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루카서(왼쪽), 래리 칼튼



래리 칼튼과 스티브 루카서는 연신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기타솔로를 주고받을 때에도, 잠시 연주를 쉴 때에도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환하게 피었다. 둘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그 위로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담긴 기타연주가 흘렀다.지난 23일 래리 칼튼과 스티브 루카서의 내한공연이 열린 연세대학교 대강당 앞은 음악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모여 마치 신년 동창회를 보는 것 같았다. 뮤지션들부터 공연 기획자, 제작자, 좌판 사장님까지 정말 다 모였다. 기타를 멘 학생들이 많았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프닝을 맡은 김세황은 “여기 오신 분들도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래리 칼튼과 스티브 루카서의 굉장한 팬이었다. 같은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저녁 8시 40분경에 무대로 나온 래리 칼튼과 스티브 루카서는 제프 벡의 곡이자 이 공연을 가능하게 한 2001년 실황 앨범 ‘노 섭스티튜션 – 라이브 인 오사카(No Substitution - Live in Osaka)’의 첫 곡 ‘펌프(Pump)’를 연주했다. 첫 곡부터 둘의 연주는 대비를 이뤘다. 스티브 루카서는 여전히 테크니컬하고 또 장난꾸러기와 같은 솔로를 선보였고, 래리 칼튼은 음표를 자제하면서 깊이 있는 톤을 들려줬다. 여유 있게 연주를 주고받은 둘은 곡 막판에 스틸리 댄의 ‘조시(Josie)’의 기타 리프를 삽입해 재치 있는 마무리를 선보였다.

커버 곡을 연주하는데 있어서도 거장다운 센스가 돋보였다. 둘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투투(Tutu)’를 연주하다가 이어 역시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인 ‘올 블루스(All Blues)’의 진행을 가져다가 블루지하고 동시에 재지한 임프로비제이션을 선사했다. 이와 함께 작년에 사망한 조 샘플을 추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래리 칼튼은 “조 샘플은 내가 존경했던 뮤지션”이라고 말하며 크루세이더스의 ‘릴리스 오브 더 나일(Lily’s of the Nile)’을 연주했다.

무대에서도 스티브는 래리를 스승이자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래리 칼튼은 기타를 많이 칠 필요가 없었다. 곡의 테마 및 노래는 거의 스티브가 소화를 하고 래리는 그 위로 점잖게 솔로를 얹었다. 래리 칼튼의 ES-335는 드라이브를 살짝 걸어 거의 생 톤에 가까웠고, 스티브 루카서의 ‘루크’는 강한 드라이브에 롱 딜레이가 걸려 강렬한 톤을 들려줬다. 함께 하는 백밴드의 연주도 탁월했다. 특히 드러머 키스 칼록은 기타리스트들을 압도할만한 드럼 솔로를 들려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로스로즈(Crossroads)’에서 터져 나오는 둘의 블루스 연주는 가히 일품이었다. 스티브 루카서는 펜타토닉 스케일을 중심으로 강하고 록적인 연주를 들려준 반면, 래리 칼튼은 벤딩을 자재하고 다소 재즈적인 진행을 보였다. 마이너 발라드 곡 ‘잇 워즈 온니 예스터데이(It Was) Only Yesterday’에서는 래리 칼튼의 섬세한 손맛, 그리고 영롱한 멜로디가 특히 빛났다. 중간에 둘은 팬 서비스로 예정에 없던 지미 헨드릭스의 ‘리틀 윙(Little Wing)’을 들려주기도 했다. 스티브 루카서가 원곡의 테마를 다이내믹하게 재현했고, 래리 칼튼은 원곡과는 다른 차분하고도 섬세한 솔로잉으로 색다른 맛을 전했다.

마지막 곡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룸 335(Room 335)’였다. 래리 칼튼이 ‘룸 335’의 코드 연주를 살짝 들려주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키스 칼록이 드럼을 쿵 하고 치자 스티브 루카서가 깜짝 놀라 박자를 틀리기도 했는데, 역시 이들도 사람이더라. 둘이 같이 곡의 테마를 유니즌으로 연주하자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래리 칼튼과 스티브 루카서가 젊은 시절 ‘스튜디오 룸 335’에서 함께 연주하며 즐거워했다는 그 곡, 객석의 기타리스트들이 한번쯤은 카피해봤던 그 추억의 곡이었다. ‘룸 335’를 들으니 약 14년 전 둘의 내한공연을 TV 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로 봤던 게 떠오르며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세월은 흘렀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은 그대로였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사진제공. 유앤아이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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