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
13개월 동안 그녀들은 무엇을 했을까. 걸그룹 나인뮤지스가 ‘드라마’로 컴백했다. 지난 2013년 12월 ‘글루’ 활동 이후 13개월 만에 컴백이다. 나인뮤지스는 2013년 1월부터 ‘돌스’, ‘와일드’, ‘건’, ‘글루’를 연달아 활동하면서 그 해를 풍성하게 보냈다. 정규 1집 앨범이라는 성장의 결실도 맺었다. 그러나 2014년, 나인뮤지스는 긴 공백기를 맞이해야 했고, 변화를 겪었다. 세 명의 멤버가 졸업하고, 소진과 금조 두 멤버가 새로 합류했다. 1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활동, 나인뮤지스는 그 사이 훌쩍 자라있었다.오랜만에 음악방송에서 만난 나인뮤지스 멤버들에게 1년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모두 무대에 대한 간절함과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유애린은 “긴 휴식 때문에 이 일이 간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고, 성아는 “청춘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었다”고 답했다. 혜미는 간절함보다 더 깊은 ‘갈급(渴急)’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물론 항상 좋아하는 일을 하고 무대에 서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 2013년 1년 내내 활동하면서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2014년은 그런 저를 순식간에 반성하게 하고, 빨리 무대에 서고 싶고, 근질거리는 갈급함이 생겼어요. 앨범을 제대로 준비하기 전부터 저를 발전시키고자 운동도 했고, 멤버들 모두 그랬어요. 연습하면서도 다들 더 먼저 와서 하고, 더 늦게까지 남아서 하고.. 그런 면에서 다들 단합했어요. 앨범 준비를 하면서 솔직히 트러블이 없을 순 없는데 이번엔 전혀 트러블이 없었어요. 다들 한 마음으로, 활동하는 이 순간 열심히 잘하자는 마음이었어요. 항상 의욕도 좋아요.” (혜미)
음악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준 것은 성아였다. 1년 동안 랩을 연습해 이번 앨범에서 래퍼로 변신한 성아는 이유애린과 함께 타이틀곡 ‘드라마’의 도입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유애린은 이번 앨범에서 래퍼로 변신한 성아에 대해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성아가 노래를 잘해서 보컬라인이길 바랐다. 아이가 욕심이 많고 힙합을 너무 좋아해서 랩을 1년 동안 연습을 열심히 했다. 많이 발전하고 1년 동안 연습한 만큼 잘하고 있다. 스웩이나 힙합 소울이 있구나. 입고 다니는 것도 잘 소화해내는 친구라 생각했다. 예전에 랩을 공부할 때 래퍼 분들에게 정말 래퍼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래퍼가 될 수 있냐고 물으니 옷부터 힙합으로 바꾸고 모든 것을 힙합으로 바꿔보라고 하더라. 성아는 원래 그런 것을 갖고 있다. 항상 듣는 음악도 힙합이었고, 습득력도 빠르고 랩으로 잘 표현했다. ‘언니 나 오늘 잘했어? 어땠어?’라고 묻는데 정말 잘하고 있어서 해줄말이 없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보고 있는데 발전하고 있다. 성아 랩을 좋아해주을 마니아도 생겼다. 성아가 피아노도 잘 친다.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건반으로 치는 재주가 있다. 그만큼 음악적으로 발전가능성이 큰 친구고, 지금 작곡도 하고 있다. 성아가 작곡한 곡을 듣는데 빨리 편곡되서 나왔으면 좋겠다. 음악적 열정이 뛰어나서 어련히 알아서 잘하는 친구다.” (이유애린)
나인뮤지스
지난해 나인뮤지스가 아닌 개인 활동으로 얼굴을 비췄던 멤버들도 저마다의 성장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경리는 새 멤버 소진, 제국의 아이들 케빈과 혼성 유닛 네스티네스티 활동을, 민하는 tvN ‘아홉수 소년’에서 연기자로, 현아는 인디밴드 스무살 ‘지워지지 않는 11자리 번호’와 고양이에세이 ‘매일매일 사랑해’를 발표하며 각자만의 영역을 다졌다.민하는 ‘아홉수소년’에서 김영광을 짝사랑하는 이고은 역을 맡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매력을 보였다. “혼자서 레슨 받을 때와 현장은 엄청나게 다르더라”며 당시를 떠올린 민하는 “김영광 오빠나 경수진 언니도 그렇고, 선배님들이 편안하게 연기하는 스타일어서 편안하게 연기하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 팬들이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게 많이 좋아졌다고 말해주더라”고 전했다. 민하의 연기 활동은 나인뮤지스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했다. 민하는 “나인뮤지스 활동을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빨리 우리 앨범도 나와서 다 같이 스케줄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밥 먹을 때 메뉴를 같이 못 시키니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고 ‘밥민하’다운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1년의 공백은 무대 위에서의 즐거움을 알게 했다.“1년 동안 쉬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힘든 일도 있었고, 바쁜 점도 있었지만, 여유를 많이 찾게 되서 이번 활동을 더 즐겁게 하게 됐어요. 세세한 것에 신경 쓰거나 작은 것에 목숨 걸지 않고 크게 크게 노력하려고 해요. 나인뮤지스 모두가 이런 마음이에요.” (민하)
경리와 현아도 마찬가지였다. 무대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 이들은 진짜 즐기기 시작했다. 경리는 “예전에는 무대에 올라가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이제 첫날에는 무조건 떨긴 하지만, 엄청 즐기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어떻게 하면 팬들이 좋아하고, 그런 것을 스스로 아니까 뭔가 더 무대에 서는 게 재미있다. 안 끝났으면 좋겠다. 끝나고 집에 가면 ‘더 잘해야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이 든다”고 무대에 대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무대에서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재미있고, 즐겁고, 편안해요. ‘조금 더 포인트 있게 끼를 부려볼걸’, ‘조금 더 해도 괜찮을 텐데’라는 여러 가지 생각도 들어요. 안무도 틀리고 얼굴이 이상할 때도 있지만, 얼굴은 내 얼굴이고 바뀌지 않아요. 하하. 무대 위에서 얼마만큼 잘 즐길 수 있게 됐느냐가 관전 포인트예요.” (현아)경리는 네스티네스티를 통해 인터뷰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네스티네스티 활동 당시 나인뮤지스를 대표해 나서야 했던 경리는 “그때는 내가 다 하다 보니 PR이 많이 늘었다. 예전보다 말을 하는 게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현아가 “경리가 너무 듬직하다. 경리가 어느새 멘트도 알아서 본인이 살을 붙여서 멋있게 말을 만들고, 언니 입장에서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리는 현재 KBS 쿨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의 수요일 코너 ‘답장, 너’에도 출연 중이다. 경리는 “라디오는 항상 초심으로 하고 있다”며 웃은 뒤, “풋풋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전했다.
나인뮤지스
1년의 공백은 멤버들 사이의 우애도 끈끈하게 만들었다. 경리는 “예전에는 방송 시작하고 내 하는 것이 바쁘고 신경이 쓰여 멤버들한테 신경을 못 썼는데 이제는 멤버들 하나 하나 신경 쓰게 되고 모니터할 수 있게 됐다”며 “좀 더 멤버들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커졌다. 멤버들의 말에도 좀 더 귀 기울이게 됐다”고 전했다.나인뮤지스는 올해 ‘드라마’를 시작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 예고했다. 경리는 “‘드라마’는 섹시가 아니다”며 “1월에 활동하는 것이니 조금 더 발랄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보여드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계절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을 하고 싶다”며 “겨울 쯤 되면 진짜 섹시가 나오지 않을까. 올해는 계절별로 계속 나올 것이다. 이번에는 사랑스러움이라면 다음에는 기존의 명사로 표현이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인뮤지스만의 색깔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인뮤지스는 “오래 기다려 주신 만큼 2015년도 시작하는 그 에너지를 2015년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할 테니 잘 부탁드린다”며 “더 더 발전하는 나인뮤지스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개방송을 찾아오는 팬들에게는 “공방 오시는 분들 밖에서 기다리고 추운데 몸 관리도 잘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혼나지 않을 정도로 찾아오세요. 부모님께서 미워하지 않게!”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유애린은 “너무 긴 휴식이었지만, 긴 휴식 때문에 이 일이 간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무대가 그리웠다. 나는 무대에 있어야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며 “지금은 작은 것 하나하나 소소하게 행복하다”고 전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나인뮤지스는 1년의 공백을 딛고 무대에 대한 간절함과 서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즐기는 것의 행복함을 깨달은 듯 보였다. 민하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꼭 덧붙여달라고 전했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스타제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