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 포스터

시청률이 능사는 아니라지만, 이쯤 되면 위기론이 대두될 법하다. 최근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와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이하 SNL)’을 위시한 주요 개그프로그램이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 단순히 화제성과 체감반응의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개그프로그램만이 담을 수 있었던 풍자와 패러디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에 있다.

지난 28일 ‘개콘’은 근 9개월간 ‘끝사랑’과 2개월여 방송된 ‘멘탈갑’의 폐지를 알렸다. 두 코너는 ‘개콘’ 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어느덧 ‘킬러 코너’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두 코너를 폐지한다는 것은 제작진의 쇄신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새로이 ‘개콘’의 연출을 맡게 된 이재우 CP는 “앞서 폐지된 코너 ‘예뻐 예뻐’를 비롯해 대대적인 코너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며 “새 코너 신설로 경쟁력 확보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헌데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앞서 얻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쇄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칭찬할 만하지만, 뭔가 중요한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SNL’은 과거 과하다 싶을 정도였던 ‘풍자 코드’를 빼고 ‘19금 개그’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는 솔직히 말하자면, 진보도 퇴보도 아닌 답습이다. ‘SNL’이 대중에 첫선을 보인 이후 화제성을 얻을 수 있던 데는 ‘신동엽’으로 대표되는 ‘19금 코드’의 덕이 컸지만, 이는 ‘SNL’의 여러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tvN ‘SNL 코리아’ 방송 화면 캡처
일례로 최근 ‘SNL’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을 호스트로 출연시키는 강수를 뒀다. 반응은 미묘하다. 본래 민감한 사안을 희화화하는 게 ‘SNL’의 특성 중 하나라지만, 이 역시 중요한 뭔가가 빠진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SNL’을 찾은 강용석은 모든 걸 내려놓은 듯 ‘아나운서 비하 발언’, ‘고소 남발 사건’ 등을 개그 소재로 꺼내놓았으나 결과는 보시는 대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에서 출발하지 않은 개그는 방송 말미에 이르러 ‘셀프 디스’에서 ‘이미지 세탁’으로 둔갑했다.

앞서 두 가지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패러디와 풍자의 부재’이다. 돌이켜보면 ‘개콘’과 ‘SNL’ 등 각 방송사 주요 개그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날 선 패러디와 풍자였다. 사회적 문제를 희화화하되 그 안에 보편적인 공감대와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을 때 시청자는 열광했다.

그런 측면에서 근래에 들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새로운 시도가 답보 상태에 빠진 개그프로그램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금요일 심야 시간대에 경쟁 프로그램에 밀려 다소 외면받는 느낌은 없지 않지만, ‘웃찾사’가 선보이고 있는 ‘LTE뉴스’와 ‘부산특별시’ 등 코너는 주목할 만하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속 코너 ‘LTE뉴스’

‘LTE뉴스’는 코너명 그대로 빠른 터치로 뉴스를 다루는 코너다. 그런데 다루는 내용만 놓고 보자면, 일면 보통의 뉴스보다도 더 나은 구석이 발견된다. 지난 26일 방송된 ‘LTE뉴스’는 담뱃값 인상,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논란,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성추행 사건, 김부선 아파트 난방비 의혹제기 등의 이슈를 다뤘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뉴스에서도 쉬이 손대기 어려운 현안들이다. 헌데 ‘LTE뉴스’는 그 안의 본질을 콕 집어 촌철살인의 개그 멘트로 승화시켜버린다. 강성범과 김일희의 차진 만담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단순히 ‘재미’가 담긴 웃음이 아니라 ‘공감’이 섞인 웃음이다.

개그프로그램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개그는 접근의 용이성과 즐거움 덕분에 거부감 없이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개그 안에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담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대중에게 외면받는 순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성역’을 깨는 것, 지금 남겨진 개그프로그램에 부과된 새로운 과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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