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김재원이 왕으로서의 마지막 책임감을 보이며 조정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화정’에서는 인조(김재원)가 봉림대군(이민호)을 세자로 책봉하고 대리청정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정권을 잡은 봉림과 정명공주(이연희)의 세력이 ‘이이제이’ 전략으로 김자점(조민기)과 강주선(조성하)을 동시에 잡으며 통쾌함을 안겼다.이 과정에서 그 동안 못난 왕이자 실패한 군주로 여겨져 왔던 인조(김재원)가 뜻밖의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인조는 중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봉림을 세자로 책봉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김자점이 “그 자리는 숭선군께 내린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크게 반발하자, 인조는 시치미를 떼며 “그랬나? 과인이? 아, 좌상이 그런 것 어떠냐고 물었던 것 같군. 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네”라고 답해 중신들 앞에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자점은 “봉림대군은 정명공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를 기어이 공주와 그 무리들에게 내어주실 작정입니까?”라고 설득했지만, 인조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대군을 세자로 책봉한다는 교지를) 반포하게”라며 다시 한 번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이어 봉림을 부른 인조는 “책봉식을 끝내거든 대리청정을 하거라. 막상 앉아보면 어좌의 무게에 숨이 막힐게다. 김자점에게 주느니 너한테 주는 게 낫겠지. 어디 한 번 해봐”라며 정사를 내려놓았다.

나아가 인조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조는 문안인사를 온 봉림을 향해 “넌 해내거라 세자. 니가 무얼 하려 하든 나보다는 나았으면 싶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붉어진 눈빛에 담긴 진심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정치를 하며, 강인한 결단력을 보여준 인조의 모습은 결국 그 역시 왕이었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더욱이 봉림대군을 향해 당부를 하며 보여준 뜨거운 눈빛에는 슬픔, 걱정, 자조 등 수 만 가지의 감정이 넝쿨처럼 엉켜져 있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동시에 어깨를 짓누르는 어좌의 무게를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낸 김재원의 열연 역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하는 광해군과 정명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화정’은 매주 월, 화 밤 10시 MBC를 통해 방송된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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