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라면 3,000개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0분의 1에 해당하는 331개관에서만 선을 보였다. 짐작하겠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다룬 영화 ‘인터뷰’ 얘기다.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몸살을 앓았던 ‘인터뷰’는 결국 소규모 독립영화방식으로 개봉, 첫 주 118만 달러를 기록하며 16위에 만족해야 했다. ‘인터뷰’의 소규모 개봉이 북미극장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가장 큰 수혜는 아무래도 ‘호빗: 다섯 군대 전투’와 ‘언브로큰’이 입은 것으로 보인다.

피터 잭슨은 피터 잭슨이다. ‘호빗’ 3부작의 완결편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1위 자리를 지켜내며 2주 연속 흥행 정상에 올랐다. 29일 북미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26일부터 28일까지 4,142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해피 크리스마스 시즌을 누렸다. 이로써 ‘호빗’ 시리즈는 ‘호빗: 뜻밖의 여정’(2012년),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2013년) 그리고 ‘호빗: 다섯 군대 전투’까지 모두 그 해의 마지막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12월 26일-28일 북미박스오피스 성적

매출도 전주 대비 24% 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벌어들인 누적 수익은 1억 6,852만 달러. 2억 달러는 무난하게 넘어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관건은 당초 목표했던 3억 달러다. 참고로 1편은 3억 300만 달러, 2편은 2억 5836만 달러를 자국에서 벌어들인바 있다.

# 일본 극우세력으로부터 비판 받고 있는 ‘언브로큰’크리스마스 기록만 보면 ‘언브로큰’의 우세가 점쳐졌다. 영화는 25일 개봉과 동시에 대작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개봉 첫 날 수익은 역대 크리스마스 개봉 영화 중 ‘셜록 홈즈’ ‘레미제라블’을 이어 3위에 해당한다. 경쟁작 ‘인터뷰’가 빠지면서 더 힘을 얻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말에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 역전을 허용했다. 졸리로선 아쉽긴 하겠지만 그녀의 첫 연출작 ‘피와 꿀의 땅에서’(2011)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만하면 잘 달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언브로큰’은 19살에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로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던 루이 잠페리니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잡혀 2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다 살아남은 내용으로 일본 극우세력은 영화가 날조됐다며 문제 삼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서는 상영반대 보이콧과 안젤리나 졸리의 입국 금지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태. 때문에 국내 관객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이 모인다. 국내에서의 성적이 북미 성적보다 궁금한 이유다.


‘언브로큰’과 함께 개봉한 디즈니의 판타지 뮤지컬 ‘숲속으로’는 3위로 출발했다. ‘캐리비안 해적: 낯선 조류’의 롭 마샬 감독과 조니 뎁이 만나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다. 같은 기간 영화는 3,102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최근 조니 뎁의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하다.# ‘헝거게임: 모킹제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이어 올해 두 번짜 3억 달러 돌파

지난 주 부진한 성적으로 출발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크리스마스 특수에 힘입어 매출액이 상승했다. 20% 가량 증가한 2,060만 달러가 2주차 성적으로 순위 하락에 상관없이 폭스는 한 시름 놓게 됐다. 뮤지컬 영화 ‘애니’도 순위는 하락했지만 매출은 늘었다. 1,660만 달러를 끌어 모아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이 와중에 ‘헝거게임: 모킹제이’가 1,000만 달러를 더하며 누적 3억 달러를 돌파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억 3,274만달러)에 이은 올해 두 번째 ‘3억 달러’ 돌파 작품이 됐다.

# ‘인터뷰’, 온라인에서 금맥을 ?다비록 극장가에서는 흥행이 주춤한 ‘인터뷰’지만, 이 영화의 진짜 ‘엑기스’는 따로 있다. 소니 픽쳐스는 극장 개봉과 함께 유튜브, 엑스박스 비디오, 구글 플레이 등에 유료로 이 작품을 공개했는데, 큰 관심 속에 나흘 간 온라인에서만 165억 원을 벌어들였다. 북한의 심정이 사뭇 궁금하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모스트 바이올런트 이어’와 ‘우먼 인 블랙2’가 새해 관객을 만난다. ‘모스트 바이올런트’는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범죄의 위협에 빠지고 만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먼 인 블랙2’에는 전작의 주인공 대니얼 레드클리프가 없다. 굵직한 배우가 빠진 영화의 흥행은 미지수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제공.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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