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화정’

[텐아시아=최보란 기자]화려한 정치를 꿈꾸는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하사극 ‘화정’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에서는 선조(박영규)와 광해(차승원)의 날선 대립과 정치세력의 음모로 인한 선조의 죽음이 그려졌다. 선조의 차가운 시선 속에 점차 냉혹한 군주로 변해가는 광해의 모습이 파란만장한 왕조사의 시작을 알렸다.선조는 대보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대신들 앞에서 ‘폐가입진'(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세운다)으로 운을 띄우며 광해군을 세자자리에서 내몰 의지를 드러냈다. 상황이 위태롭게 돌아가자 임해군(최종환)을 위시해 광해군을 따르는 무리들은 그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대북파의 얼굴 정인홍(남명렬)은 그런 선조에게 광해를 곡해하지 말라며 성군의 자질을 지닌 광해야 말로 세자감이라고 직언했다. 선조는 광해의 바로 그런 덕목이 임금인 자신을 웃음게 만들고 있다며 역정을 냈다. 광해는 군사를 일으키자는 측근들을 만류하고 도리어 그런 선조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며 다시 기회를 달라 청했다.

하지만 선조에게 광해는 아들이기보다는 정적이 된 지 오래였다. 왜란에 백성을 두고 도망간 자신 대신 백성들을 지키고 민심을 얻은 광해는 임금으로서 부덕을 상기시키는 눈엣 가시 같은 존재였다. 다음날이면 선조의 명에 따라 세자 자리는 광해가 아닌 어린 영창대군에게 가게 될 터였다.하지만 선조와 광해도 모르는 사이 정치 세력들은 다음 왕좌를 두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선조를 지척에서 모시던 상궁 김개시(김여진)는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까지 오랜시간 공을 들여 선조에게 독을 먹여왔던 것. 아비에게 억울함을 토로하러 침소를 찾은 광해는 죽음을 목전에 둔 선조를 발견했다. 광해는 숨이 넘어가는 선조에게 “전하와 다른 임금이 될 것이다. 이제 이 나라의 왕은 나”라고 외치며 눈빛을 번뜩였다.

‘화정’은 단 1회만에 곧은 성정의 광해가 냉혹한 군주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선조는 광해가 진짜, 즉 ‘적통’이 아니라는 명분으로 그를 몰아내고자 하지만, 광해군의 진짜 마음은 보지 못했다. 첫 회에서는 익히 알고 있었던 광해와 선조의 대립이 단 한 회만에 빠르게 전개되고, 새로운 광해의 시대를 예고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냈다.

특히 첫 회에서는 차승원과 박영규의 불꽃튀는 카리스마 대결이 몰입도를 높였다. 차승원은 선조의 모진 말에 가슴 아파하다가 점차 분노에 사로잡히는 광해의 모습을 풍부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 내며 시선을 모았다. 김개시 역의 김여진과 이이첨 역의 정웅인은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방송 후 시청자들은 1회를 이끈 차승원의 연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냈다. 시청자들사이에서는 대체로 “역시 차승원이다”, “차승원의 연기가 ‘화정’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믿고 보는 연기” 등의 호평이 주를 이뤘다. 반면 “‘차줌마’ 이미지 때문에 몰입이 안 됐다”, “진지한 연기 인데 웃음이 나왔다” 등 최근의 예능 속 이미지로 인해 몰입이 방해됐다고 호소하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팩션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탓에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도 제기 됐다. 시청자들은 첫 방송에서 “광해군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미화된 것은 아니냐”는 의견부터 “너무 왜곡된 스토리가 되지 않았으면”,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첫 회를 보니 알려진 역사가 많이 바뀔 것 같아서 걱정된다” 등의 반응이 제기됐다.

한편 이날 ‘화정’은 10.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는 SBS ‘풍문으로 들었소’의 11.6%를 이어 동시간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이자, 1위와 격차 불과 1.1% 포인트로 월화극 판도 변화를 기대케 하고 있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화정’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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