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아이돌 밴드의 선입견을 탈피하기 위해 성장을 노력했던 씨엔블루

데뷔곡부터 최근까지, 가장 드라마틱한 가창력의 진화를 보여준 샤이니 태민

성장, 성숙, 발전…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키워드들이다. 많은 가수가 컴백 앨범을 발표하지만, 유독 아이돌은 성장과 성숙을 주로 표방한다. 여기에 아이돌의 재평가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EXID와 여자친구의 역주행, MBC ‘일밤-복면가왕’ 등 음악예능에서 시작된 아이돌의 편견 깨기 또한, 아이돌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왜 항상 아이돌은 성장과 재평가를 강조할까.강조는 아이돌의 원죄와 같은 콤플렉스에서 출발한다. 아이돌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인식이 강하다. 외모가 빼어난 청소년을 모은 트레이닝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을 것이란 대중의 선입견이 쌓였다. 음악보다 인기나 화려함만을 쫓을 거란 의구심도 뒤따랐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점점 자라게 되는 출발선도 영향을 미쳤다.

씨엔블루가 지난 14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얘들이 밴드냐. 리얼 사운드가 아니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 억지로라도 그 성향에 맞춰서 곡을 썼다”며 아이돌 밴드로서 가졌던 선입견에 대해 고백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씨엔블루는 데뷔 전 일본 인디씬에서 경험을 쌓고, 데뷔 앨범부터 자신들의 자작곡을 수록하며 음악을 추구했지만, 멤버들이 드라마 출연으로 인한 인기와 대형 기획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짜 밴드란 비판을 받아야 했다.

만들어졌다는 콤플렉스로 아이돌은 항상 자신의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돌이 그 성장을 보기 좋게 증명할 때, 우리는 더 열광하게 된다. 댄싱머신 막내에서 고음 애드리브까지 소화하게 된 샤이니 태민의 폭풍 성장, 전곡 자작곡으로 앨범을 만드는 B1A4의 셀프 프로듀싱 능력, 자작곡으로 유닛 빅스LR을 결성한 콘셉트돌 빅스의 레오와 라비 등은 이미 알려진 성장 사례다. 씨엔블루 정용화의 경우, 올해만 27곡의 자작곡을 발표했다. 매 앨범 작사와 작곡 크레딧에 이름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음악 예능이나 커버 영상을 통해 가창력을 증명하는 순서가 일반화됐을 정도다. 무작정 자작곡을 발표하는 것이 진짜 증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을 위한 가수의 노력을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한다.증명은 평소의 노력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최근 걸그룹 여자친구의 직캠 영상이 역주행으로 이어진 것도 성장을 증명한 경우다. 여자친구 멤버들이 빗속 무대에서 8번 꽈당 넘어지는 영상은 큰 감동을 일으켰다. 감동은 ‘오늘부터 우리는’이 음원차트 10위권에 진입하는 역주행의 성과도 만들어냈다. 콘텐츠의 힘도 있지만, 직캠을 통해 걸그룹이 무대 위에서 예쁜 외모로 노래와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열심히 춤을 추는 여자친구의 모습은 한 편의 성장만화를 보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역주행을 부른 여자친구 직캠

아이돌 성장의 큰 힘은 덕후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소위 말하는 ‘비주얼 입덕’이 공고한 팬심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도 끊임없는 성장을 통해 ‘좋아할만한 이유’를 계속 던져주기 때문이다. 아이돌을 인터뷰할 때마다 항상 팬들을 항한 감동적인 말을 듣게 된다.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팬서비스는 당연하지만 조금 더 실력을 많이 보여드려서 (팬들이) 우리를 지지하는 의미를 조금 더 많이 주고 싶다” 였다. 아이돌은 성장을 보여주고, 팬들은 그 성장의 발판이 되면서 동시에 그 성장을 기뻐한다. 성장을 향한 서로의 노력이 쌍방향이 될 때 아이돌과 팬은 더 긴밀해진다. 아이돌과 팬의 연결고리, 그 속에 ‘성장’이 있다. 아이돌이 계속 성장하는 이유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여자친구 직캠 캡처, 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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