릭터가 쉽진 않았다. 전쟁터에 홀로 남겨질 때 느꼈을 두려움이나 적과 일대일로 맞닥뜨렸을 때의 긴장감 등이 어느 정도일지 잘 헤아려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어렵지만 나오는 대로 한 번 해볼게요, 이런 식이었다. 현장에서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봤다가 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다. 그리고 이번에 현장에서 은근히 운도 따라줘서 시나리오에는 없는, 재미난 요소들이 나오기도 했다.Q. 그건 뭐였나.
여진구 : 처음에 남복(설경구)을 만나서 수류탄을 던졌을 때 나무에 맞아 날아갔던 거. 원래는 제대로 던지고 도망가는 거였는데, 던졌더니 뒤에 수류탄이 딱 있어서 깜짝 놀랐다. 던졌는데 그게 계속 나무에 맞더라니깐! (웃음) 그랬기에 나도 현장에선 감으로 많이 움직였다.



Q. 날 것 그대로 한 연기가 스크린에 잘 구현된 거 같던가.
여진구 : 현장에서 이렇게 작업한 적이 처음이어서 우려가 컸다. 이렇게 해도 될까, 이 정도로 해서 표현이 될까 싶은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잘 만들어 주신 거 같다. 현장감도 그렇고 영광이 캐릭터가 잘 살게끔 영화가 나온 거 같아 영화를 보면서 너무 좋았다.Q. 남복을 때리는 신에서, ‘여진구, 배포가 참 크구나’ 싶기도 했다. 설경구가 워낙 대선배이지 않나. 그런 신들을 찍기 전에 서로 얘기한 부분은 없었나.
여진구 : 내가 남복의 뒤통수를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선배님께) 얘기를 안 하고 찍었다. 하하하하하. 감독님께 “여기서 (남복의) 뒤통수를 때리면 어떤가” 했더니 감독님이 “하고 싶으면 해”라고 하셨거든. 그래서 선배님한테는 말씀을 안 드리고 때렸는데, 으하하하하하. 조금 긴장되긴 했지만 선배님이 깜짝 놀랐다고만 하시면서 잘 넘어가 주셨다.

Q. 아니, 지금 너무 좋아하며 말하는 거 아닌가. (웃음)
여진구 : 하하하하. 그때, 진짜 재미있었다. (영화로 봤을 때) 장면 자체도 재미있고.

Q. 사실, 이 영화에서의 관건은 설경구 여진구, 두 사람의 ‘케미’가 얼마나 잘 살았느냐가 아닐까. 다행히 두 사람이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어우러진 거 같아 보였다.
여진구 : 처음에 선배님을 뵈었을 때부터 그 얘기를 꺼내시더라. 편하게, (극중에서의) 적으로 생각하라고. 그러다 보니 난 선배님을 정말 적으로 생각하면서 때리기도 하고 욕도 하고 그랬지. 선배님이 먼저 내 마음을 헤아려 주신 것 같았다. 너무 감사했다. 시나리오 읽을 땐 “하하하, 재밌다, 재밌다” 하면서 읽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촬영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그랬는데 선배님이 먼저 그 얘기를 해주시니 난 너무 편하게 촬영했다.

Q. 현장에서 겪어 본 설경구는 어떤 선배였나.
여진구 : 설경구 선배님은 그냥 남복이었다. 연기하실 때와 평상시와의 차이점을 잘 못 느끼겠더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선배님은 영화에서와 똑같았다. 그게 너무 좋았다. 선배님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됐다.

Q. 최근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설경구에게 “여진구에게 부러운 게 뭔가”라고 물으니 “젊음”이라고 답했다. 역으로, 여진구가 설경구에게 부러운 게 있을까.
여진구 : 제일 부러운 건, 선배님의 ‘경험’이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그 노련함과 연기적인 경험. 선배님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서야 그런 것들을 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통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해 나가면서 선배님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Q.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선배들과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어떤가.
여진구 : 또래 배우들과 같이 촬영하면 현장에 에너지가 넘치고 분위기가 굉장히 밝다. 재미있지. 선배님들이랑 촬영할 때면 재미도 재미지만, 그것보다 선배님들의 연기적인 에너지가 엄청나다. 난 그냥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 에너지는 내가 나타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라서 선배님들이랑 연기하면 나도 모르게 안정적으로 변하는 거 같다.

Q. 충무로에서 여진구 또래의 배우가 선배 배우들과 투 톱으로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이 없다.
여진구 : 그렇지.

Q. 그런 점에서 꽤나 독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서 오는 부담감은 없나?
여진구 : 아, 전혀 예상을 못한 질문이다. 하하. 부담감은 없다. 그저 감사하다. 선배님들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선배님들에게 항상 많이 배우고 있다. 실질적으로 어떤 말로 나에게 알려주시는 건 아니지만 옆에서 함께 연기를 하다 보면 내가 얻어 가는 게 정말 많다. 선배들이랑 연기하는 게 너무 좋다.

Q. 지금 계속 ‘선배들’에 대해 얘기했는데, 사실 여진구가 연기한 지 10년이 됐다.
여진구 : 하하하… 10년까지는… 내가 생각하기에 연기에 제대로 흥미를 가지고 캐릭터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한 건 한 5, 6년 정도 되었다.

Q. 그렇게만 따져도 길다. 본인이 지금 어느 정도 선까지 와 있는 거 같나.
여진구 : 글쎄… 아직은 선배님들한테 기대서 가는 게 편한 건 있다.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극을 이끌어 가는 게, 당연히 아직은 그게 편하다. 연기적으로든 아니면 개인적인 경험이든, 내 경험도 많이 부족하니깐. 크게 욕심을 부리고 있지 않다. 어련히 때가 되면 나도 준비가 될 거 같다.

Q. ‘아역’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역 이미지는 완전히 탈피한 거 같은데, 앞선 선배들, 유승호라든지 이현우라든지, 그들을 보며 나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겠다 식의 생각도 해보곤 하나.
여진구 : 우선, 내가 봐도 진짜 멋있는 형들이다! 그런데 난 승호 형이나, 현우 형 과(科)는 아니잖아. (웃음) 꽃미남 과가 아니라서…

Q. 왜, 매번 말하던 ‘돌’미남에서 ‘꽃’으로 올라가고 있는 거 같은데?
여진구 : 하하하. 그냥 난,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그게 나 혼자서 도전하는 느낌이 아니라 내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도 다 같이 공감하실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역할이나 전에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계속해서 연구를 해야지.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Q. 다양한 걸 보여주려면 인풋(input)도 많아야 하지 않나.
여진구 :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다 겪어 봐야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을 거 같다.

Q. 연애도.
여진구 : 연애도 해 봐야겠지.

Q. 가슴 아픈 사랑도?
여진구 :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다. 하하. 너무 솔직했나? 절절한 사랑!

Q.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세 가지 중 연애가 있길래, ‘사랑이 아니라, 연애?’라고 생각했다.
여진구 : 우선은 연애. (웃음) 사랑까지 가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 하하하. 연애를 아직 한 번도 못 해 봐서… 사랑의 상처도 천천히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한 번에 갑자기 깊은 상처를 받으면 헤어나올 수 없을 거 같다.

Q. 상처를 받으면 ‘서부전선’ 제작보고회 때 성인이 되면 하고 싶다고 말했던, 심리적으로 꼬인 역할도 해볼 수 있을 거다.
여진구 : 그런 역할만 할 수도 있다! 하하하.

Q. 다들 여진구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멜로 연기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데, 실제로 로맨틱한 면이 있나?
여진구 : 없는 거 같다. (웃음)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 진짜로… 이벤트 같은 거… 아… 절대 못한다. 누군가를 막 괴롭히고 약 올리는 건 좋아하는데 애정표현은 잘 못한다.

Q. 애정표현의 최대치는 어느 정도까지인가.
여진구 : (애정표현이) 진짜 없다. 무뚝뚝한 편이라서… 동성 친구가 편하다.

Q. 이번에 ‘서부전선’ 촬영 스태프들에게 손편지를 일일이 써 줬다고 하는데, 감정 표현을 못한다는 말은…
여진구 : 아, 그건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이런 편지 내용들이다. 그런 게 아니다. 스태프들을 위한 거니깐 크게 오글거리거나 하지 않는데 만약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건 좀 다를 거 같다. 내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내가 남자애들한테는 되게 다정하고 잘 챙겨주는데, 여자… 이성 친구들에게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약간 어려워한다.

Q.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런 거 되게 좋아할 텐데.
여진구 : 그런데, 내가 여자친구한테까지도 그럴 수 있다. (일동 폭소) 그러면 여자친구 입에서 난 너한테 뭐야,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어서. 하하하하. 아, 이성 친구들은 진짜 어렵다.

Q. 친하게 지내는 ‘여자 사람 친구’도 없겠다.
여진구 : 정말 친하게 지내는 친구, 세 명 정도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봐서 거의 남자친구들처럼 지낸다. 우리 학교 옆에 여고가 있는데, 그 친구들을 못 보겠더라고. 눈도 못 마주치겠다. 서로 피한다. 하하.

Q. (웃음) 어릴 때부터 꿈이 정해져 있었다. 연기 말고 다른 건 생각 못하겠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연기가 왜 재미있나.
여진구 : 내가 고쳐야 하는 성격 중 하나가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본다는 거다. 그게, 그만큼 또 빨리 식거든. 식으면 절대 안 쳐다보는 스타일이다. 친구들이 나한테 ‘양은냄비’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다 보니 게임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면에서 쉽게 질려 하는 편이다. 그런데 연기는 경우의 수가 많잖아. 그러니 계속 빠지는 일밖에 없는 거 같다. 너무 재미있다.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오기도 생기고.



Q. 곧 스무 살이 되는데, 연기 외적으로는 뭘 제일 많이 생각하나.
여진구 : 음식 생각을 되게 많이 한다. (일동 웃음) ‘치맥'(치킨+맥주)! 진짜 한 번도 안 먹어 봤거든.

Q. 소신 같은 건가? 출연했던 영화 ‘화이’도 청소년 관람불가라 아직까지 못 본 걸로 아는데.
여진구 : 소신이기도 하고, 여태까지 지켜온 걸 쉽게 잃을 수는 없다, 라는 고집이기도 하고. 그래서 (내년) 1월 1일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Q. 1월 1일 ‘땡’ 하면 뭘 할 건가.
여진구 : 우선 호프집에 가서 치킨이랑 맥주를 먹어 봐야지! 하하.

Q. 어딘가에서 먹고 있겠구나. (웃음)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 왔기 때문에, 과거를 떠올리면 그때의 시간이 작품으로 기억되나. 몇 살엔 내가 무슨 작품을 했지, 이런 식으로.
여진구 : 그렇게 생각하면 좀 더 수월하게 많은 것들이 떠오르는 건 맞다. 작품과의 추억이 많은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학교에 대한 추억이 없는 건 아니다. 수련회 갈 때나 이런 날엔 촬영 빠지고 잘 다녀왔다. 그래서 오히려 친구들이 날 부러워했다. 어떻게 이런 날만 (학교에) 오느냐면서. (웃음)

Q. 2년 전쯤 “키도 크고 누구라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남자가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 있다. 어떤 것 같나. 여진구는 그렇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 거 같나.
여진구 : 어… (웃음) 그건 워너비, 워너비다. 이제 거기에 책임감이 강한 남자가 추가되어야 할 거 같다.

Q. 어떤 책임?
여진구 : 자기가 맡은 일이나, 자기가 한 말은 최대한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러니깐 무슨 이상형 말하는 거 같아. 하하.



Q. ‘서부전선’의 천성일 감독이 언론시사회에서 “전쟁은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가장 잔인한 것이며,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그만한 코미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빗대어 물으면, 여진구의 인생은 멀리서 봤을 때, 가까이서 봤을 때, 어떤 모습인가.
여진구 : 생각을 한번 해봐야겠다.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나는 멀리서 봤을 때는 많은 분들이 부러워 할만큼의 진짜 큰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 거 같다. 그리고 가까이서 봤을 때엔… 아, 어렵다. 하하.

Q.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여진구 : (한참 후) 나는… 가까이서 봐도 행복한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을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하고 있으니깐. 행복하다, 란 말이 자꾸 생각난다. 그러니 계속해서 열심히 해야겠다.

Q. 연기할 때 고통스럽거나 힘든 적은 없었나. 그런 감정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연기하는 게 행복한 건가.
여진구 : 고통스럽다기보단, 연기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쉽지 않다’는 거다.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작업인 거 같다.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는다. 연기를 하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계속해서 내 생각 자체가 바뀌니 가끔은 좀 희한하기도 하고. 뭔가 카오스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 속에서 어찌 되었든 어떤 인물에 대한 정의를 찾아간다는 게 재미있다.

Q. 그렇다면, 여진구가 생각하는 여진구를 정의해 본다면?
여진구 : 아악. (웃음) 나는 그냥 지금은 한없이 좋다. 아직까진 행복하다. 전 앞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말하고 싶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 좀 냉철하게 보면 아직까지는 행복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거 같다. 요즘, 되게 좋다. 가을이라 그런지 날씨도 좋고. 하하.

Q. 자신을 ‘양은냄비’ 같다고 했는데, 그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계속해올 수 있는 건 연기에 뭔가가 있기 때문 아닌가. 그건, 뭘까.
여진구 : 연기는 내게 있어 정말 강한 불 같다. 나를 식지 않게 만들어주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참 고맙기도 하면서, 누구보다도 그걸 필요로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내 몸이 녹아 없어지지만 않으면야, 뭐.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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