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견례2′ 홍종현.

이 남자, 훤칠하다. 그리고 남자가 봐도 참 잘생겼다. 하지만 연기하는 데 있어 이 같은 ‘잘생김’이 꼭 이점만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연기보다 외모가 더 먼저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는 불리함이다. 또 주어지는 역할도, 원하는 모습도 외모를 기반에 둔, 흔히 말하는 ‘시크’한 캐릭터가 많았다. 이 남자, 홍종현이다.

그는 확실하게 망가지고 싶었다. 더 찌질해 보이려 노력했다. 수염도 길러보고, 다크서클도 그리고, 헤어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쓰레기를 뒤집어쓰면서도, ‘더’를 외쳤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2’의 홍종현이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이 이 한 편의 영화에 많이 담겼다. 여기에 액션도 더했다. 그리고 걱정 마시라! 홍종현의 잘생김도 충분히 담겼으니.Q. 모델, 잘생김. 홍종현을 떠올리는 특징적인 단어다. 때론 이 단어가 연기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어지간한 연기가 아니라면 그걸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홍종현 : 솔직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아니다. 잘 생겼다.) 음. 정색하시네. (웃음) 여하튼 장단점이 있다. 이번에 좀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그 갭을 크게 두고 싶었다. 멋있는 건 뒤에 나오니까 초반에는 정말 찌질하고, 확실하게 망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수염도 길러보고, 다크서클도 그리고, 헤어 메이크업도 거의 안 했다. 그래야 서로 다른 모습이 매력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덜 망가지려고 했으면 이도 저도 아닐 것 같았다.

Q. ‘위험한 상견례2’를 선택한 것도 그런 지점이겠다.
홍종현 :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도, 날 찾아주셨던 감독님도, 흔히들 시크하다고 말하는 캐릭터가 많았다. 나한테는 이런 모습만 있는 게 아닌데 생각하던 찰나에 이 대본을 보게 됐다. 근데 처음에는 ‘해도 될까’ 싶었다. 사실 그 당시 많이 지쳐 있었고, 쉬려고 생각했다. 지친 상대로 촬영에 들어가면 작품에 피해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다가 감독님 만나 뵙고 나서는 재밌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던 건, 내가 안 해봤던 모습이 많았다. 망가지든, 찌질한 거든. 영희와 닭살스러운 장면도 좋았다. 액션도 해보고 싶었고.

Q. 스스로 궁금했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 시크한 캐릭터를 주는 데 이번 영화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홍종현 : 기분 좋은 게 먼저였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뭘 믿고 주셨을지는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Q. 뜰 것 같아서? 지난 언론시사회에서 김진영 감독은 홍종현 캐스팅 이유로 ‘무조건 뜰 것 같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단지 그거 때문에. 하하. 감독님 전작이 ‘꽃할배 수사대’인데, 그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할 뻔했다. 영화 촬영 중이었을 때라 일정이 어긋나 못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좋게 기억해주셨는지 대본을 보내주셨다.
홍종현.

Q.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말이 조금은 듣기 싫은 것도 있겠다.
홍종현 :
모델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모델 출신’ 연기자라고 불러주는 게 지금은 나쁘지만도, 좋지만도 않다.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모델 출신 연기자에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진짜 한 단계 더 올라설 건지.

Q. 모델 출신 배우들이 많다. 그들 중에 홍종현만의 강점이 있다면.
홍종현 :
신체조건은 나보다 다 좋다. 친구 중에 키가 가장 작다. 나만의 강점, 음…. 나한테 해주셨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눈이 착해 보이기도 하고, 나빠 보이기도 한다더라. 어렸을 때는 이게 콤플렉스였다. 시비 아닌 시비도 걸고, 오해도 많이 샀다. 그런데 연기자로서는 강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이야기하자면.Q, 망가지고 찌질한 모습도 있지만, 잘생김도 있다. 그리고 낡아 보이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데도 훤칠한 기럭지는 숨겨지지 않더라.
홍종현 : 기존에 보여드렸던 이미지가 후반부에 가깝다. 그 모습이 익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분량 자체를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뒷부분은 외적으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앞부분에 더 신경 썼고, 더 욕심냈다. 또 한편으론 찌질하게 시작해서 찌질한 모습으로 영희를 구했어도 재밌을 것 같긴 하다.

Q.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본 느낌이 궁금하다.
홍종현 : 처음이고, 그런 연기에 있어서 익숙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나한테도 도전이었다. 처음 보고 나서 아쉬움이 들더라. 좀 더 해볼 걸, 바보처럼 행동해볼 걸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도 좋은 방향이다. 그래서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면 지금 내가 생각했던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어떤 작품이든 항상 그랬다. 크게 만족스러웠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Q. 수위 조절에 대한 것도 배웠겠다. 자칫 잘못하면 오버가 되고, 반대로 부족하면 전혀 안 웃기고. 그걸 조절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홍종현 : 맞다. 그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경험이 없다 보니까 두려워하긴 했다. 망가지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이런 걸 잘 표현할 수 있을지가 걱정됐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는 감독님께 의지했다. 감독님은 계속 코미디 영화를 해왔으니까 당연히 더 잘 아실 거로 생각했다.Q. 사실 홍종현이 코미디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말하는 걸 보니 자신도 편한 옷처럼 느껴지진 않았겠다.
홍종현 : 편한 옷이 아니라는 게 익숙하지 않고, 경험이 없어서인 것 같다. 그런데 굳이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극 중 내가 선배님들처럼 코미디를 담당했으면 부담이 더 컸을 수도 있다. 다행히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덜어졌던 것도 있다.

Q. 기존에 해왔던 시크한 캐릭터가 연기하기엔 쉽긴 하겠다.
홍종현 : 쉽긴 하다. 하하.

Q. 평소에 코미디 감각이 있는 편인가. 주위에서 보면 꼭 재밌고, 웃기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지 않나.
홍종현 : 어릴 때는 좀 있었다. 그런데 사춘기 지나면서 성격이 바뀌더라. 낯가림도 생기고, 좀 조용해졌다. 물론 어릴 때 친구들 자리에선 옛날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개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아닌데 욕심은 있었던 것 같다.
홍종현.

Q. 극 중 신정근 전수경이 부모로 나온다. 그들은 코미디 연기에 있어 베테랑이다. 함께 호흡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을 것 같다.
홍종현 : 배우긴 배웠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좀 더 뻔뻔해지는 것도 배우긴 했다. 하하. 해보니까 알겠더라. 하는 사람이 민망해하는 게 티 나면 절대 안 웃긴다. 또 똑같은 대사를 해도, 어떻게 해야 웃기는지도 배웠다. 하고 나니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다. 여러 가지 좋게 작용한 것 같다.

Q. 진세연과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거다. 코믹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낯가림도 있다 하니 더더욱. 또 처음 찍은 신이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입맞춤하는 거였다고 하던데.
홍종현 : 걱정 많이 했다. 왜 이게 처음이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보다 친해지는 게 중요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말도 많이 했는데 그게 티 났나 보더라. 노력하는 게 보였다고 하더라. 하하. 어쨌든 둘 다 똑같이 민망했을 거다. 그래서인지 둘 다 자기도 모르게 표현이 소극적으로 됐나 보더라.

Q. 만나기 전 진세연과 호흡을 맞춘 진세연, 어떻게 달라졌나.
홍종현 : 만나기 전 세연은 대중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 나이보다 성숙하고 차분한 성격인 줄 알았다. 만나보니 그렇진 않더라. 그런 매력도 있긴 한데, 철수와 있을 때 영희 같은 모습이 있었다. 끝나고 나니까 예전에는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밝은 아이구나 싶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게 느껴지더라.

Q. ‘우결’ 같은 가상 결혼 예능에서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 것과 이런 작품에서 연인 호흡을 맞추는 것, 같고 다른 점은.
홍종현 : 둘 다 가상이라는 건 같다. ‘우결’은 가상 결혼 프로그램이지만 보는 사람들은 리얼 예능으로 본다. 처음에는 약간 헷갈렸다. 예능 경험이 많이 없고, 또 아무렇지 않게 평상시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재밌지도, 독특하지도, (예능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얘기했다. 근데 당신과 같은 커플도 있는 거라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름 노력을 했는데…. 속상한 부분이기도 하고, 반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출연) 욕심부리면 안 됐나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유라를 대하는 게 똑같다.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나 꺼져 있을 때나. 그런데 카메라가 없을 때 훨씬 더 편해 보이고 재밌다고 하는 거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 느끼는 부담감이 컸다 보더라.

Q. ‘우결’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커플 호흡에 대한 것을 물어본 건데, ‘우결’만. (웃음)
홍종현 : 유라가 나 때문에 힘들었으면 힘들었지. 하하. 파트너와 호흡에서 힘든 건 없었다. 다만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영화, 드라마와는 또 다른 세계였다.

Q. 뭔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스타일인가 보다.
홍종현 :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Q. 작품 준비도 준비지만, 무엇보다 현장에 잘 적응하는 것도 홍종현에게는 큰 숙제겠다.
홍종현 : 같이 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에 따라 달라진다.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하나, 촬영하기 전에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Q. 작품을 고를 때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겠다. 같이 하는 사람이 누군지 말이다.
홍종현 : 꼭 그렇지만도 않다. 드라마 ‘마마’ 찍기 전에 ‘앨리스: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이란 작품을 했는데 그건 다른 거 안 보고 대본만 보고 무조건 하고 싶다고 달려들었다. 내가 봐도 특이한 것 같은데 지레 겁먹는 것도 많다. 누구는 그걸 장점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단점이라고 하는데 생각이 많다. 그냥 가면 될 것도 괜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걱정을 더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생각 버리는 걸 하라는 이야기도 해주더라.

Q. 괜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 그런 이유가 있을 텐데.
홍종현 : 잘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정말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부터 시작이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더라. 나를 알고 있는 친구들은 ‘이야기할 때 조용조용하고 아무 생각 없어 보여도 생각보다 빡센 아이’라고 표현한다.

홍종현.

Q. 이야기가 좀 다른 쪽으로 갔는데, 다시 돌아와서 실제 홍종현의 연애 스타일이 궁금하다.
홍종현 : 철수처럼 그렇게 애교를 떨진 않는다. 그래도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친구 사귀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한다. 남자친구든, 여자사람친구든, 여자친구든. 처음에는 낯가리고, 조용하고 말 없다가 친해졌다고 생각하면 그때 변한다고 할까. 그런 모습을 보면 놀라는 사람이 꽤 많다.

Q. 영화에서처럼 부모가 반대한다면.
홍종현 : 그 질문 많이 받았다. 근데 우리 부모님은 어떠냐고 생각하니까 어려운 것 같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반대한 적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여자라고 하면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더니 다들 ‘그건 모를 일’이라고 하더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친구도 여러 명을 두루두루 사귀진 않는다.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이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면 쉽게 포기할 것 같진 않다. 결과적으로 이길 것 같긴 한데 얼마나 부모님을 안 서운하게 하면서 이기느냐가 문제다.

Q. 그럼 반대로, 어떤 경우에 부모님이 반대할 것 같은가.
홍종현 : 나이가 엄청나게 많을 때, 그 정도면 반대할 수 있겠다. 어리다고 반대하진 않을 것 같고. 하하. (Q. 연예인은?) 좋아하지 않을까. 우리 엄마는 TV에 내가 나오는 거 정말 좋아하신다. 근데 막상 만나면 또 모르겠다. 하하.

Q. 영화 속에서 잠깐이긴 하지만 액션도 있다. 파쿠르 액션도 보기 좋았다.
홍종현 : 더 할 수 있는 게 많았는데, 감독님이나 다른 스태프들이 보기엔 위험하게 느껴졌나 보다. 원래는 내가 했던 분량도 없었다. 한 장면 한 장면 찍을 때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욕심냈고, 현장에서 배워가면서 촬영했다. 그러면서 액션이 조금 늘어났다.

Q. 처음 제목이 ‘경찰가족’이었다. 그리고 개봉 즈음에 ‘위험한 상견례2’로 변경됐다. ‘위험한 상견례’ 1편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홍종현 : ‘왜 바뀌지’란 생각은 했다. 그리고 ‘위험한 상견례2’가 되면서 전편을 생각하게 됐다. 촬영할 땐 그걸 염두 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어울린다고는 생각했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홍종현 : 국내외 팬미팅은 몇 차례 있을 것 같고, ‘인기가요’ 계속할 거다. 그 외엔 정해진 일정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 얼마만의 여유인지. (웃음) 좀 쉬어도 될 것 같다.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유로운 순간이 언제 또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생각하지 않고 즐기려고 한다. 1년 만에 쉬는 거다. 영화 끝나고 3일 만에 ‘마마’ 들어갔고, 그거 끝나고 1주일 있다가 영화 촬영했고. 데뷔하고 쉰 적이 없는 것 같다. 좋은 마음으로 쉬려고 한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