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환 PD가 강남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신(新) 예능 대세 강남을 찾아낸 오윤환 PD‘예능 대세’ 강남은 어떻게 발굴되었나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 스스로 채널을 돌려도 늘 비슷비슷한 얼굴들만 보인다며 자조 섞인 불평을 늘어놓지만, 진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검증되지 않은 초짜 신인을 TV에 출연시키는 것에는 예측불가한 위험도 따르고, 예능 프로그램 PD 역시 회사원이라 보수적인 윗선의 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결국 서로간 호흡이 가장 중요하기에 늘 하던 사람 아니, 한 번이라도 해봤던 사람과 합을 맞추는 것이 안전하고 편하다.
새로운 얼굴은 이 모든 위험요소들을 극복하고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2014 하반기 가장 빛나는 예능 대세 강남은 자신을 발굴해준 PD를 “대부님”이라고 까지 부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또 전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헬로!이방인’에 고정 출연이 확정된 그를 발굴한 것은 JTBC 오윤환 PD. 오 PD는 MBC에서 JTBC로 이적한 뒤, 첫 선을 보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오랜 기간 지켜봐왔던 강남을 출연시켰고 확실히 터졌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도 강남의 인기로 매주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강남 역시 예능 대세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사랑받으니 이제는 윈-윈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남이 오늘의 대세가 되기까지 과정은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 강남은 K-POP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의 한 밴드 보컬. 현 소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한국으로 오게 됐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어 수준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소속사 측은 “음악성은 물론, 외모도 준수한데다 무엇보다 성격이 밝으면서도 예의도 있어 타국에서 적응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 예능에서 보여주는 다소 과장되고 시끄러운 행동 역시 처음 만났을 때도 그대로였다고 말한 이 관계자는 “처음엔 왜 저렇게 오버하지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원래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난 뒤 지켜본 강남은 의외로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었다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본 한국 TV를 통해 한국어를 차츰차츰 익혀나갔다는 에피소드도 있다.한국어가 아직 많이 서툴던 시절에는 예능보다는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으나, 차츰차츰 강남도 예능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캐릭터가 예능에도 잘 맞을 것이라는 소속사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남과 인터뷰 했던 많은 제작진이 “재미있다!”, “잘 될 것 같은 친구다”라고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출연은 좌절되었다. 이 시기를 강남은 “아무래도 내가 인지도가 없어서인지 출연까지 연결이 되지는 않더라”라고 추억했다.
하지만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던 오윤환 PD만큼은 언젠가 꼭 강남과 프로그램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제 MBC 재직 시절 설 특집 프로그램 ‘아이돌스타 알까기 선수권 대회’에 그를 출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남이 알까기 실력 탓에 예선에서 광탈(광속으로 탈락) 해버린 것.
이후 오윤환 PD는 JTBC로 회사를 옮기게 됐고, 신규 프로그램을 런칭하자마자 다시 강남을 찾았다. 오 PD는 “물론 강남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긴 했다. 100% 확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예능 PD로서 내가 하는 일이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것 아닌가.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과 별도로 예능판에 연예인 한 명을 더 발굴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이 업계 종사자로서 해야할 일을 한 기분이랄까”라고 말했다. 주변의 반신반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직진했고 결국 성공시켰다.오 PD의 예능 대세 발굴은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싸이먼디나 이기광을 예능에 진출시켜 성공시킨 당사자도 오 PD이며, 샘 해밍턴, 헨리에 이어 외국인 예능 트렌드를 주도하게 된 파비앙을 ‘나 혼자 산다’에 섭외해 출연시킨 것도 오윤환 PD다.
늘 남이 하던 대로 가던 길만 가는 것이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그도 알지만, 새로운 스타를 찾아내고 발굴해서 키우는 것은 어찌보면 예능 연출자들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오 PD는 말한다. 대중 예술 종사자로서 대세를 좇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세를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상에는 당연해보이는 것들도 마냥 흔치만은 않다. 그래서 더 반가운 강남의 발견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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