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은 예상보다 더 솔직하고, 과감하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뭘 얘기해야 하지”라며 웃음을 머금은 채 몸을 비스듬히 해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그가 어떤 사람인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식이라고는 0.1%도 섞여 있지 않은, 자신의 얼굴에 많은 것을 덧씌우게 되는 연예계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순도 100%의 남자였다. 덕분에 이야기는 더없이 리얼했고, 때문에 텍스트로 옮길 수 있는 부분은 다소 한정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히고 지나간다. 그럼에도, 이곳에 놓인 이야기만으로도, 가수, MC, 예능인, 그리고 영화 ‘오늘의 연애’로 배우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그의 다양한 매력은 충분히 전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는 언제나, 진짜 얼굴만 내보이니깐.

Q. 10월 10일이 정식 가수로 데뷔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정준영의 1년은 어땠나?
정준영 :
재미있었다. 원래 그날이 KBS2 ‘1박 2일’을 촬영하는 날인데, 회식하기로 했다. ‘2014 인천아시아게임’ 때문에 방송이 한 주 밀려서 “어우. 야 좋다, 회식하자!” 이렇게 됐다. KBS는 사랑이다. 으하항.Q. 안 그래도 어제 ‘쩔친특집’ 2회가 나오던데, 혹시 봤나?
정준영 :
보다 말았지 뭐. 재미있는 게 많기도 했는데, (조)인성이 형 때문에 편집 분량을 좀 늘린 것 같더라. (웃음)

Q. 지난 7월부터 MBC 라디오 ‘정준영의 심심타파(이하 심심타파)’ DJ도 맡고 있다.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 방송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정준영 :
가끔 월요일 방송을 녹음하긴 하지만, 목요일까진 거의 생방송이다. 라디오가 끝나면 잠자기 바쁘다. 그때면 친구들도 다 놀고 집에 들어갈 시간이라서 아무것도 못하지. 그런데 꼭 12시나 1시쯤에 연락이 온다. ‘뭐해?’ 이러면 ‘그만 좀 물어봐, 지겨워’ 이러지. 하하. 그래도 쉴 땐 쉰다. ‘1박 2일’ 촬영이 있는 주에 스케줄을 다 몰아서 하니깐, 격주로 바쁘다.

Q. 친구들이랑 자주 못 보겠다.
정준영 :
방송이 끝나는 시간에 안 자고 있는 애들이 있으면 밥이나 먹자고 한다. 아니면 낮에 잠깐 만나든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런데 굳이 안 만나도 된다. 요즘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거든. 크하하.Q. 역시!
정준영 :
‘블레이드 앤 소울(Blade & Soul)’이란 게임이다. 누가 엄청난 아이템을 준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아직 못 받았다. 에잇! 승부욕이 있는 편이라, 만렙(최고 레벨)은 찍어야 된다. 만렙은 모든 게임의 시작이니깐! 하하하. 이제 (만렙이 되기까지) 거의 10 정도 남았다.

다양한 얼굴을 지닌 정준영, 카리스마도 넘친다.

Q. 하하하. 그나저나 곡 작업은 잘되어가고 있나?
정준영 :
계속 준비 중이다. 작곡은 친한 형의 홍대 작업실에서 하고 있고. 밴드를 했던 형인데 지금은 그냥 백수. 큭큭. 백수 형이랑 같이 백수 놀이를 하고 있지. 작사 같은 경우엔 메시지는 내가 짜지만 그걸 푸는 건 아직 잘 못해서, 맡길 생각이다. 그리고 윤하랑 같이 했던 ‘달리 함께’처럼 콜라보 앨범 카드는 늘 갖고 있긴 한데, 일단은 정규 앨범을 내고 난 다음에 다시 내겠다고 했다. 콜라보 곡 같은 경우엔 내가 안 쓸 거다. 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깐. (웃음)Q. 주변에서 음악적인 자료도 많이 공유해주겠다.
정준영 :
아니, 혼자 찾는다. 유튜브가 진짜 ‘짱’이다. 보고 있는 영상 옆에 연관된 것들이 쫙 다 나오잖아. 라이브 무대를 보려고 들어갔다가 다른게 있으면 그것도 보고, 그렇게 타고 타고 가지. 아니면 옛날에 알던 밴드들에게서 (자료를) 얻기도 한다. 요즘엔 슬립낫(Slipknot) 앨범이 나와서 그걸 듣고 있다. (작은 목소리로 괴성을 지르듯) “우오오오오오!” 크하하. 이모코어 장르의 음악을 좋아해서 많이 듣는다.

Q. 어, 손에 그려져 있는 그 귀여운 그림들(해, 우산, 달 등이 작게 그려져 있다)은 뭔가?
정준영 :
어제 영화 촬영할 때 그린 건데, 귀찮아서 아직 안 지웠다.

Q. 이승기 문채원과 함께 ‘오늘의 연애’를 촬영 중이지. 어떤가, 영화는 할 만한가?
정준영 :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 아니다. 재미있다. (멀리 앉아 있던 매니저를 바라보며) 내 연기력에 대해 얘기 좀 해줘. 하하. 현장에서의 대우는 거의 원빈 급이다. (매니저: 으하하하하.) 나는 잘한다 잘한다 해줘야 정말 잘하는 스타일이라 다들 그렇게 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이 참, 지금 내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라니깐. 으헤헤. (문)채원이 누나랑 주로 연기하는데, 누나가 참 착하다. 그리고 우리 둘 다 (턱을 45도 각도로 만든 후 손등을 아래턱에 갖다 대며 장난기 어린 말투로) 어느 정도 레벨이 있기 때문에 잘 맞을 수밖에 없다. 하하하.Q. tvN ‘SNL 코리아’에 출연한 거 보니 뻔뻔하게 연기를 곧잘 하더라.
정준영 :
그거 덕분에 영화에 캐스팅된 거다. ‘SNL 코리아’가 방송된 다음날이었나, 연락이 와서 무조건 같이 하자고 했다. 박진표 감독님이 구애를 했지, 제발 하자고.

Q. 아, 정말?
정준영 :
네. (또박또박 발음하며) 구.애. (웃음) 혹시라도 내가 해서 이 영화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압박감이 들어서 안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의 열정에 반해 수락했다. (웃음을 터뜨리며) 지금은 감독님이 굉장히 큰 후회를 하고 있지. 크흐흐. 내가 맡은 역할이 포토그래퍼 ‘효봉(영어 이름은 앤드류)’이란 인물인데 이걸 하고 싶어했던 사람이 60명 정도로 정말 많았다더라. 개봉했을 때 완성된 영화를 보면 내 뒷모습만 나올 수도 있다. 뒷모습만 편집해서 후시 녹음으로 더빙한 목소리만 흐를 수도… 10월 말이면 촬영도 다 끝나니 두고 봐야지.

아련하고 슬픈 눈빛을 내보인 정준영
Q. SBS ‘패션왕 코리아’에 출연 중이기도 하지 않나. 같은 팀인 한상혁 디자이너와 남다른 케미가 돋보인다.
정준영 : (한상혁 디자이너와) 친하다. 난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정도 이엔지(ENG)만 찍으면 되는 거라서 뭘 따로 하는 건 없다. 아이디어는 제공하지만 옷은 디자이너가 만드니깐, 디자이너가 엄청 힘들지. 다른 팀들은 어디 놀러 가기도 하고 웨이크 보드 타러 가기도 하고 그러는데 내가 영화도 찍고 있어서 오래는 같이 못 한다. 그냥 스파나 가자고 하지. (웃음) 그건 아직 방송에 나오진 않았는데, 그 회에서 떨어진다. 하하. 그런데 이 방송을 보는 건 딱 세 분야의 사람들인 것 같다. 첫 번째, 연예부 기자님들. 두 번째, 팬들. 세 번째, 가족. 크크.

Q.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함께 진행을 보고 있는 안재현과는 어떤가.
정준영 :
재현이 형이랑도 잘 맞는다. 요새 형이랑 ‘아, 이제 할 만큼 했다’ 이런다. (웃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나 싶어서 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사실 그런 진행 멘트가 나랑 어울리는 건 아니잖아. 약간 가식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좋은 경험인 건 맞다. 진행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한 게 있으면 라디오를 하면서 다 터뜨린다.

Q. 가끔 ‘심심타파’를 듣곤 하는데, 라디오가 정준영과 잘 맞는 매체란 생각이 들었다.
정준영 :
라디오, 좋다. 스케줄을 맞춰야 할 때 조금 힘든 거 말고는 재미있다. 혼자 할 때보단 게스트 나올 때가 더 좋은 게 시간이 빨리 가더라고. (웃음) 게스트들은 누구랄 것 없이 다 잘 맞는다.

Q.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스타일 같다.
정준영 :
친화력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눈치가 빨라서인지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 딱 알아서, 좀 가린다. 왜, 그 감이 있잖아. 만약에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가끔 차가운 (기자) 누나들이 있다. “그래서요?” 라고 말하면서 내 얼굴도 안 보면, 그냥 “이번 앨범은요…” 라고 똑같은 대답만 하게 된다. 그건 나도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다. 물론 재미있게 인터뷰한 데 같은 경우엔 다 비방용이라서 기사로 못 내보내지. (웃음) 결국엔 끝나고 나서 “그냥 다른 데랑 똑같이 쓰면 되죠?” 하하.

Q. 예상보다 더 솔직하다.
정준영 :
솔직하지. 그렇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뭔가를 했을 때 우울하다면 그건 아마 안 하게 될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다 내려놓을 거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얼굴 방향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 정준영

Q. 사람들이 ‘독특하다’ ‘4차원이다’ 라고 하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겠다.
정준영 :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4차원이 아니다. 그런 것들에 별로 관심을 두진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남들과 다를 거란 생각에 도를 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화가 난다.

Q. 도를 넘는다는 건 어떤 건가?
정준영 :
일단 이거 하나는 분명하게 말하면, 난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이들이 몇몇 있다. 하루는 내 강아지를 동물 병원 카페에 맡겼는데 거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내 강아지를 만지고 뽀뽀하면서 사진을 찍어간 사람이 있었다. 정말 너무 불쾌했다. 그리고 로이(킴)랑 함께 살 때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카메라를 딱 들이대는 거다. 짜증이 났지만 한편으론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나 해서. 내가 그런 것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Q. 그런 일도 있었구나.
정준영 :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얘긴데, 예전에는 팬들의 반응을 다 모니터했는데, 이젠 안 본다.

Q. 계기가 있었나?
정준영 :
처음엔 팬이든 대중이든, 다들 나의 솔직한 모습이 좋다고 했다. 그래, 난 솔직한 사람이니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고, 생각한 것들을 다 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행복해하지 않은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쟤는 보는 눈도 있는데 왜 자기가 안 행복한 걸 티를 내냐’ 이러는 거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 얘기한 것뿐인데… 상대방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는 사람이 있는데 행복한 척이라도 하면 안 되냐, 이렇게 말한다. 그럼 난 이제부터 연기할까? 가짜로 갈까? 그건 내가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가 팬들에게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 얘기 못 하지. 팬들 덕분에 내가 있는 건데… 이젠 그냥 라디오 사연 정도만 본다.

Q.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정준영 :
아니. 그래도 곡 작업할 때, 행복해진다.

반항적인 고등학생으로 변신한 정준영

Q. 얘기를 듣다 보니 생각보다 더 섬세한 남자다. 직접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속 모습과 방송에서의 모습이 잘 매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정준영 :
(블로그는) 재미로 하는 거다. 요즘엔 요리를 안 해먹어서 (블로그도) 잘 안 한다. 요리할 땐 책을 보고 한다. 인터넷은 증명되지 않은 레시피들이 많아서 한계가 있더라고. 하지만 도서는 증명되어 있잖아. 8만 원어치 정도 샀나? (웃음)

Q. 와, 이런 얘기를 들으니 뭔가 남다르긴 하다.
정준영 :
내가 얼마나 똑똑한데! 크하하.

Q. 그럼 이번에 딴 운전면허도 한 번에 붙었겠다.
정준영 :
필기는 2번 떨어지고 실기도 2번 떨어지고… 도로주행만 한 번에. 그것도 7점 차이로 붙었다. 아저씨한테 ‘사바사바’라도 좀 하려고 했는데, 요즘엔 센서로 된다고 해서 아 그래요? 에라이. 큭큭.

Q. 하하. 올해 한 살 위의 형이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한 여자에게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나?
정준영 :
안 그래도 오늘이 (조카) 백일이라 다녀왔다. 우리 형이 결혼을 일찍 했지. 지른 거지. (아이를) ‘형성’ 시켜가지고. (웃음) 결혼은 나도 뭐 ‘형성’이 되면? 크하하. 결혼을 빨리 하고 싶긴 한데, 그래도 한 서른네 살쯤에 하려고. 아니면 서른둘? 그 사이에 ‘형성’이 된다면 결혼을 해야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깐, 그렇죠? 그러고 보니 오늘 형 아기를 안아 주지도 않았네.

팔색조 정준영은 소년으로도 변신했다.

Q.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준영 :
돈, 명예, 사랑.

Q. 그 셋 중에 현재 얻은 건 뭔가.
정준영 :
없다.

Q. 사랑은?
정준영 :
사랑은 결혼을 해야, 사랑인 거지.

Q. 그럼 최고의 사랑은 결혼인 건가?
정준영 :
아니, ‘형성’ 되었을 때. 아, 그렇게 써 달라.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내가 ‘사랑은 ‘형성’이 되었을 때가 시작이에요’ 라고 대답하게. 하하.

Q. 못 말리겠다! (웃음)
정준영 :
왜~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그리고 그 밑에 ‘‘형성’이 뭐예요?’ 라고 물으면, 내가 ‘알.면.서’ 라고 하면서 마무리. 헤헤.

정준영, 화보 촬영 비하인드 ‘록스타 대변신!’ 보러 가기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더 다양한 정준영의 화보는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11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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