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영화나 드라마가 실제 촬영된 장소를 찾는 것을 로망으로 삼곤 한다. 한류가 인기를 끌고, 국내 드라마 촬영지에 외국인 관광객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에 찾아가 감상에 젖는다. ‘해리포터’의 경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말그대로 덕후 양산콘텐츠의 경우, 그 감상은 더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도서를 비롯해 영화 또한 큰 인기를 끌며 주인공들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었다. 도서와 영화가 모두 완결이 난 지금까지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해리포터’가 만들어진 영국에서 ‘해리포터’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진 낭만이다.휴가차 여행을 떠난 영국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런던 9존에 위치한 해리포터 스튜디오. 정확한 명칭은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투어 런던-더 메이킹 오브 해리포터(Warner Bros. Studio Tour London – The Making of Harry Potter)다. 런던 유스턴(Euston)역에서 전철을 타고 왓포드정션(Watford Junction)역에 내린 뒤, 전철역 근처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도착한다. 외관은 투박한 창고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벽면에 걸려 있는 주인공들의 사진이 ’덕후의 성지‘에 왔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지난 2012년 6월 개장했다. 성수기에는 한 달 전에도 예약이 어려울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0분 단위로 입장 시간을 정해 예약을 하고, 예약을 하더라도 일정 인원에 따라 투어에 입장한다. 스튜디오를 찾은 날에도 프랑스에서 온 초등학생 꼬마들이 일명 ‘해리포터 패스포트’를 작성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세계 각국의 ‘해리포터’ 덕후들이 몰려들었다.
드디어 입장, 가장 첫 순서는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가 개봉된 나라들의 포스터를 감상하는 것이다. 반가운 한글 포스터도 눈에 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호그와트 학생식당, 덤블도어 오피스, 비밀의 문 등 호그와트의 랜드마크를 비롯해 영화 속 실제로 사용됐던 세트와 소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진다. 마치 호그와트에 들어온 것처럼 마법의 순간이 계속된다. 전시된 세트와 소품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모니터를 통해 CG로 덧입혀지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체험의 순간도 있다. 해리와 론이 호그와트를 가기 위해 탔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빗자루를 타며 스스로 CG 속 주인공이 되는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CG를 입힐 수 있게 초록색으로 마련된 각 부스마다 직원들이 있다. 빗자루 체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호그와트 교복까지 챙겨 입은채 빗자루에 올라탔다. 화면 속에서 런던 밤거리와 템즈강, 호그와트 하늘을 날 수 있고, 직원의 말에 따라 손을 흔들거나 물을 튕기는 연기까지 선보이면 체험 완료. 한바탕 빗자루 타기가 끝나면 간단한 포토타임을 가진다. 소장을 위해서는 최소 12파운드, 최대 수십 파운드에 달하는 돈을 내야 한다.
1. 해리포터 스튜디오 전경
2. 해리포터 스튜디오 투어 입구
3. 해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더즐리 집 계단 밑 벽장방
4. 9와 4분의 3 플랫폼
5. 지팡이!!!
6. 덤블도어 오피스
또 다른 성지인 9와 4분의 3 플랫폼도 그대로 재현됐다. 영화 속에서 사용된 호그와트행 급행열차와 카트를 끌고 빨려 들어가는 플랫폼의 모습도 보인다. 급행열차의 좌석에 앉아 디멘터에 놀라는 경험과 더불어 실제 급행열차 내부를 관찰할 수도 있다. 이후 다이애건 앨리 세트장과 빅벅 등 ‘해리포터’ 속 상상의 동물이 탄생된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버터비어를 직접 맛볼 수 있는 휴식공간까지, 꼼꼼히 살펴보려면 3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2. 해리포터 스튜디오 투어 입구
3. 해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더즐리 집 계단 밑 벽장방
4. 9와 4분의 3 플랫폼
5. 지팡이!!!
6. 덤블도어 오피스
투어의 마지막 순간엔 경이로움을 느낀다. 호그와트 CG를 위해 사용됐던 호그와트 모형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약 40일에 걸쳐 완성된 호그와트 모형은 디테일을 살린 꼼꼼함과 상상력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를 호그와트 모형에 덧입히는 과정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 모든 세트장과 소품, CG 효과 등 영화 메이킹의 흔적을 살펴본 뒤, 마지막 호그와트를 보게 되는 순간은 뭉클하다. 영화를 위해 노력했던 배우와 제작진의 모든 노력이 담겨 있는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자 소중한 추억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웅장하면서 경건한 음악도 함께 흘러 감탄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백미는 기념품샵이다. 지갑을 열게할 수밖에 없는 ‘It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해리포터와 영화 속 인물들의 지팡이를 비롯해 머리를 움직일 수 있는 헤드위그 인형, 기숙사 분류모자, 개구리 초콜릿,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 의상 등 영화 속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다.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투어 시간과 맞먹는 새로운 투어를 경험할 수도 있다. 다 사지 못하는 지갑 사정에 통탄하기도 한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하지 못한다면,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 위치한 기념품샵에 가도 된다. ‘해리포터’ 시리즈 속 9와 4분의 3 승강장은 런던 킹스크로스역을 모델로 하고 있다. 실제 킹스크로스역에도 9와 4분의 3 승강장이 재현돼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보다 더 좋은 점이라면 안내 직원과 사진사가 있고, 기숙사별 목도리가 있어 더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례가 되면 원하는 기숙사의 목도리를 메고 벽에 달린 카트에 손잡이를 잡는다. 안내 직원이 목도리를 들어주고, 점프하거나 뒤를 쳐다보는 등 각종 포즈를 연출시킨다. 카메라 셔터와 함께 직원이 목도리를 날리면 실제로 플랫폼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기념품샵에서 구입해야 한다.) 안내직원이 상당히 코믹한 편이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문했을 때 안내직원이 아무도 슬리데린 목도리를 하지 않는다며 궁시렁거리며 자신이 목도리를 메고 사람들을 위협했다. 이후 퇴근시간이 됐다며 알아서 하라고 쿨하게 자리를 떴다.
1. 엘리펀트 하우스 전경
2. 친절히 설명된 ‘해리포터 탄생지’
3. 엘리펀트 하우스 내부, 안쪽에 더 큰 공간이 있다.
4. 화장실에 적힌 글귀 중 하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면, 런던에서 600km 이상 떨어진 에든버러를 추천한다. 버스로 8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은 스코틀랜드의 주요 도시이자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다. ‘근대의 아테네’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다. 직접 방문하게 된다면 중세 역사의 한 가운데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느낀다. 호그와트가 저멀리 보이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인기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 에든버러에는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던 카페를 만날 수 있다.2. 친절히 설명된 ‘해리포터 탄생지’
3. 엘리펀트 하우스 내부, 안쪽에 더 큰 공간이 있다.
4. 화장실에 적힌 글귀 중 하나
카페 이름은 ‘엘리펀트 하우스’다. 빨간색으로 칠한 카페 정면이 예쁘게 눈에 띈다. ‘벌스플레이스 오브 해리포터(Birthplace of Harry Potter)’라고 친절히 적혀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지 한자로도 병기됐다. 이른 아침에 찾은 ‘엘리펀트 하우스’는 쾌적하고 아늑한 환경이었다. 절로 글이 써질 듯한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따뜻한 카페와 에딘버러의 풍경, 상상력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J.K 롤링의 상상력과 합쳐져 ‘해리포터’가 탄생됐다.
‘엘리펀트 하우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화장실 풍경이었다. 화장실 벽면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J.K 롤링과 해리포터에 대한 애정어린 글귀들이 적혀있었다. 한글도 보였다. 그중 가장 많이 적힌 글귀는 ‘땡큐 포 메이킹 마이 차일드후드 매지컬(Thank You for making my childhood magical, 내 어린시절을 황홀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요)’였다. 어린 시절 ‘해리포터’ 시리즈에 열광했던 많은 이의 가슴 속에 있는 말일 터. 덕분에 함께 황홀한 여행의 순간을 만끽하게 됐다. Thank you!
영국=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박수정 기자 soverus@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