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걸그룹 나인뮤지스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모델돌이라는 수식어, 도시적 이미지의 외모로 인해 흔히 나오는 섹시 걸그룹 중 하나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나인뮤지스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나인뮤지스가 화려한 비주얼만 내세운 그룹이 아닌 속이 꽉 찬 과일처럼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인뮤지스에 대한 편견이 깨진 건 지난 2013년 5월 ‘와일드’였다. ‘와일드’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리스마로 가득 찬 무대였다. 그중 강한 잔상을 남기게 했던 것은 마지막 부분에 몰아치는 보컬라인들의 합작품. ‘와일드’에서는 4명의 메인보컬라인들이 차례로 등장해 한 소절씩 휘몰아치며 드라마틱하게 노래를 마무리한다. 그 무대를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인뮤지스에 이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나?’였다. ‘와일드’의 전작인 ‘돌스’의 히트를 통해 갖고 있던 작은 호기심이 ‘와일드’로 인해 관심으로 발전했다.나인뮤지스는 ‘와일드’ 이후로도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증명을 끊임없이 보여 왔다. 같은 해 출연했던 MBC뮤직 ‘피크닉 라이브 소풍’에서 보여줬던 라이브를 비롯해 라디오와 SNS를 통해 공개한 커버곡을 통해 나인뮤지스의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멤버 문현아는 지난해 자신의 에세이 ‘매일매일 사랑해’를 출간하며 자작곡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좋아’를 공개해 음악적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멤버 경리가 팬카페를 통해 디아 ‘니가 돌아오면’ 커버곡을 공개해 가창력을 뽐냈다.

탄탄한 실력과 더불어 섹시 걸그룹 홍수 속에서도 자극적인 노출이 아닌 그 자체에서 묻어나오는 자연스런 섹시함과 당당함으로 승부한 것도 나인뮤지스만의 또 다른 편견 깨기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멋지다’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알고 보면 비글미 가득한 인간이라는 알아챌 때 나인뮤지스의 매력에 더 빠진다. 혜미가 “나인뮤지스에 덜 비글은 있어도, 안 비글은 없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인뮤지스는 자체제작 리얼리티 ‘나뮤캐스트’나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Mnet ‘야만TV’ 등을 통해 자신들의 솔직, 시원, 털털한 매력을 전했다.

어느덧 데뷔 5주년을 맞이한 올해, 나인뮤지스의 편견 깨기는 계속 됐다. 올해 나인뮤지스는 소진, 금조 2명의 새 멤버와 함께 8인조로 다시 태어났다. 공백 끝 새로운 시작이라는 걱정 어린 시선에도 나인뮤지스는 ‘드라마’로 성공적인 컴백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 2일 발표한 신곡 ‘다쳐’에서는 또 다른 발전을 이뤘다. 비치웨어 화보로 모델돌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보통의 여름 댄스곡과는 차별화를 이룬 ‘이열치열’ 매력의 ‘다쳐’로 돌아온 것. 처음으로 외국작곡가의 곡으로 타이틀 활동을 펼치면서 음악적 다양성을 더했다. 이유애린은 수록곡 ‘너란애’와 ‘예스 오어 노(Yes Or No)’ 랩메이킹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5년의 활동 동안 나인뮤지스는 화려한 비주얼로 인해 둘러싸였던 오해와 편견을 그만의 실력과 매력으로 깨트리면서 성장을 보였다. 병아리가 닭이 되기 위해 알 껍질을 깨듯이 나인뮤지스는 대중을 향한 벽을 하나씩 허물고 있다. 키 크고 얼굴만 예쁜 걸그룹이 아니라는 것, 나인뮤스의 출구 없는 강점이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스타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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