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경희궁 뒤편 길고 조용한 골목 안쪽에는 복합문화공간 에무가 위치해 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이곳에, 홍대를 주름잡는 인디 뮤지션들이 모였다. 그리고 벌어진 한바탕 파티. 아티스트와 팬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음악과 맥주가 넘실댔다. 흡사 비밀스러운 록 페스티벌의 프라이빗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지난 5일과 6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는 최규성 평론가의 ‘골든 인디 컬렉션 – 더 뮤지션’ 발간을 기념하는 공연이 열렸다. 둘째 날 공연에는 빅베이비드라이버를 비롯해 권나무, 이장혁, 정밀아, 백자가 무대에 올라 농밀한 음악을 들려줬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빅베이비 드라이버 권나무 백자 정밀아 이장혁
빅베이비드라이버
빅베이비드라이버는 시작부터 관객들의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날 공연장에는 100명 이상의 관객이 몰렸던 터. 전날 밴드 공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응이 적을까 마음을 졸였는데, 이게 웬걸. 우려는 보기 좋게 깨졌다.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살랑거리는 목소리는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질였다. 관객들은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들 마냥, 열성적으로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수줍음과 설렘을 동시에 머금은 무대. 공연의 시작을 알리기에 최적의 선택이었다.

권나무
이날 여성 관객들의 애정은 권나무가 독차지했다. 책에서 읽었던 “착한 미소를 머금으며 눈을 지그시 뜨고 객석을 바라보는 모습”을 실제로 접하니, “여심을 파고든다”는 빅베이비드라이버의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권나무는 또한 밴드 크랜필드의 멤버 이성혁과 함께 무대에 올라 보다 풍성한 소리를 들려줬다. 권나무의 통기타와 이성혁의 클래식 기타가 엮어낸 화음은 섬세하고 달콤했다.

이장혁
이장혁의 무대는 관객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최고의 관심사였다. 인디 1세대인 그는 뮤지션들 사이에선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존재. 심지어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 자리에서는 출연 뮤지션들이 이장혁의 사인을 받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본좌’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관객과의 교감도 깊었다. 이장혁 특유의 고독함이 객석을 침잠시켰고, 관객들은 조용히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정밀아
‘골든 인디 컬렉션’의 수많은 사진들 중 늘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상고대에서 찍은 정밀아의 사진이다. 신중한 성격의 영향일까. 그는 느릿하고 차분한 음악을 들려줬다. 아름다운 노랫말은 한 편의 서정시를 떠오르게 했다. 함께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밀아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백자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 백자. 넓은 의미에서 포크로 함께 분류됐지만, 그는 앞서 등장한 뮤지션들과는 사뭇 다른 색깔을 지녔다. 노래패 출신답게, 거침없고 시원한 소리를 들려준 것. 몸이 근질거렸던 관객들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무대가 됐을 터였다. 백자의 힘 있는 가창과 남성적인 카리스마는 공연의 뒷맛을 개운하게 씻어줬다.

공연 내내 가장 ‘핫’ 했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골든 인디 컬렉션 – 더 뮤지션’의 저자 최규성 평론가였다. 무대에 오른 뮤지션들 마다 “최규성 선생님께서 ‘인생짤’을 남겨주셨다”며 감사를 표했고, 팬들 역시 그의 사인을 받으며 즐거워했다. 더불어 현장에 준비된 300여 권의 ‘골든 인디 컬렉션 – 더 뮤지션’ 도서도 완판됐다는 소식이다. 최규성 평론가는 무대를 향해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다가도, 이내 카메라를 들고 공연 사진을 찍으며 또 다른 ‘인생짤’ 생성에 나섰다. 책은 완성됐지만 그의 인디 수집은 계속되고 있던 셈이다.

출연 뮤지션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골든 인디 컬렉션 – 더 뮤지션’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오는 25일까지 사진전도 개최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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