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전략)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어
하늘을 날게 될 거란 내용의
만화 속의 내 영웅에 배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네요
(중략)
친구들아 미안해
툭하면 바쁜척해서 미안해
(중략)
니들 말처럼 난 그래도 하고픈 음악으로 밥
벌이하며 꿈을 쫓아버린 너완 달리
여전히 쫓기듯 꿈을 쫓아가고 있잖아
(중략)
끝이 보일 듯 안 보이는 긴 터널의 반복
정체 돼있는 삶이어도 엔진을 더 달궈
계속 추월 당해도 돼 잠시 돌아가도 되니까
(중략)
왜 나만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지
왜 나만 비보호 기로 앞에 놓이는지
후회남아 도전한 절박함을 절실히 감추고픈
내 용기가 누군가의 그릇의 크기와 비교돼야 하는지
(중략)
쳇바퀴 굴러가게 내버려둬
되물어 더 드라마틱한 내 삶을 꿈꾸는 법
멈추지 말고 엑셀을 밟어
연기를 뱉어 내버리듯
– 행주 ‘베스트 드라이버(Best Driver)’ 중힙합그룹 리듬파워의 행주를 인터뷰하고 싶었던 건 솔로 앨범 타이틀곡 ‘베스트 드라이버’의 가사를 음미하고 나서다. 노래 속 화자는 많이 지친 삶의 단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멈추지 않고 엑셀을 밟는다. 제목 또한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베스트 드라이버’다. 자조 섞인 내용의 끝에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공감과 감동을 줬다. 래퍼들은 대부분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가사에 담는다. 행주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을까.
행주와 인터뷰 후 인터뷰 내용을 곱씹으며 다시 들으니 또 새롭다. ‘베스트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모든 트랙 하나 하나 깨알 같은 비유와 리듬파워의 상황을 묘사하는 장치에 무릎을 탁 치기도 한다. 행주는 ‘쇼미더머니4’에 나갔지만, 예선에서 탈락한 래퍼다. 같은 그룹 멤버 지구인은 박재범과 로꼬가 이끄는 AOMG팀에 뽑혀 본선까지 진출하며 활약했다. 두 사람의 목표는 같다. 모두 리듬파워라는 자신들의 그룹을 알리기 위해 ‘쇼미더머니4’에 지원했다. 나머지 멤버 보이비는 군에 입대한 상태다. 행주는 비록 탈락했지만, 목표를 잃지 않았다. 지구인이 활약할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다이나믹 듀오, 자메즈, 던밀스 등이 피처링하며 힘을 보탰다.
자신의 이야기를 100% 솔직하게 담은 행주는 앨범의 거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들었다. 심지어 앨범 재킷에 있는 면허증 사진도, 도로 위에 자신의 면허증을 직접 갖다놓고 찍어 내용을 합성한 사진이다. 인천 주안역 즉석 사진기에서 증명사진까지 찍었다. 솔로 앨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리듬파워 알리기’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리는 진짜 ‘베스트 드라이버’였다.Q. 이번 솔로 앨범 ‘베스트 드라이버’의 기획, 제작, 마케팅까지 다 직접 했다고.
행주 : 예전에 제이통이란 래퍼가 ‘모히칸과 맨발’이란 앨범을 낼 때 제작비만 지원받고 했다. 이번 나의 솔로 앨범은 회사 소속인 아티스트에게 처음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앨범에 사용된 모든 소품이 내 차다. 사진도 직접 찍었고, CD에 사용된 타이어 무늬도 내 차 타이터 무늬다. 뮤직비디오도 입던 옷 그대로 했다. 금액 부담도 적었다. 많은 돈을 쓴 앨범보다 멋있는 것 같다고 흔쾌히 생각했다.
Q. 평소 운전 중 또는 차 안에서 가사 작업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행주 : 조용한 자리에서 가사를 쓰려고 하면 안 나온다. 운전하면 가사가 떠오른다. 트렁크에 캠핑용 의자가 있는데 가사가 떠오르면 차를 대놓고 의자를 꺼내 그 자리에서 가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번 앨범이 특히 가사나 멜로디가 80% 이상 그렇게 나왔다. 정차할 때가 없으면 휴대폰에 음성메시지로 녹음해놓고 그랬다. 급하면 그냥 음성메시지 보내기 누르고 막 혼자 떠든다. 도착하고 나서 주차장에서 녹음을 들으며 가사를 적는다. 집에서 쓰는 시간보다 주차장에서 쓰는 시간이 많다. 래퍼들이 카페에서 가사 쓰는 걸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차 안에서 가사 쓰는 걸 느끼니까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주차장은 신기하게도 특이한 공간이다. 시간이랑 기름값이 제작비인 셈이다. 하하.
Q. 솔로 앨범을 어떻게 발표를 결심하게 됐나
행주 : 솔로 앨범을 낼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이 곡들은 혼자 떠올리면 쓴 곡들 중 하나다. 제일 처음 작업한 곡이 타이틀곡 ‘베스트 드라이버’다. 이 곡을 무료로 공개하거나 지구인이랑 앨범을 낼 때 그 앨범 안에서 솔로 트랙으로 넣으려고 했던 곡이다. 그런데 ‘쇼미더머니4’ 탈락 이후에 지구인이 열심히 할 동안 내가 자괴감에 빠질 바에 작업을 하자고 생각했다. ‘베스트 드라이버’란 곡이 제일 중요하고, 이 곡을 마지막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앞 트랙에 있는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진행 과정이 특이하다. 자동차 주행할 때 명칭들을 넣어 살을 붙여 포장을 했다. 사람이 운전하다 보면 난폭할 때도 있고, 신나게 달리고 싶을 때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다. 힙합씬에 들어오고 나서 20대를 바쳤는데 주행에 묘사했을 때 결국 방황하고 집에 오는 것이 ‘베스트 드라이버’다.Q. ‘쇼미더머니4’를 탈락이 솔로 앨범 제작의 결정적인 계기구나.
행주 :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쇼미더머니4′ 탈락 이후다. 회사에서는 반신반의했다. 나는 리듬파워 3분의 1의 포지션을 맡고 있다. 노래도 하고, 랩도 했다. 솔로 트랙을 한 곡도 보여준 적이 없는 애인데 랩을 잘하고 뭐하고 떠나서 앨범을 만드는 것에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투자란 방식을 한 것 같다. 믿지만 믿지 못하는, 그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투자 금액에 대한 불만, 앨범 발표 시기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
Q. 탈락이 어떤 영향을 준 것인가?
행주 : 생각했던 것보다 탈락을 너무 일찍 해서 멘붕에 빠졌다. 어찌됐든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쇼미더머니4’ 나가기 전 한 달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지구인과 나 둘 다 올라갈 수 없으니까 한 명이 탈락할지언정 우리는 팀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하자. 탈락 이후 지구인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연락을 안했는데 지구인이 잘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 거다. 지구인도 내가 떨어졌는데 자기는 살아나가면서 행복해야 하는 건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걸 보고 지구인은 열심히 하는데 나는 혼자 바보같이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탈락 후 일주일 만에 솔로 앨범을 결심했다. 나도 내 자존심을 상했으니까 사람들에게 증명할 공간을 만들도록.
Q. 스킷 ‘승차거부’는 ‘쇼미더머니4′ 디스한 것인가?
행주 : ‘쇼미더머니4’ 때 예선 때 했던 랩을 그대로 다시 담은 것이다. 무반주로 그대로 담았다. 그 이후에 수정한 가사가 없고, 그걸 듣고 타블로 형이 탈락을 시켰지.Q. 타블로 형을 찾아가고 싶지 않나? 하하.
행주 : 절대 그럴 생각 없다. 그 상황이 그런 것이지. 왈가왈부 싶지 않다. 징징대고 싶지 않고. 대신에 솔로 앨범이 탄생했다. 그 정도의 위험 부담을 생각 안 하고 ‘쇼미더머니4’에 나간 것도 아니고, 거기에 대한 불만은 없다.
Q. ‘쇼미더머니4’각 각종 논란을 일으키면서 마무리됐는데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
행주 : 나에게 ‘쇼미더머니4’란 프로그램은 진짜 단순하다. 그냥 우리를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트랙 중에 스킷 ‘해태 타이거즈’ 가사에서 보듯이 서른의 우리가 월급도 아닌 연봉 500만원이다. 편의점 파트타임 알바를 해도 그것보다 많이 번다. 장남으로서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쇼미더머니4’가 힙합 문화를 망친다 어쩐다 겨를이 없이 우리는 이 무관심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필요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에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Q. 인천 출신인 것으로 자부심이 높은데 노래 제목이 현대 유니콘스도 SK 와이번스도 아닌 ‘해태 타이거즈’다.
행주 : 김응용 감독이 있던 시절의 해태 타이거즈는 아무도 이길 수 없는 팀이었다. 김응용 감독 성대모사 “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생각했다. 누구도 나가고, 누구도 나가고, 아메바 컬쳐와 해태타이거즈의 상황이 비슷하더라. 아메바컬쳐는 예전의 무적 힙합 레이블이 아니었나. 그 안에 소속된 따지고 보면 지금 기아 타이거즈의 빛을 볼 듯 못 볼 듯 하는 선수들이 내가 된 것 같다.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Q. 여러 가지 비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행주 : 모든 래퍼들이 다 그렇겠지만, 항상 생각한다. 어찌됐든 래퍼들이 일반 사람과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직업이 래퍼라면 그 사람보다 표현하는 게 달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지.
Q. 차에 대한 애정도 많아 보인다.
행주 : 2007년도에 산 차다. 공장 다니면서 번 돈으로 샀다. 수명이 다 되면 차는 바꿀 수 있겠지만 이 차는 평생 갖고 갈 거다. 제가 이 차를 팔아봤자 얼마 받지도 못하지만 진짜 자식 같다. 방사능(리듬파워의 언더그라운드 시절 이름) 시절에는 항상 이 차로 행사를 다녔다. 다른 멤버들이 면허가 없다. 내가 다 운전해서 함께 다녔다. 20대의 모든 것이 담겼다. 절대 팔 수 없다. 평생 갖고 갈 거다.
Q. 그러고 보니 보이비는 군대에 갔다.
행주 : 보이비는 군대를 복무를 안 마쳐서 최대한 미루다가 진짜 마지노선이 되서 갔다. 같이 웃고 떠들던 놈이 없으니까 많이 아쉬웠다. 보이비가 군대 가는 시점이 20대의 마지막이었는데 ‘너 가있는 동안 우리가 머라도 해놓을게’라고 했다. 슬프면서도 책임감도 커졌다. 보이비가 내년 1월에 전역인데 마음을 막 먹는다고 해서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열심히 했다. 1~2년 조급해 하는 것보다 계속 음악을 할 것이라면 작업이 나오면 베스트를 뽑으면 되고, 지구인이 뒤늦게라도 인지도를 올리고 있으니 만족한다. 나도 내가 생각했을 때 너무 멋있다는 앨범을 냈다. 이걸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Q. 앨범이 나오고 뿌듯했을 것 같다.
행주 :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앨범을 몇 번 내봤지만, 사람들 피드백 하나하나에 많이 마음이 움직였다. 리듬파워 때는 어찌됐건 뭐든지 다른 세 명이 하나의 곡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포기도 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솔로 앨범은 100% 솔직한 앨범인데 노래가 너무 좋다는 댓글도 감사하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자기 이야기처럼 생각해서 뭔가 다시 힘낼 수 있을 거 같다는 댓글을 봤을 때 감동했다. 내가 뭐라고 희망을 심어주는 놈인지. 내가 희망을 잃어가는 시점에 내 이야기를 한 것뿐이었는데… 그 댓글이 정말 보람이 됐다.
Q. ‘행복을 주는 남자’ 행주가 정말 행복을 주는 남자가 됐네.
행주 : 제 친구 중에 전교회장 출신이고 공부를 아주 잘했던 친구가 있다. 지금도 잘하는 친구인데 유학까지 다녀와서 번듯한 곳에 다니던 친구가 ‘베스트 드라이버’를 듣고 사직서를 냈다고 하더라. 다시 도전한다고. 이 가사 하나로 인해서 희망을 찾았다고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나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놈인데 내 이야기를 듣고 그러다니. 사람들 마음을 대변하고 싶어서 쓴 게 아니고 내 이야기인데 사람들을 대변하게 되다보니 신기하더라. 내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Q. ‘베스트드라이버’ 썼을 때가 희망을 잃어가는 시점이라고 했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행주 : 사람들이 너희 왜 인간극장만 찍고 절실함, 절박함만 이야기 하냐고 한다. 어떤 래퍼가 치부를 꺼내고 싶겠나. 리듬파워 ‘본드걸’ 할 때는 옆에서 콕 찌기만 해도 서로 재미있어 죽을 것 같았던 때였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메마르고 절실했기 때문에 이런 말밖에 안 나왔다. 제일 솔직할 때다. ‘베스트 드라이버’를 보면 힘든 마음이 담겨있는데 쿨하고 싶어 한다. 자이언티, 크러쉬 같이 잘하는 동생들이 있고, 우리만 여기서 정체된 것 같고, 그래도 어쩌겠어. 힘내고 쿨하고 싶다. 그게 내 심경이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공감을 하니까 위안이 됐다. 힘든 사람끼리 뭉치면 두 가지다. 더 딥하게 빠지거나 그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잘될 거라고 하거나. 내 음악을 솔직하게 담고,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하다보니까 나쁜 쪽보다 좋은 쪽으로 희망을 주는 걸로 가고 싶었다.
Q. 이번 트랙 중에서 가사나 멜로디가 술술 나왔던 트랙은 무엇인가?
행주 : 시간이 젤 짧았던 것은 ‘진입금지’. 날이 많이 서있었다 ‘쇼미더머니4′ 이전에 비트가 잘 나온 곡이 있는데 가사를 멋있게 썼다. ‘쇼미더머니4′ 이후에 만들었던 가사를 버리고 바로 썼는데 20~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Q. 피처링은 어떤 식으로 작업한 건가. 다이나믹 듀오가 보컬로 참여했고, 많은 래퍼가 저마다의 가사를 썼다. 본인이 먼저 주제로 정하고 같이 쓰자고 제안한 것인지.
행주 : ‘베스트 드라이버’와 ‘유능제강’에서 각각 개코 형과 최자 형이 래퍼가 아니고 보컬로 참여했다. 내가 모든 가사를 짜고 멜로디를 썼다. 형이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부탁하고 내가 디렉팅도 다 했다. 그 외에는 피처링은 내가 랩을 하고 난 뒤에 다 등장한다. 내 랩을 듣고 형들이 한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달라고 했다.
Q. 이런 식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들겠다.
행주 : 솔직히 말하면 이 앨범, ‘쇼미더머니4’ 출연 모두 리듬파워라는 이름 알리기 위해 한 것이다. 솔로곡, 무료곡 다른 프로젝트 아닌 이상은 욕심내고 싶지 않다. 이것도 자연스럽게 상황이 솔로를 낼 수 있었던 앨범이라 더 소중하다. 여기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다. 물 흐르듯이 원래 제 포지션으로 가서 랩을 하겠다.
Q. 리듬파워가 생각보다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래 꿈꿨던 30대의 모습은 무엇이었나? 초조하지는 않은가.
행주 : 30세 때 아직 이 차를 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하. 내가 생각했던 서른 살의 모습이 이게 아닌데. 이정도로 리듬파워에 무관심일지 몰랐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제이지도 우리 나이 때까지 비아이지 뒤에 있다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찍부터 승승장구하는 친구들과 스토리가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더 열심히 해야지. 무조건 목표도 정상이지만, 그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베스트 드라이버’ 가사처럼 집에만 도착하면 된다.
Q. 앞으로 리듬파워 활동 계획이 있다면.
행주 : 이제 막 앨범이 나왔다. 다시 지구인이랑 만나서 떠들고 음악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음악으로 나올지언정 작업은 계속 하고 있다. 지구인과 하는 작업을 바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 앨범을 냈으니 이제 새로운 걸 해야지!
Q. 이번 앨범에 대해 아쉬운 점이 혹시 있을까?
행주 : 아쉬운 건 딱 하나 있다. 차트 성적. 욕심이 없는 편이지만, 이 곡이 상징적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곡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차트 안에 있어야 되는 게 현실이다. 100위 안에만 있었으면 어땠을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당연히 더 잘할 수 있다는 아쉬움은 다음 앨범으로 증명하면 되는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채우고 싶다.
Q. 진짜.. 뜨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행주 : 그걸 알았으면 떴겠지? 하하. 점점 단단해지고 굳은살이 박히면서 느낀 건 솔직하게 하면 알아주는 사람이 적건 많건 점점 많아진다. 그때 되면 더 올라가는 위치가 되겠지. 그걸 빨리 막 하려고 하면 사람들의 빈정을 상하게 하는 것 같다. 랩을 잘하려고 하면 알아주는 타이밍이 언젠가는 생길 것이다. 매해 새로운 스타가 나온다. 다만, 우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행주 : 이번 앨범에 진짜 자전적인 느낌도 많고, 솔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터뷰를 걱정했을 때 내가 말로 설명했을 때 멋이 없어질 거란 걱정이 들었다. 피드백을 보면서 강조하고 싶은 건 ‘승차거부’란 트랙은 ‘쇼미더머니’ 예선 때 했던 내용 그대로다. 그것만 확실하게 강조하고 싶다. 하하. 사람들이 탈락하고 나서 쓴 줄 안다. 다른 트랙은 내 삶에 대한 인터뷰나 마찬가지다. 일기고… 그냥 진짜로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Q. 보이비 전역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운다면.
행주 : 지구인과 저랑 어찌됐건 ‘쇼미더머니4′ 나간 이유는 무관심이 힘들어서 무서워서 나간 거다. 그로 인해 조금 관심을 끌어올렸다면 이제 우리가 우리 곡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번 앨범도 그것 중에 하나다. 앞으로도 우리를 증명할 수 있는 곡이 나와서 증명했으면 좋겠다.
Q. 리듬파워을 알리기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리듬파워를 맘껏 홍보해보라.
행주 : 랩을 진짜 잘한다. 그걸 모르고 있다. 그걸 증명할 것이다. 너희들보다 랩 더 잘하는 세 명이 뭉쳐있다는 것, 항상 긴장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공연 보러 직접 오면 누구보다 죽여주게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아메바컬쳐
(전략)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어
하늘을 날게 될 거란 내용의
만화 속의 내 영웅에 배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네요
(중략)
친구들아 미안해
툭하면 바쁜척해서 미안해
(중략)
니들 말처럼 난 그래도 하고픈 음악으로 밥
벌이하며 꿈을 쫓아버린 너완 달리
여전히 쫓기듯 꿈을 쫓아가고 있잖아
(중략)
끝이 보일 듯 안 보이는 긴 터널의 반복
정체 돼있는 삶이어도 엔진을 더 달궈
계속 추월 당해도 돼 잠시 돌아가도 되니까
(중략)
왜 나만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지
왜 나만 비보호 기로 앞에 놓이는지
후회남아 도전한 절박함을 절실히 감추고픈
내 용기가 누군가의 그릇의 크기와 비교돼야 하는지
(중략)
쳇바퀴 굴러가게 내버려둬
되물어 더 드라마틱한 내 삶을 꿈꾸는 법
멈추지 말고 엑셀을 밟어
연기를 뱉어 내버리듯
– 행주 ‘베스트 드라이버(Best Driver)’ 중힙합그룹 리듬파워의 행주를 인터뷰하고 싶었던 건 솔로 앨범 타이틀곡 ‘베스트 드라이버’의 가사를 음미하고 나서다. 노래 속 화자는 많이 지친 삶의 단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멈추지 않고 엑셀을 밟는다. 제목 또한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베스트 드라이버’다. 자조 섞인 내용의 끝에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공감과 감동을 줬다. 래퍼들은 대부분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가사에 담는다. 행주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을까.
행주와 인터뷰 후 인터뷰 내용을 곱씹으며 다시 들으니 또 새롭다. ‘베스트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모든 트랙 하나 하나 깨알 같은 비유와 리듬파워의 상황을 묘사하는 장치에 무릎을 탁 치기도 한다. 행주는 ‘쇼미더머니4’에 나갔지만, 예선에서 탈락한 래퍼다. 같은 그룹 멤버 지구인은 박재범과 로꼬가 이끄는 AOMG팀에 뽑혀 본선까지 진출하며 활약했다. 두 사람의 목표는 같다. 모두 리듬파워라는 자신들의 그룹을 알리기 위해 ‘쇼미더머니4’에 지원했다. 나머지 멤버 보이비는 군에 입대한 상태다. 행주는 비록 탈락했지만, 목표를 잃지 않았다. 지구인이 활약할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다이나믹 듀오, 자메즈, 던밀스 등이 피처링하며 힘을 보탰다.
자신의 이야기를 100% 솔직하게 담은 행주는 앨범의 거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들었다. 심지어 앨범 재킷에 있는 면허증 사진도, 도로 위에 자신의 면허증을 직접 갖다놓고 찍어 내용을 합성한 사진이다. 인천 주안역 즉석 사진기에서 증명사진까지 찍었다. 솔로 앨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리듬파워 알리기’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리는 진짜 ‘베스트 드라이버’였다.Q. 이번 솔로 앨범 ‘베스트 드라이버’의 기획, 제작, 마케팅까지 다 직접 했다고.
행주 : 예전에 제이통이란 래퍼가 ‘모히칸과 맨발’이란 앨범을 낼 때 제작비만 지원받고 했다. 이번 나의 솔로 앨범은 회사 소속인 아티스트에게 처음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앨범에 사용된 모든 소품이 내 차다. 사진도 직접 찍었고, CD에 사용된 타이어 무늬도 내 차 타이터 무늬다. 뮤직비디오도 입던 옷 그대로 했다. 금액 부담도 적었다. 많은 돈을 쓴 앨범보다 멋있는 것 같다고 흔쾌히 생각했다.
Q. 평소 운전 중 또는 차 안에서 가사 작업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행주 : 조용한 자리에서 가사를 쓰려고 하면 안 나온다. 운전하면 가사가 떠오른다. 트렁크에 캠핑용 의자가 있는데 가사가 떠오르면 차를 대놓고 의자를 꺼내 그 자리에서 가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번 앨범이 특히 가사나 멜로디가 80% 이상 그렇게 나왔다. 정차할 때가 없으면 휴대폰에 음성메시지로 녹음해놓고 그랬다. 급하면 그냥 음성메시지 보내기 누르고 막 혼자 떠든다. 도착하고 나서 주차장에서 녹음을 들으며 가사를 적는다. 집에서 쓰는 시간보다 주차장에서 쓰는 시간이 많다. 래퍼들이 카페에서 가사 쓰는 걸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차 안에서 가사 쓰는 걸 느끼니까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주차장은 신기하게도 특이한 공간이다. 시간이랑 기름값이 제작비인 셈이다. 하하.
Q. 솔로 앨범을 어떻게 발표를 결심하게 됐나
행주 : 솔로 앨범을 낼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이 곡들은 혼자 떠올리면 쓴 곡들 중 하나다. 제일 처음 작업한 곡이 타이틀곡 ‘베스트 드라이버’다. 이 곡을 무료로 공개하거나 지구인이랑 앨범을 낼 때 그 앨범 안에서 솔로 트랙으로 넣으려고 했던 곡이다. 그런데 ‘쇼미더머니4’ 탈락 이후에 지구인이 열심히 할 동안 내가 자괴감에 빠질 바에 작업을 하자고 생각했다. ‘베스트 드라이버’란 곡이 제일 중요하고, 이 곡을 마지막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앞 트랙에 있는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진행 과정이 특이하다. 자동차 주행할 때 명칭들을 넣어 살을 붙여 포장을 했다. 사람이 운전하다 보면 난폭할 때도 있고, 신나게 달리고 싶을 때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다. 힙합씬에 들어오고 나서 20대를 바쳤는데 주행에 묘사했을 때 결국 방황하고 집에 오는 것이 ‘베스트 드라이버’다.Q. ‘쇼미더머니4’를 탈락이 솔로 앨범 제작의 결정적인 계기구나.
행주 :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쇼미더머니4′ 탈락 이후다. 회사에서는 반신반의했다. 나는 리듬파워 3분의 1의 포지션을 맡고 있다. 노래도 하고, 랩도 했다. 솔로 트랙을 한 곡도 보여준 적이 없는 애인데 랩을 잘하고 뭐하고 떠나서 앨범을 만드는 것에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투자란 방식을 한 것 같다. 믿지만 믿지 못하는, 그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투자 금액에 대한 불만, 앨범 발표 시기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
Q. 탈락이 어떤 영향을 준 것인가?
행주 : 생각했던 것보다 탈락을 너무 일찍 해서 멘붕에 빠졌다. 어찌됐든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쇼미더머니4’ 나가기 전 한 달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지구인과 나 둘 다 올라갈 수 없으니까 한 명이 탈락할지언정 우리는 팀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하자. 탈락 이후 지구인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연락을 안했는데 지구인이 잘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 거다. 지구인도 내가 떨어졌는데 자기는 살아나가면서 행복해야 하는 건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걸 보고 지구인은 열심히 하는데 나는 혼자 바보같이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탈락 후 일주일 만에 솔로 앨범을 결심했다. 나도 내 자존심을 상했으니까 사람들에게 증명할 공간을 만들도록.
Q. 스킷 ‘승차거부’는 ‘쇼미더머니4′ 디스한 것인가?
행주 : ‘쇼미더머니4’ 때 예선 때 했던 랩을 그대로 다시 담은 것이다. 무반주로 그대로 담았다. 그 이후에 수정한 가사가 없고, 그걸 듣고 타블로 형이 탈락을 시켰지.Q. 타블로 형을 찾아가고 싶지 않나? 하하.
행주 : 절대 그럴 생각 없다. 그 상황이 그런 것이지. 왈가왈부 싶지 않다. 징징대고 싶지 않고. 대신에 솔로 앨범이 탄생했다. 그 정도의 위험 부담을 생각 안 하고 ‘쇼미더머니4’에 나간 것도 아니고, 거기에 대한 불만은 없다.
Q. ‘쇼미더머니4’각 각종 논란을 일으키면서 마무리됐는데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
행주 : 나에게 ‘쇼미더머니4’란 프로그램은 진짜 단순하다. 그냥 우리를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트랙 중에 스킷 ‘해태 타이거즈’ 가사에서 보듯이 서른의 우리가 월급도 아닌 연봉 500만원이다. 편의점 파트타임 알바를 해도 그것보다 많이 번다. 장남으로서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쇼미더머니4’가 힙합 문화를 망친다 어쩐다 겨를이 없이 우리는 이 무관심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필요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에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Q. 인천 출신인 것으로 자부심이 높은데 노래 제목이 현대 유니콘스도 SK 와이번스도 아닌 ‘해태 타이거즈’다.
행주 : 김응용 감독이 있던 시절의 해태 타이거즈는 아무도 이길 수 없는 팀이었다. 김응용 감독 성대모사 “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생각했다. 누구도 나가고, 누구도 나가고, 아메바 컬쳐와 해태타이거즈의 상황이 비슷하더라. 아메바컬쳐는 예전의 무적 힙합 레이블이 아니었나. 그 안에 소속된 따지고 보면 지금 기아 타이거즈의 빛을 볼 듯 못 볼 듯 하는 선수들이 내가 된 것 같다.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Q. 여러 가지 비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행주 : 모든 래퍼들이 다 그렇겠지만, 항상 생각한다. 어찌됐든 래퍼들이 일반 사람과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직업이 래퍼라면 그 사람보다 표현하는 게 달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지.
Q. 차에 대한 애정도 많아 보인다.
행주 : 2007년도에 산 차다. 공장 다니면서 번 돈으로 샀다. 수명이 다 되면 차는 바꿀 수 있겠지만 이 차는 평생 갖고 갈 거다. 제가 이 차를 팔아봤자 얼마 받지도 못하지만 진짜 자식 같다. 방사능(리듬파워의 언더그라운드 시절 이름) 시절에는 항상 이 차로 행사를 다녔다. 다른 멤버들이 면허가 없다. 내가 다 운전해서 함께 다녔다. 20대의 모든 것이 담겼다. 절대 팔 수 없다. 평생 갖고 갈 거다.
Q. 그러고 보니 보이비는 군대에 갔다.
행주 : 보이비는 군대를 복무를 안 마쳐서 최대한 미루다가 진짜 마지노선이 되서 갔다. 같이 웃고 떠들던 놈이 없으니까 많이 아쉬웠다. 보이비가 군대 가는 시점이 20대의 마지막이었는데 ‘너 가있는 동안 우리가 머라도 해놓을게’라고 했다. 슬프면서도 책임감도 커졌다. 보이비가 내년 1월에 전역인데 마음을 막 먹는다고 해서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열심히 했다. 1~2년 조급해 하는 것보다 계속 음악을 할 것이라면 작업이 나오면 베스트를 뽑으면 되고, 지구인이 뒤늦게라도 인지도를 올리고 있으니 만족한다. 나도 내가 생각했을 때 너무 멋있다는 앨범을 냈다. 이걸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Q. 앨범이 나오고 뿌듯했을 것 같다.
행주 :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앨범을 몇 번 내봤지만, 사람들 피드백 하나하나에 많이 마음이 움직였다. 리듬파워 때는 어찌됐건 뭐든지 다른 세 명이 하나의 곡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포기도 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솔로 앨범은 100% 솔직한 앨범인데 노래가 너무 좋다는 댓글도 감사하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자기 이야기처럼 생각해서 뭔가 다시 힘낼 수 있을 거 같다는 댓글을 봤을 때 감동했다. 내가 뭐라고 희망을 심어주는 놈인지. 내가 희망을 잃어가는 시점에 내 이야기를 한 것뿐이었는데… 그 댓글이 정말 보람이 됐다.
Q. ‘행복을 주는 남자’ 행주가 정말 행복을 주는 남자가 됐네.
행주 : 제 친구 중에 전교회장 출신이고 공부를 아주 잘했던 친구가 있다. 지금도 잘하는 친구인데 유학까지 다녀와서 번듯한 곳에 다니던 친구가 ‘베스트 드라이버’를 듣고 사직서를 냈다고 하더라. 다시 도전한다고. 이 가사 하나로 인해서 희망을 찾았다고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나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놈인데 내 이야기를 듣고 그러다니. 사람들 마음을 대변하고 싶어서 쓴 게 아니고 내 이야기인데 사람들을 대변하게 되다보니 신기하더라. 내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Q. ‘베스트드라이버’ 썼을 때가 희망을 잃어가는 시점이라고 했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행주 : 사람들이 너희 왜 인간극장만 찍고 절실함, 절박함만 이야기 하냐고 한다. 어떤 래퍼가 치부를 꺼내고 싶겠나. 리듬파워 ‘본드걸’ 할 때는 옆에서 콕 찌기만 해도 서로 재미있어 죽을 것 같았던 때였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메마르고 절실했기 때문에 이런 말밖에 안 나왔다. 제일 솔직할 때다. ‘베스트 드라이버’를 보면 힘든 마음이 담겨있는데 쿨하고 싶어 한다. 자이언티, 크러쉬 같이 잘하는 동생들이 있고, 우리만 여기서 정체된 것 같고, 그래도 어쩌겠어. 힘내고 쿨하고 싶다. 그게 내 심경이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공감을 하니까 위안이 됐다. 힘든 사람끼리 뭉치면 두 가지다. 더 딥하게 빠지거나 그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잘될 거라고 하거나. 내 음악을 솔직하게 담고,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하다보니까 나쁜 쪽보다 좋은 쪽으로 희망을 주는 걸로 가고 싶었다.
Q. 이번 트랙 중에서 가사나 멜로디가 술술 나왔던 트랙은 무엇인가?
행주 : 시간이 젤 짧았던 것은 ‘진입금지’. 날이 많이 서있었다 ‘쇼미더머니4′ 이전에 비트가 잘 나온 곡이 있는데 가사를 멋있게 썼다. ‘쇼미더머니4′ 이후에 만들었던 가사를 버리고 바로 썼는데 20~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Q. 피처링은 어떤 식으로 작업한 건가. 다이나믹 듀오가 보컬로 참여했고, 많은 래퍼가 저마다의 가사를 썼다. 본인이 먼저 주제로 정하고 같이 쓰자고 제안한 것인지.
행주 : ‘베스트 드라이버’와 ‘유능제강’에서 각각 개코 형과 최자 형이 래퍼가 아니고 보컬로 참여했다. 내가 모든 가사를 짜고 멜로디를 썼다. 형이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부탁하고 내가 디렉팅도 다 했다. 그 외에는 피처링은 내가 랩을 하고 난 뒤에 다 등장한다. 내 랩을 듣고 형들이 한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달라고 했다.
Q. 이런 식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들겠다.
행주 : 솔직히 말하면 이 앨범, ‘쇼미더머니4’ 출연 모두 리듬파워라는 이름 알리기 위해 한 것이다. 솔로곡, 무료곡 다른 프로젝트 아닌 이상은 욕심내고 싶지 않다. 이것도 자연스럽게 상황이 솔로를 낼 수 있었던 앨범이라 더 소중하다. 여기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다. 물 흐르듯이 원래 제 포지션으로 가서 랩을 하겠다.
Q. 리듬파워가 생각보다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래 꿈꿨던 30대의 모습은 무엇이었나? 초조하지는 않은가.
행주 : 30세 때 아직 이 차를 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하. 내가 생각했던 서른 살의 모습이 이게 아닌데. 이정도로 리듬파워에 무관심일지 몰랐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제이지도 우리 나이 때까지 비아이지 뒤에 있다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찍부터 승승장구하는 친구들과 스토리가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더 열심히 해야지. 무조건 목표도 정상이지만, 그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베스트 드라이버’ 가사처럼 집에만 도착하면 된다.
Q. 앞으로 리듬파워 활동 계획이 있다면.
행주 : 이제 막 앨범이 나왔다. 다시 지구인이랑 만나서 떠들고 음악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음악으로 나올지언정 작업은 계속 하고 있다. 지구인과 하는 작업을 바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 앨범을 냈으니 이제 새로운 걸 해야지!
Q. 이번 앨범에 대해 아쉬운 점이 혹시 있을까?
행주 : 아쉬운 건 딱 하나 있다. 차트 성적. 욕심이 없는 편이지만, 이 곡이 상징적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곡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차트 안에 있어야 되는 게 현실이다. 100위 안에만 있었으면 어땠을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당연히 더 잘할 수 있다는 아쉬움은 다음 앨범으로 증명하면 되는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채우고 싶다.
Q. 진짜.. 뜨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행주 : 그걸 알았으면 떴겠지? 하하. 점점 단단해지고 굳은살이 박히면서 느낀 건 솔직하게 하면 알아주는 사람이 적건 많건 점점 많아진다. 그때 되면 더 올라가는 위치가 되겠지. 그걸 빨리 막 하려고 하면 사람들의 빈정을 상하게 하는 것 같다. 랩을 잘하려고 하면 알아주는 타이밍이 언젠가는 생길 것이다. 매해 새로운 스타가 나온다. 다만, 우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행주 : 이번 앨범에 진짜 자전적인 느낌도 많고, 솔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터뷰를 걱정했을 때 내가 말로 설명했을 때 멋이 없어질 거란 걱정이 들었다. 피드백을 보면서 강조하고 싶은 건 ‘승차거부’란 트랙은 ‘쇼미더머니’ 예선 때 했던 내용 그대로다. 그것만 확실하게 강조하고 싶다. 하하. 사람들이 탈락하고 나서 쓴 줄 안다. 다른 트랙은 내 삶에 대한 인터뷰나 마찬가지다. 일기고… 그냥 진짜로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Q. 보이비 전역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운다면.
행주 : 지구인과 저랑 어찌됐건 ‘쇼미더머니4′ 나간 이유는 무관심이 힘들어서 무서워서 나간 거다. 그로 인해 조금 관심을 끌어올렸다면 이제 우리가 우리 곡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번 앨범도 그것 중에 하나다. 앞으로도 우리를 증명할 수 있는 곡이 나와서 증명했으면 좋겠다.
Q. 리듬파워을 알리기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리듬파워를 맘껏 홍보해보라.
행주 : 랩을 진짜 잘한다. 그걸 모르고 있다. 그걸 증명할 것이다. 너희들보다 랩 더 잘하는 세 명이 뭉쳐있다는 것, 항상 긴장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공연 보러 직접 오면 누구보다 죽여주게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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