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냉장고를 부탁해’ 40회 2015년 8월 17일 월요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기러기 아빠 10년차인 배우 김영호와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출연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없을 땐 냉장고에서 물만 꺼내 마신다며, 자신의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김영호. 그의 냉장고는 주인이 전혀 모르는 요지경 속이라 셰프들의 흥미를 돋웠다. ‘잃어버린 미각을 찾아서’로는 정창욱과 오세득이, ‘아무 생각 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로는 샘킴과 김풍이 대결을 펼쳤다.리뷰
초대 손님으로 온 김영호와 김태원은 ‘기러기 아빠’ 생활이 십여 년 차. 이들의 다소 삭막한 일상 풍경이 짠하면서도 웃겨 그야말로 스튜디오를 ‘웃픈’ 상황으로 초토화시켰다. 남성미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던 김영호가, 평소에는 냉장고를 식수대 정도로만 사용한다는 것과 냉장고 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무관심은 셰프들을 되레 솔깃하게 만들었다.
진행자 정형돈은 초고추장 유통기한이 2003년 6월 29일이라며 12년도 더 된 초고추장을 “명예의 전당에 올리겠다”고 하는 등, 김영호를 더욱 짠하게 만들어 웃음을 유발했다. 자연스럽게 가족과의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단조로운 식사 패턴은 물론이고 먹는 일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김영호이기에, 그의 냉장고에 마땅한 재료가 있을까 싶었다. 김영호의 냉장고를 두고 셰프들이 ‘검은 비닐에 싸인 재료 알아맞추기’등의 즉석 퀴즈 대결에 열을 올려 의외의 웃음을 주었다.
‘잃어버린 미각을 찾아서’에는 정창욱과 오세득 셰프가 맞붙었다. 오세득은 미카엘의 출장으로 ‘땜빵’으로 불려온 거라는 진행자들의 농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특유의 여유만만 요리를 이어갔다. 정창욱의 ‘동파면’과 오세득의 ‘커리업’은 미각 회복 요리답게 재료도 느낌도 신선했다. 한국식 파스타를 연상케 하는 ‘동파면’은 동치미를 볶아 청양고추로 맛을 냈고, ‘커리업’은 김영호 냉장고에서 가장 쓸 만한 재료였던 반 건조 우럭에 카레가루와 두유를 넣어 끓인 요리였다. 자두를 익혀 설탕대신 단맛을 낸 것도 눈길을 끌었다.오세득이 특유의 허세와 여유를 잔뜩 부리자, 진행자들은 정창욱에게 “너의 장기는 간장”이라며 간장을 쓰라고 난리를 피웠으나 정창욱은 끝내 새로운 시도를 밀고 나갔다. 동치미를 썰어 익힌 매콤한 한국식 면에 흡족해 한 김영호의 선택으로 정창욱의 ‘동파면’ 승리.
‘아무 생각 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에서는 김풍의 ‘다이김’과 샘킴의 ‘명란 한주먹’이 맞붙었다. 원래 아무 생각 없는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김풍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샘킴의 대결은 볼 만 했다. 김풍이 마늘을 칼로 치고 다지는 모습에 다들 “손은 이연복”이라며 놀려댔다. 그러자 김풍은 초간단 요리를 일찌감치 끝내고 갖은 허세로 샘킴을 방해하고, 정창욱 식의 간장 소스에 도전한 샘킴은 바빠서 정신이 없는 모습이 대조적인 웃음을 주었다.
김풍은 요리 주제가 마음에 든다며 ‘아무 생각 없는’ 요리를 택하더니, 등장부터 완전 아무 생각 없는 갸우뚱한 몸짓에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8분이나 남겨놓고 요리를 끝냈다. ‘유치뽕 심리전’으로 샘킴의 시간을 뺏는가 하면, 샘킴의 양파 튀기는 모습을 구경꾼처럼 즐기기도 했다. 돌김을 찢어 물에 불려 참치액 넣고 수프처럼 끓인 ‘다이김’은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좋아져, 다들 ‘오늘도 말이 안 되는 반전’이라는 반응.밥과 함께 내놓은 ‘다이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은 김영호는 “성의 없게 만든 것 같은데 맛있다”며 감탄했고, 셰프들은 김풍의 요리를 먹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이게 뭔데 맛있냐”식의 농담을 하며 김풍 요리만의 비법에 혀를 내둘렀다. 갖은 재료를 성실히 넣고 자신의 주특기가 아닌 한식풍 요리에 도전한 샘킴의 ‘명란 한주먹’이 승리했으나, 샘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깜짝 놀라 폭소가 터졌다. 김영호가 몇 년 간 먹은 음식중 제일 맛있었다고 극찬한 대로 미각 회복 요리들로 즐거운 밥상이었다.
수다 포인트
-검은 비닐에 싸인 냉장고 속 재료를 맞추는 셰프들끼리의 퀴즈 대결, 진짜 웃기고도 짠했어요.
-평생 한 번도 요리를 안 해 봤다는 김영호 씨, 김풍의 레시피로 일단 한 번 시도해 보심이 어떨까요?
-정창욱도 샘킴도 자기의 주특기를 내려놓고 색다른 요리에 도전하면서 쩔쩔 매고 그럼에도 좋은 평가를 받아 흐뭇했어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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