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나쁜 녀석들'(왼쪽)과 tvN ‘라이어 게임’ 포스터
잠시 주춤했던 장르물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케이블채널 OCN ‘나쁜 녀석들’과 오는 20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새 월화드라마 ‘라이어 게임’이 그 주인공. 특히 두 작품은 다루는 소재는 물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까지 앞서 방송된 장르물과는 차별화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그간 장르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OCN에서는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특수사건 전담반 텐’ 등을 시즌제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장르로 평가 받던 장르물이 인기를 얻자, 지상파 채널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 다수를 선보였다. 특히 SBS에서는 올 초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과 ‘쓰리 데이즈’를 연달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헌데 이들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단순히 시청률과 체감반응의 문제만도 아니었다. ‘OCN표’ 장르물은 탄탄한 스토리에 전문성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지만,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지상파 장르물의 경우에는 대중성을 쫓다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일부 작품은 과도한 멜로 라인의 삽입으로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 도졌다’는 악평을 듣기도 했다. 모두 장르물 드라마 제작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부족했던 탓이다.
최근 2회 방송을 마친 ‘나쁜 녀석들’은 여러 측면에서 영리한 작품이다. 일단 마치 영화 ‘A특공대’, 미국드라마 ‘덱스터’ 등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리쉬한 영상미가 압권이다. ‘나쁜 녀석들’의 수장으로 등장한 김상중부터, 액션 연기에 정평이 난 마동석, 조동혁과 ‘차기 한류 스타’로 떠오른 박해진까지, 어느 캐릭터하나 버릴 수 없다. 각 인물의 특성에 맞게 이야기를 설정하고 이를 영상을 통해 극한으로 끌어내는 것. 모두 지난 7월부터 촬영에 돌입했을 만큼 철저한 준비를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OCN ‘나쁜 녀석들’ 스틸
지상파 채널에 비해 비교적 표현의 범주가 넓다는 장점도 잘 살렸다. 빼어난 영상 외에도 ‘나쁜 녀석들’에는 선과 악, 사회적 정의 등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들이 담겼다. 자극적인 설정과 진부한 멜로가 주를 이루는 보통의 드라마와는 철저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출연 배우들도 이런 케이블채널 장르물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랜만의 케이블채널 나들이로 관심을 끌었던 김상중은 ‘나쁜 녀석들’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상당히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재도 그렇고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회적 정의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었다”며 “또 배우로서는 작품을 통해 통쾌함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표현 수위에 대해서도 미리 ‘세게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게 케이블채널이 갖는 장점이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쁜 녀석들’이 액션과 캐릭터의 매력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라면, ‘라이어 게임’은 소재 자체의 매력에 집중한 작품이다. 일본 작가 카이타니 시노부가 쓴 동명의 만화를 극화한 ‘라이어 게임’은 원작에는 없던 ‘리얼리티 쇼’라는 설정을 추가하며 ‘극한심리추적극’을 표방하고 나섰다.이와 관련해 작품을 집필·각색한 류용재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라이어 게임’은 초반에는 원작에 충실하게 된다. 중반 이후 리얼리티 쇼와 강도영(신성록)이라는 인물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오리지날 스토리에 게임이 병행돼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2회분에 한 개씩 공개되는 원작의 게임과, 각색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추가한 2개의 게임이 극의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어 게임’이 방송 전부터 ‘멜로 라인의 배제’를 선언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PD는 “‘라이어 게임’에는 보통의 드라마와 같은 멜로 라인이 없다. 원작을 리메이크하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캐릭터다. 이상윤, 김소은, 신성록이 맡은 캐릭터는 단순히 선악구도를 따르지 않는다. 각 인물들이 방법론상의 차이를 보일뿐 저마다 정당성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그려질 것”이라고 말해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나쁜 녀석들’과 ‘라이어 게임’은 방송 채널의 특성을 인지하고 그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시작한 장르물이 전체 드라마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OCN,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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