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콘서트를 채운 은빛 물결

[텐아시아=박수정 기자]그룹 엑소가 콘서트의 진화록을 썼다.

엑소는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국내 두 번째 단독콘서트 ‘엑소 플래닛 #2 -디 엑솔루션-(EXO PLANET #2 -The EXO’luXion-‘을 개최했다. 1만 4,000개의 은빛 물결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이날 엑소는 ‘중독’, ‘으르렁’, ‘늑대와 미녀’를 비롯해 콘서트를 위해 준비한 신곡와 새 앨범에 수록될 신곡을 포함해 총 28곡의 무대를 선사했다. 엑소의 주특기인 퍼포먼스부터 귀여운 모습, 섹시한 모습, 자유분방한 모습까지 섹션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무대가 준비돼 엑소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프닝부터 웅장했다. 엑소플래닛과 초능력이라는 엑소 특유의 정체성을 담은 영상이 나오자 40명의 합창단 목소리가 들렸다. 웅장한 화음은 엑소가 만들어내는 판타지 세계로 인도했다. 팬들은 귀가 찢어질 듯 뜨거운 함성으로 엑소에 환호했다. 오프닝 무대 이후 수호는 “정말 놀랍다. 정말 행복하다. 우리는 ‘위 아 원(We Are One)’이니 하나가 되서 같이 즐기고 호흡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첸은 “재킷을 입고 있는 팬이 몇몇 보인다. 미리 말하겠지만, 오늘 그 재킷을 벗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어제 온 팬들은 목이 다 쉬어서 갔다”며 콘서트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앞서 엑소는 기자회견을 통해 “더 발전되고 진화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며 “팬들과 더 호흡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자신감의 이유, 공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무대 연출의 끝판왕, 더 멋지게, 더 가까이.

화려한 레이저쇼(위쪽)와 대형철골세트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엑소

총 5회 공연, 7만 명 동원이라는 규모에 맞게 콘서트 스케일부터 진화했다. 50mx25m 크기의 본무대를 비롯해 6개의 이동식 대형 슬라이딩 LED, 4대의 영상 스크린, 별 모양 리프트, 무빙 피아노, 레이저쇼, 대형 철골 세트 등이 펼쳐졌다. 별모양의 리프트는 다섯 개의 돌출 부위와 중간 원형 무대 등 시시각각 모양이 바뀌며 다양한 무대 연출을 자랑했다. 여기에 스탠딩석과 좌석 사이에 원형 무대까지 장치돼 엑소는 2~3층 객석에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2층 객석 중앙 앞에 위치한 무대에서는 계단 리프트 장치가 마련됐다. 찬열이 ‘베이비 돈 크라이(Baby Don’t Cry)’에서 이 계단으로 깜짝 등장해 감미로운 랩을 펼쳤고, ‘첫눈’ 무대에서 모든 멤버가 계단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과 눈을 맞췄다. 클럽 파티를 방불케 하는 EDM 섹션에서는 멤버들이 무대 곳곳에서 관객들과 호흡했다. 무대 중앙에서는 DJ 찬열을 위한 DJ 박스가 마련되면서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했다.

백현은 콘서트 오프닝 무대 이후 “저번 콘서트에서는 팬 여러분과 호흡할 시간이 적었다. 이번에는 여러분과 눈도 마주치고 같이 뛸 것이다”고 선포한 바 있다. 무대 곳곳 사소한 장치마저도 허투루 쓰지 않는 남다른 스케일과 섬세한 연출로 엑소와 엑소엘은 더 뜨겁게 하나가 될 수 있었다.

# 9곡의 신곡 무대와 콘서트만을 위한 업그레이드 퍼포먼스
‘엘도라도’ 무대와 커피요정으로 변신한 엑소

무려 9곡의 신곡 무대와 콘서트만을 위한 퍼포먼스도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했다. 엑소는 이날 ‘엘 도라도(El dorado)’, ‘플레이보이(Playboy)’, ‘마이 앤서(My Answer)’, ‘엑소더스(Exodus)’, ‘헐트(Hurt)’, ‘풀문(Full moon)’, ‘드롭댓(Drop that)’,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 ‘약속’의 신곡을 선보였다. 감미로운 발라드부터 펑키한 댄스곡, 강한 힙합곡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 추후 발매될 새 앨범 타이틀곡 ‘콜 미 베이비’는 짧은 무대였음에도 ‘으르렁’과 ‘중독’을 잇는 엑소만의 퍼포먼스와 음악적 향기를 느끼게 해 기대를 높였다.

엑소의 주특기인 퍼포먼스는 더욱 진화됐다. ‘엘 도라도’ 무대에서는 솟아오른 빛기둥 사이로 멤버들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엑소는 광선검을 연상케 하는 소품을 사용해 판타지적인 무대를 꾸몄다. 카이, 세훈, 레이의 개인 퍼포먼스도 압권이었다. 카이와 세훈은 ‘베이비 돈 크라이’ 무대에 물을 이용해 강렬하고 섹시한 무대를 펼쳤다. 젖은 셔츠와 머리가 대형 화면에 비춰지자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퍼졌다. ‘엑소더스’ 무대에서는 레이의 단독 퍼포먼스가 펼쳐졌다.엑소의 비주얼 자체만으로 퍼포먼스가 되기도 했다. 브릿지 영상은 JTBC ‘나홀로연애중’의 엑소 버전인 듯한 연출과 커피 요정으로 변신한 엑소의 귀여운 모습이 담겼다. 엑소는 루피망고모자, 멜빵바지와 스트라이프 티셔츠로 깜찍함을 뽐낸 뒤 하얀 종이 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아찔한(?)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으르렁’과 ‘늑대와 미녀’에서는 기존 퍼포먼스에 댄스 브레이크를 추가해 볼거리를 자아냈다. 오직 콘서트기에 가능한 업그레이드 결과물이었다.

# “오래 오래 봐요.” 진화한 팬 사랑

인사하는 엑소

엑소의 눈물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앙코르 첫 번째 곡으로 ‘약속’이 시작되자 팬들을 ‘항상 지켜줄게’라는 슬로건 이벤트로 화답했다. ‘약속’은 첸과 찬열이 작사하고 레이가 작곡한 팬송으로 더 의미가 깊은 노래. 엑소와 팬이 진심으로 소통했다. 노래를 마친 뒤 수호, 백현이 눈물을 흘렸다. 수호는 “어제는 안 울었는데 격일로 우는 사람이 정해져있는 것 같다. 팬 여러분도 보고 모니터에 멤버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오늘은 지켜준다고 해주셔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첸은 “우리가 항상 멋진 무대로 감사함을 보답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보답이 모자란 것 같았다. 우리의 마음을 담아 작사했는데 작사를 하면서 여러분께 말하고 싶었다. ‘평생’이란 말은 하지 않겠지만, 정말 오래 오래 우리와 같이 함께 해달라”며 팬들을 따뜻하게 바라봤다.

다리 부상으로 일부 무대에만 올랐던 타오도 인사를 전했다. 타오는 “무대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던 멤버들에게 고맙다. 계속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감사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멤버들은 타오를 격려했다. 막내 세훈도 “은빛 물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묘하더라. 미안하고, 고맙다. 지금까지 이렇게 우리 믿고 따라와 줘서 정말 감사드린다. 너무 감사하고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엑소는 확실히 진화했다. 지난해보다 더욱 더 커진 규모와 더불어 보여주기식 무대가 아닌 진심을 담은 무대를 만들어낼 줄 알게 됐다. 퍼포먼스라는 자신의 강점을 지키면서도 EDM 섹션과 무대 장치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 담았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니 귀가 멍멍했다. 그만큼 팬들의 함성과 엑소의 라이브 성량이 공연장을 꽉 채웠던 것이리라. 콘서트는 엑소엘이 있기에 가능한 규모였으며, 엑소라서 완성된 무대였다. 진화록을 쓰고 있는 엑소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콘서트였다.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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