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2003년 12월 26일, 보아와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송년 특집쇼에 ‘동방신기’라는 이름의 신인 그룹이 등장했다. 남자라는 호칭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앳된 얼굴. 그들은 알았을까. 당시의 소년들이 훗날 케이팝을 호령할 그룹이 될 것이라는 걸.

그 후 12년이 흘렀고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동방신기는 발표하는 곡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명실공히 국내 톱 아이돌로 떠올랐다. 지난 2009년에는 전속 계약 분쟁으로 그룹이 갈라지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동방신기의 역사는 계속됐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두 명의 동방신기는 오리콘 차트의 신기록을 수립하고,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도쿄돔 공연을 개최하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동방신기는 6월 13일과 14일 양일 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 ‘TVXQ! 스페셜 라이브 투어 – 티 스토리 – &(SPECIAL LIVE TOUR – T1STORY – &)’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유노윤호가 오는 7월 군 입대를 하기 전 선보이는 동방신기의 마지막 공연으로 의미를 더했다.이틀 간 약 2만 4,000여 명의 관객들이 운집해 열기를 더했으며 동방신기 역시 28곡의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번 공연은 ‘시간여행’을 콘셉트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시계모양의 LED 컨트롤 팔찌가 미리 배부됐으며 이 팔찌는 동방신기를 의미하는 빨간색으로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동방신기는 강렬한 등장과 함께 ‘캐치 미(Catch Me)’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맥시멈(MAXIMUM)’ ‘라이징 썬(Rising Sun)’ 등 히트곡을 선보이며 초반부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지난 12월 공연 후 약 반 년만의 국내 콘서트. 공연장에는 일본, 중국, 태국 등 다국적 팬들이 자리해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이번 공연은 또한 라이브 뷰잉(Live Viewing)을 통해 약 10만 명의 팬들에게 중계된다. 이에 멤버들은 일본어와 영어, 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인사를 전했다. 최강창민은 “팬 여러분들이 세계적으로 다 같이 함께 하고 있다니 더욱 뜻 깊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것만 모은 공연이다. 새로운 무대도 많으니 마음껏 즐겨 달라”고 기대감을 더했다. 유노윤호 역시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불태우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예고한대로 동방신기는 이날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두 사람은 그간 방송을 통해 보였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물론, ‘믿기 싫은 이야기’ ‘러브 인 디 아이스(Love In The Ice)’ 등의 발라드 넘버들을 열창하며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입증했다. ‘뒷모습’ ‘데스티니(Destiny)’ ‘오프 로드(Off Road)’로 이어지는 메들리에서는 댄서들과 함께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무대를 펼쳐 팬들의 환호를 샀다.반가운 손님도 등장했다. 14일, 최강창민의 솔로 무대 도중 소속사 후배인 엑소 시우민이 고등어 인형 탈을 쓰고 등장한 것. 그는 최강창민에게 ‘오메가3’라고 쓰인 약 병 모양의 인형을 건넸고 두 사람은 노라조의 ‘고등어’를 부르며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코믹한 댄스와 망가짐을 불사한 과감한 표정 연기에 팬들은 연신 “귀엽다”를 외쳤다. 무대가 끝날 때쯤에는 엑소의 첸과 백현이 등장해 또 한 번 장내를 뒤집어 놓았다. 하루 앞선 13일 공연에는 슈퍼주니어 D&E 멤버들이 지원 사격에 나서 ‘촉이 와’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강창민에 이어 유노윤호 역시 솔로무대를 펼쳤다. 그는 지난 공연에서 선보였던 ‘뱅(Bang)’ 대신 신곡 ‘샴페인’ 무대를 최초로 공개했다. 빈틈없이 이어지는 칼같은 안무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공연에서는 신곡 ‘스타라이트(Starlight)’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곡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노래다. 팬들의 사랑을 빛과 별에 비유해 긴 시간 끈끈히 쌓여온 팬들과의 유대감을 짐작케 했다.

‘초딩’으로 변신한 두 멤버의 모습 또한 볼거리였다. 두 사람은 알록달록한 의상으로 등장, 아기자기한 소품과 함께 ‘크레이지 러브(Crazy Love)’ ‘풍선’ ‘꿈’ 등을 부르며 ‘귀요미’ 매력을 선보였다. 동방신기는 이동차를 타고 팬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가 하면 객석을 향해 다양한 소품을 선물해주며 팬심을 채웠다.

시간여행을 테마로 진행된 공연인 만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어쿠스틱 무대도 마련됐다. 캠핑을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에서 유노윤호 오리발에 튜브를, 최강창민은 밀짚모자에 조끼를 매치해 여름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두 사람은 밴드와 함께 ‘믿어요’ ‘마이 리틀 프린세스(My little princess)’ ‘유 온리 러브(You Only Love)’ ‘투나잇(Tonight)’ 등의 발라드 메들리와 ‘드라이브(Drive)’ ‘하이 야야(Hi Ya Ya) 여름날’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 ‘넌 나의 노래’의 댄스곡 메들리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려줬다.

파워풀한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오정반합’ ‘주문-미로틱(MIROTIC)’ 무대에 이르자 열기는 절정으로 달했다. 동방신기는 격렬한 안무에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와 날카로운 고음으로 12년의 관록을 자랑했다. 이어 ‘썸씽(Something)’ ‘수리수리’ 등의 히트곡 무대들도 연달아 펼쳐졌다. 최강창민은 “여러분들 안의 남성성을 끌어내 환호해 달라”고 당부하며 ‘왜’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멤버 유노윤호가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가지는 무대이기에, 팬들과 동방신기 모두에게 더욱 특별했다. 최강창민은 앙코르 무대에서 “이제 몇 곡을 더 하면 정말 몇 년 동안 여러분들과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쉽사리 다음 곡을 부르지 못하겠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어 한스러울 정도”라며 “더 어른이 되고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다. 건강히 있어 달라”며 당부했다.

유노윤호의 감회 또한 남달랐다. 그는 “웃으며 떠나고 싶다. 바로 돌아올 것이다. 여러분들과 좋은 추억 만들고 싶다”고 씩씩하게 입대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유노윤호는 “공연 도중 서너 번 울컥하더라. 내 인생에서 제일 값지고 행복한 무대다”면서 “제일 감사한 사람은 창민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창민이가 같이 손 잡아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최강창민은 “내가 다 업어 키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군대에 가 있는)2년 사이에 여러분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러다보면 우리를 열렬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보이는 사랑스러운 팬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하게 이 무대에 돌아오겠다”고 깊은 속내를 드러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2년 전 열여덟, 열여섯 살이었던 두 소년은 어느덧 군 입대를 앞둘 만큼 건장한 청년이 됐다. 이제 동방신기는 잠시 팬들의 곁을 떠나겠지만, 서로의 뜨거운 진심을 알기에 2년의 헤어짐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진짜 사나이’가 되어 돌아올 동방신기. 그들의 다음번 챕터를 기다린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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