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사들이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1~2회 분량으로 시험 방송하는 샘플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이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규 편성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어도 주목받지 못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그저 한 번의 특집 방송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 방송된 파일럿(pilot)들은 ‘정규편성’ 활주로에 착륙해도 좋다는 그린라이트 신호를 받을 수 있을까.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SBS ‘K팝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노래를 잘하는 최후의 1인을 뽑는다. MBC ‘복면가왕’, KBS2 ‘불후의 명곡’과 같은 경연에서는 청중의 마음을 더 사로잡지 못하면 탈락한다.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13인이 매주 다른 게임으로 두뇌 싸움을 벌여 최후의 1인을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들을 뜯어보면 ‘서바이벌’이란 방식을 차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5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파일럿 예능 ‘박스’는 밀실 안에 갇힌 출연자들이 제한시간 안에 한 명씩 떨어트려 최종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11명의 출연자들은 제한시간 안에 반드시 누군가를 떨어트려야 한다. 탈락자를 가리는 게임의 룰은 출연자들이 스스로 정한다. 첫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은 ‘신체 둘레 합산 하기’, ‘병뚜껑 던지기’, ‘정확하게 20초 재기’와 같은 단순하면서도 기상천외한 게임들을 제안했다. 최종 우승자가 되면 자신이 사전에 희망하는 상품을 받는다. 천체 망원경, 로봇, 안마의자, 침대, 컴퓨터, 자전거 등 출연자들이 1등이 되면 받고 싶었던 다양한 위시리스트가 밀실 ‘박스’의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워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박스’는 단팥 없는 찐빵을 먹는 느낌이다. ‘박스’에는 서바이벌 예능에 반드시 있어야 할 한 가지, 바로 긴장감이 없다. ‘박스’에서는 탈락자를 뽑는 게임을 할 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바이벌 예능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마치 콜로세움의 관중들과 같아서 출연자들의 치열한 승부를 보고 싶어 한다. 그게 아니라면 ‘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처럼 압도적인 1인에 도전하는 모습도 좋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흥분하고, 가슴 졸일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박스’는 그럴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다. 장도연의 탈락을 막고자 유상무가 제한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나, 유상무를 떨어트리려고 투표를 제안한 오상진이 역으로 탈락 위기에 처했던 것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엔 너무 짧은 단편에 불과했다.
‘박스’는 오프닝에서부터 감정인 희노애락애오욕 중 ‘욕’, 욕망을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스’ 안에 갇힌 출연자들의 심리와 욕망을 읽어줄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과 방송인 이상민을 ‘박스’의 관전자로 불렀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박스’는 출연자들의 욕망을 발현하고, 그 욕망을 실천하기엔 너무 좁았다. 그나마 7라운드에서 밀실이 암전이 되었을 때 김숙이 자연스레 정진운, 니콜과 단합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진이한을 능청스럽게 탈락시킨 것이 그나마 이기고 싶단 욕망을 실천한 순간이었다. 이외에는 욕망이 드러났다고 말하기엔 간단하고 운에 좌지우지 되는 게임들로 탈락자를 가렸다. 차라리 ‘더 지니어스’의 세트장처럼 좀 더 큰 밀실을 만드는 것은 어땠을까. 구분된 공간이 있었다면 좀 더 승리하고, 살아남기 위해 출연자들 스스로 이합집산 하는 모습이 나타나진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인간 심리의 민낯을 밝혀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반가운 얼굴 니콜뿐이었다. 밀실 서바이벌은 충분히 독특한 소재다. 아직 ‘박스’에는 두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박스’가 정규편성을 바란다면 남은 2회에서 밀실이란 공간적 특성을 제대로 살려 긴장감을 높이고, 시청자들도 채 알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TEN-Light, Red 하지만 앞으로 2회 분량이 남아있으니 포기하기엔 이르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JTBC ‘박스’ 방송화면 캡처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사들이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1~2회 분량으로 시험 방송하는 샘플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이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규 편성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어도 주목받지 못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그저 한 번의 특집 방송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 방송된 파일럿(pilot)들은 ‘정규편성’ 활주로에 착륙해도 좋다는 그린라이트 신호를 받을 수 있을까.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SBS ‘K팝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노래를 잘하는 최후의 1인을 뽑는다. MBC ‘복면가왕’, KBS2 ‘불후의 명곡’과 같은 경연에서는 청중의 마음을 더 사로잡지 못하면 탈락한다.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13인이 매주 다른 게임으로 두뇌 싸움을 벌여 최후의 1인을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들을 뜯어보면 ‘서바이벌’이란 방식을 차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5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파일럿 예능 ‘박스’는 밀실 안에 갇힌 출연자들이 제한시간 안에 한 명씩 떨어트려 최종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11명의 출연자들은 제한시간 안에 반드시 누군가를 떨어트려야 한다. 탈락자를 가리는 게임의 룰은 출연자들이 스스로 정한다. 첫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은 ‘신체 둘레 합산 하기’, ‘병뚜껑 던지기’, ‘정확하게 20초 재기’와 같은 단순하면서도 기상천외한 게임들을 제안했다. 최종 우승자가 되면 자신이 사전에 희망하는 상품을 받는다. 천체 망원경, 로봇, 안마의자, 침대, 컴퓨터, 자전거 등 출연자들이 1등이 되면 받고 싶었던 다양한 위시리스트가 밀실 ‘박스’의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워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박스’는 단팥 없는 찐빵을 먹는 느낌이다. ‘박스’에는 서바이벌 예능에 반드시 있어야 할 한 가지, 바로 긴장감이 없다. ‘박스’에서는 탈락자를 뽑는 게임을 할 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바이벌 예능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마치 콜로세움의 관중들과 같아서 출연자들의 치열한 승부를 보고 싶어 한다. 그게 아니라면 ‘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처럼 압도적인 1인에 도전하는 모습도 좋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흥분하고, 가슴 졸일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박스’는 그럴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다. 장도연의 탈락을 막고자 유상무가 제한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나, 유상무를 떨어트리려고 투표를 제안한 오상진이 역으로 탈락 위기에 처했던 것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엔 너무 짧은 단편에 불과했다.
‘박스’는 오프닝에서부터 감정인 희노애락애오욕 중 ‘욕’, 욕망을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스’ 안에 갇힌 출연자들의 심리와 욕망을 읽어줄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과 방송인 이상민을 ‘박스’의 관전자로 불렀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박스’는 출연자들의 욕망을 발현하고, 그 욕망을 실천하기엔 너무 좁았다. 그나마 7라운드에서 밀실이 암전이 되었을 때 김숙이 자연스레 정진운, 니콜과 단합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진이한을 능청스럽게 탈락시킨 것이 그나마 이기고 싶단 욕망을 실천한 순간이었다. 이외에는 욕망이 드러났다고 말하기엔 간단하고 운에 좌지우지 되는 게임들로 탈락자를 가렸다. 차라리 ‘더 지니어스’의 세트장처럼 좀 더 큰 밀실을 만드는 것은 어땠을까. 구분된 공간이 있었다면 좀 더 승리하고, 살아남기 위해 출연자들 스스로 이합집산 하는 모습이 나타나진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인간 심리의 민낯을 밝혀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반가운 얼굴 니콜뿐이었다. 밀실 서바이벌은 충분히 독특한 소재다. 아직 ‘박스’에는 두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박스’가 정규편성을 바란다면 남은 2회에서 밀실이란 공간적 특성을 제대로 살려 긴장감을 높이고, 시청자들도 채 알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TEN-Light, Red 하지만 앞으로 2회 분량이 남아있으니 포기하기엔 이르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JTBC ‘박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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