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별’ 보아는 가수가 아닌 배우로 올 한 해를 보냈다. 올 2월 ‘관능의 법칙’에 깜짝 출연했고, 올 4월 첫 스크린 도전작인 ‘메이크 유어 무브’가 뒤늦은 개봉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6일 개봉된 ‘빅매치’로 본격적인 국내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아시아의 별’ 보아에게 2014년은 어떤 의미에서 또 한 번의 데뷔인 셈이다. 보아는 “가수로 데뷔할 땐 무관심에서 나온 거고, 지금은 ‘너 얼마나 하나 보자’는 눈초리를 뻔히 아니까. 언젠가는 거쳐야 할 신고식”이라고 말했다.
보아는 연기자로 데뷔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슈’만으로 연기를 시작하면, 기존 연기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다가 ‘댄스’를 중심에 뒀던 ‘메이크 유어 무브’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맛을 알았고, 이후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중이다. 그리고 ‘빅매치’는 마냥 달기만 했던 연기가 쓰다는 걸 일깨워 준 작품이다. ‘아시아의 별’ 보아는 이렇게 연기자가 됐다.
Q. 제대로 된 국내 스크린 데뷔다. 무엇보다 소감이 궁금하다.
보아 : 일단 반응이 좋아서 기분 좋다. 사실 첫 영화인데 스케일이 큰 영화에 갑자기 들어가게 돼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처음 봤다. (이정재는 신하균은 3~4일 봤다고 하던데) 나도 3~4일이었나. 회상 신에서 보고, 서울역에서 펀치 날렸고. 여하튼 익호(이정재) 선배님이 정말 힘들었겠다 생각했고, 구루(최우식) 캐릭터가 참 부러웠다.(웃음) 다른 분들의 연기에 많이 웃었다. 다만 알고 있던 흐름대로 가지 않고, 수경의 첫 등장도 달라서 당황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Q. 본격적인 국내 스크린 데뷔라고 할 수 있다. 가수로 데뷔할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보아 : 지금이 더 힘들다. 비교도 안 된다. 그땐 무관심에서 나온 거고, 지금은 ‘너 얼마나 하나 보자’는 눈초리를 뻔히 알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거쳐야 할 신고식 같은 거로 생각하고 있다.
Q. 이번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이정재의 말로는 최호 감독의 전작 ‘고고70’ 때 미팅을 했었다고 하더라.
보아 : 잘못된 정보다. ‘고고70’ 대본을 보냈다고 하는데 내 손에 들어오진 않았다. 중간에 어디론가 증발했다.(웃음) 사실 연기제의는 끊임없이 받아왔고, 섣불리 시작하기 싫었다. 내가 가진 이슈 때문에 제의가 들어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연기를 해버리면 정말 기존 연기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미루고 있다가 ‘메이크 유어 무브’를 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연애를 기대해’도 SM에서 힘써서 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오디션 2번 정도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잘 마치고, 좋은 평 받아서 ‘빅매치’ 대본 받게 됐고. 순차적으로 차근차근하고 있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메이크 유어 무브’는 어떤 이유로 참여하게 된 건가. 섣불리 시작하기 싫었던 보아를 움직인 뭔가의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보아 : 사실 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고, 관심 밖의 분야였다. 가수로서 활동하고 있었고, 정신없었던 상태였다. 들어가려고 준비했던 작품도 있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너무 어색한 거다. 그래서 포기한 적도 있다. 댄스 영화를 하게 된 건 춤을 오래 춘 사람한테 춤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데 누가 마다하겠나. 생각보다 로맨스가 많아 연기할 부분도 그만큼 많아졌지만. 어쨌든 그동안 혼자 했던 일이 많이 배우와 협력하는 모습이 좋았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하는 거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Q. ‘빅매치’는 주위의 반대에도 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어가게 됐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보아 : 일단 ‘갑자기’ 대본이 온 거다. 뜬금없이 제의가 들어왔고, 그래서 ‘갑자기’라고 표현했다. 반대도 많았고, 어렵게 들어간 작품인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 ‘큰 영화’라고 말씀드린 건, 이미 이정재란 배우가 캐스팅된 상황이었고, 이후 캐스팅 소식이 들어오는데 어마어마한 거다. 그걸 보면서 더 정신 차려서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정말 정말 잘해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Q. 그 어마어마한 캐스팅 사이에서 부담되고, 기죽었던 적은 없나.
보아 : 다행히 정재 선배하고만 있어서. 긴장을 안 했다는 건 아니지만, 잘 챙겨주셨고 조언을 잘 해주셨다. 어떨 땐 선생님 같기도 하고, 좋은 선배님 같기도 하고. 기댈 수 있었고, 배울 수 있었다. 다른 배우들하고 연기하는 장면이 많이 없었던 게 다행이다.
Q. 수경 역할에 끌렸던 이유는 무엇인가.
보아 : 어떤 여배우도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센 캐릭터였다. 맞는 신도, 싸우는 신도 많고. 또 과격하고, 흡연하고, 욕하고. (음주는?) 다행히 음주는 없네. ‘사생결단’에서 보여줬던 잔인한 게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 역할은 누가 해도 좋겠다’, ‘어떤 영화와 비슷하다’ 등의 느낌이 있는데 수경은 떠오르는 배우도, 영화도 없었다. 적어도 국내만큼은. 그래서 이끌리게 됐다. 어려서부터 열심히 해서 챔피언에 올랐는데,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모든 걸 포기한 채 기계적으로 사는 여자의 모습이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 내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봤을 때 뭔가 모르게 수경에 대한 연민이 많이 느껴졌다.Q. 권투, 액션 등 수경 역을 위해 준비할 것도 많았을 것 같다. 새롭게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것들이어서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보아 : 액션 스쿨 다니고. 따로 복싱도 배웠다. 펀치의 무게감을 실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세게 했다. 선수촌 생활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2시간 하고, 액션 스쿨 가면 기본 3시간 있고. 체력이 되면 복싱 추가하고. 일정이 없는 이상 액션 스쿨에 나갔다.
Q. 그래도 액션 신을 찍으면서 건장한 남자들을 때려눕히는 쾌감은 있었겠다. 평소에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보아 : 때렸을 때 맞는 포즈를 하니까 정말 때리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액션 하는 여배우들이 통쾌함을 느낀다고 하던데 나도 느꼈다. 힘들긴 했지만, 재밌었다. 그래도 당분간 액션은….
Q. 한강 둔치에서 이정재와 격투 신이 굉장히 코믹하게 그려졌다. 다소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실제 스크린으로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보아 : 재밌었다. 그날이 크랭크인 날이었다. 영하 17도 정도 됐을 거다. 추운 날이었는데, 한강이라 더 추웠다. 그리고 장면은 그렇게 나올지 알았다. 의도한 거였으니까. 나는 알고 있으니까 솔직히 그렇게 웃기진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웃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수경이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인데, 한 장면이라도 웃음 포인트가 있어서 기뻤다.Q. 또 보아에게 콤플렉스일 수도 있는 작은 키를 이용한 코믹적인 상황도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부분일 것 같은데.
보아 : 남자여서 괜찮았다. 여자가 그랬으면 싫다.(웃음) 그리고 ‘생얼’로 나간 것도 엄청나게 버린 거다. 어떤 여배우가 ‘생얼’로 큰 스크린에 있고 싶겠나. (정말 생얼이라고?) 정말 안 했다. 분장 시작하면 익호보다 빨리 끝났다. 근데 키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배우를 키로 판단하는 건 아니니까. 귀엽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고, 큰 거구를 조그마한 여자가 끌고 다니는 게 웃기지 않나. 재밌는 설정을 만들어준 건 감독님의 센스다. 예쁘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겠지만, 수경이 꾸미고 다닐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섹시 코드가 필요했다면 내가 하면 아니라 다른 배우분이 했어야지.
Q. ‘메이크 유어 무브’를 하고 나서는 몰랐던 연기의 맛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에는 어떤 맛을 보았나.
보아 : 그땐 단순히 ‘와! 맛있다’ ‘달다’였고, ‘빅매치’는 ‘어 쓰다’다.(웃음) 몸에 좋은 약이 쓰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내포하고 있는 게 많다.
Q. ‘쓰다’는 말을 하는 거 보니 정말 맛을 제대로 본 것 같다.
보아 : 모든 분이 그랬다. 감독님하고 처음 작품 해서 도움이 많이 됐을 거고, 앞으로 참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Q. 왜? 최호 감독이 괴팍한가.
보아 : 여배우한테 혹독하다고 하더라. 촬영하고 나서 알았다. 물론 이유 없는 혹독함이 아니라 많은 것을 끌어내고 싶은 거다. 그걸 못하니까 답답한 거다. 못 한다기보다 잘할 수 있는데 잘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래서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그게 이유 있는 가르침이었고, 그걸 통해 많이 배웠다.
Q. 홍일점이었는데, 현장에서 여자로 대해주지 않았다고 들었다.
보아 : 힘든 촬영 현장이었다. 날씨도 춥고, 액션 시퀀스도 많고. 액션 신 있는 날은 항상 긴장감 있게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합도 추가되거나 바뀌니까 배우들도 곤두서있었다. 가짜 칼이라고 해도 아프다. 또 잘못하면 누굴 때릴 수도 있고. 그리고 예쁘장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예쁜 콘셉트도 아니어서 남자로 보셨을 거다.(웃음)
Q. 그래도 아시아의 별인데.
보아 : 그 자체도 부담스러운 수식어고, 요새는 놀림당하는 기분이 든다. 촬영장에서 엄청나게 놀리셨다. ‘아시아의 별’이 얼굴에 피가 묻었네, 이렇게 스태프들이 놀렸다. 그 수식어에 울렁증이 생길 정도였다. 촬영장에서 힘들어 죽겠는데, 피범벅을 자기들이 해놓고 놀리니까. 어휴.
Q. ‘메이크 유어 무브’를 통해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면, 이번 영화를 마치고 나서는.
보아 : 생각한 것과 표현된 것에 대한 갭이 컸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이다. 그 갭을 줄여나가는 게, 그 갭이 없는 사람일수록 연기를 잘하는 사람 아닐까. 그게 가장 크게 와 닿았다. 흐름의 중요성, 연결되는 느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정재 선배님 연기하는 걸 봐왔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언제 저런 표정 짓고 있었지 할 정도의 디테일을 보고 공부가 많이 됐다. 앞으로도 그런 것도 놓치고 가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Q. 본인 연기를 평가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보아 : 정말 열심히 했다. 심사 위원이었으니까 많은 분이 점수 매겨달라고 하는데. 가수로서는 누구든 매길 수 있다. 15년 경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연기는 이제 한발 뗀 사람인데 연기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라 하면 못 줄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많이 채울 수 있겠다는 바람이다.
Q. 그래도 스스로에게 칭찬해준다면.
보아 : 사실 첫 역할로 수경 캐릭터는 너무 어려웠던 과제였던 것 같다. 그래도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잘 묻어갈 수 있었다는 거에 대해서는 솔직히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작품 캐스팅이 끝나고 나서 잘만 묻어가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Q. 묻어간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잘해야 묻어갈 수 있는 거니까.
보아 : 처음 하는 티가 안 났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었다. 티 나는 걸 그냥 넘어갈 분이 아니란 걸 알아서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으면 다 말해달라고 했다. 옆에서 정재 선배님께서 ‘내가 수경이라면 이러지 않았을까’라고 조언도 해줬고. 그런 선배님, 감독님들의 의견과 조언이 수경을 잘 이끌어 줬던 것 같다.
Q. 지난해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를 하고 나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접근하기 쉬웠을 것 같다.
보아 : 그것도 엄청나게 고생하고 찍은 작품이다. 나에게 욕심을 많이 가진 감독님을 뵀던 것 같다. ‘연애를 기대해’ 이은진 감독님도 잘 만들기 위해서 쓴소리를 많이 했고, 최호 감독님도 수경을 빛내주기 위해 쓴소리를 하신 거다. 그리고 ‘연애를 기대해’는 소재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면, ‘빅매치’는 연기 잘하는 분들 속에 있기 때문에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처음부터 잘하면 얼마나 좋겠나. 가수로서도,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서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가수 보아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배우 보아 이미지를 한 작품으로 단정 짓기에는 조급한 것 같다.
Q. 갑자기 궁금한 게 있다. 보통 가수들이 연기할 땐 본명을 쓴다. 그런 고민은 안 해봤나.
보아 : 본명도 보아라서. 이은진 감독님도 물어보셨다. 그런데 아무리 신인배우 권보아라고 외쳐도 사람들은 보아로 볼 거다. 그래서 굳이 안 바꿨다.
Q. 국내 스크린 데뷔를 마쳤는데,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 그리고 가수와 배우, 두 가지를 어떻게 병행해 갈 것인가.
보아 : 올 한해 연기 쪽으로 활동했다. 내년에는 데뷔 15주년이라 기념할 수 있는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다. (가수와 배우) 그런 균형은 회사에서 잘할 거라고 믿는다.(웃음)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윈윈’ 할 수 있는 건 분명히 있다. 그런 면에서 너무 동떨어진 일을 하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Q. 연기에 재미를 붙였을 것 같은데, 연기를 더 해보고 싶지 않나.
보아 : 하고 싶다. 내가 정말 죽도록 열심히 해서 잘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수경도 그랬고. 다음 작품 하게 된다면, 젊은 나이에 할 수 있는 예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Q. 예쁜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보아 : 섭외가 들어오는 대로.(웃음)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