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샤벳
[텐아시아=이 은호 기자] 걸그룹 달샤벳이 1년 3개월 만에 컴백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앨범을 만들었다는 점. 치열한 고민 속에서 달샤벳은 더욱 단단한 성장을 보였다.아이돌을, 특히 섹시 콘셉트의 여자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은 때론 무척 야박하다.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부르고 시키는 대로 춤을 춘다는 생각이 일부에겐 통념처럼 박혀있다. 그러나 달샤벳은 그러한 고정관념에 보기 좋게 일갈을 날린다. 새 미니앨범 ‘조커 이즈 얼라이브(JOKER IS ALIVE)’ 제작에 멤버 수빈이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 “달샤벳 멤버들의 손 때가 많이 묻었다”던 ‘조커 이즈 얼라이브’는 15일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세상에 나왔고 다음날 음원사이트 벅스에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달샤벳은 무슨 이유로 ‘조커’를 콘셉트로 잡았을까. 15일 열린 쇼케이스 현장에서 프로듀서를 맡은 수빈은 열의에 찬 모습으로 이를 설명했다. 그는 “달샤벳의 방향성을 찾다가 떠오른 것이 조커라는 콘셉트였다”고 입을 연 뒤 “팬들이 기대하는 통통 튀고 귀여운 모습과 함께 달샤벳이 5년 차이기 때문에 무게감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커가 다크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커’라는 콘셉트가 노래로 탄생된 배경도 독특하다. 수빈은 “흔적만 남기고 가는 조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밀당남’의 모습을 연상시켜 ‘조커’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밀당’이니 ‘썸’이라는 신조어가 표준어에 가까울 정도로 자주 사용되는 만큼 ‘조커’의 재기발랄함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달샤벳 앨범 중에 손때가 많이 묻은 앨범이다”는 설명처럼 다른 멤버들 또한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안무 창작에 많은 의견을 보탰다던 세리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직접 포인트 안무를 설명하기도 했다. 세리는 곡 초반 선보이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는 이름의 춤, 섹시함이 돋보이는 ‘장난 아냐’ 춤, 후렴구에 등장하는 ‘입꼬리 춤’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에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시범을 보이는 등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달샤벳
사실 달샤벳은 컴백에 앞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앞서 달샤벳은 수빈의 교통사고, 우희의 기흉 수술 등 원치 않는 사고로 1년 3개월 간 공백기를 가졌던 상태. 지율은 “개인적으로는 공백기에 슬럼프가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빈이가 아픈 와중에도 이 노래를 들려줬다. 그 순간 악재라고 느껴졌던 순간이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도약 지점이 될 수 있는 앨범이 될 것 같다. 멤버들의 다른 장점도 많이 노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때문에 수빈의 심정은 남달랐다. 그는 “사고 후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면서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만 썼다. 그런데 쉬는 동안 나 때문에 달샤벳이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내가 달샤벳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달샤벳이 어떤 무대를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면서 곡을 썼다. 앞으로 달샤벳이 나아가야할 음악적 방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개인이 아닌 그룹으로, 지망생이 아닌 대중가수로, 수빈은 한 걸음 성장을 보인 것이다.무려 1년 3개월 만의 컴백.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려운 일도 많았고 숱한 고민도 거듭했을 테다. 세리는 “달샤벳이 너무 오랜 공백기가 있었다. 매우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무대를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율은 “우리가 오래 쉬었기 때문에 잊히지 않았을까 했는데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수빈이한테도 너무 고맙다”고 말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울컥하는 지율의 모습에 아영과 수빈, 세리도 덩달아 눈물을 보였다.수많은 아이돌들이 섹시 콘셉트를 내세워 대중 앞에 나타난다. 생존을 위해서는 맹렬한 경쟁이 필수인 상황. 그러나 달샤벳은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것은 더욱 섹시한 의상도, 더욱 자극적인 가사도 아니다. 다만 달샤벳은 치열한 고민을 거쳐 정체성의 모색을 배웠다. 달샤벳이 얻은 무기, 그것은 스스로 개척해낸 성장이었다.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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