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카일과, 영화에서 크리스 카일을 연기한 브래드리 쿠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던 전쟁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실존 인물인 크리스 카일의 영웅담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9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일을 죽인 살해자에 대한 재판이 임박한 상황 속에서 카일의 영웅담을 둘러싸고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크리스 카일은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서 공식 160명·비공식 255명을 사살해 미군 사상 최다 저격 기록을 가진 미 해군 네이비실(Navy Seal)의 전설적 저격수다. 그가 쓴 자서전은 150만 부 이상 팔렸으며, 동명 영화는 제87회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의 영웅담이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 돼 논란이 예상된다.
그의 영웅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프로레슬러 출신 전 미네소타 주지사 제시 벤투라(64)와의 대립이다.카일은 2012년 1월 라디오방송에서 자신의 자서전을 홍보하면서 2006년 캘리포니아 주의 한 술집에서 네이비실 출신인 벤투라 전 지사와 주먹다짐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벤투라 전 지사가 “네이비실 대원들의 입과 행동이 거칠고 그중 몇 명은 전쟁에서 죽어 마땅하다”고 말해 홧김에 주먹을 날렸다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카일은 자서전에서도 벤투라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이 일화를 언급했다.
이에 벤투라는 “나는 참전용사를 모독한 사실이 없는 데다 카일을 만난 적도 없다. 카일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카일을 고소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해 카일의 유족에게 184만5,000달러(약 20억2950만 원)를 벤투라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카일은 또 2005년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가 컸을 때 슈퍼돔 지붕에서 동료 저격수와 함께 약탈자 최소 30명을 저격했다고 자랑했으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뿐 아니다. 카일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차량 절도를 하려는 용의자 2명을 쏴 죽였다는 사실 또한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사건을 취재한 지역 월간지 ‘D매거진’ 마이클 무니 기자는 “몇 달 동안 해당 지역 경찰소와 주유소 등을 찾아 탐문했으나 그런 일을 뒷받침할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카일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라크전 참전용사 에디 레이 루스의 재판이 이번 주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영화 개봉과 흥행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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