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 생에 봄날’
‘내 생에 봄날’의 잔잔한 멜로가 제대로 통했다.지난 18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내 생에 봄날’(극본 박지숙, 연출 이재동) 4회 11.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17일 방송된 3회 9.5%에 비해 1.6%P 상승한 수치이다.‘내 생애 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던 여인 봄이가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고,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 강동하와 아이들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이들이 봄날처럼 따뜻하고 착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모습을 담아내는 휴먼 멜로 드라마다.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시선을 모은 대목은 감우성과 수영의 20살차 연인 ‘케미’였다. 12년만에 MBC 드라마로 복귀하는 감우성은 축산업체 하누리온 대표 강동하 역으로, 소녀시대 수영이 심장이식을 통해 새 인생을 살게 된 여자 이봄이 역으로 캐스팅 된 때부터 이들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달달한 멜로를 소화할 것인지 궁금증을 모았다.
새 인생을 얻은 발랄한 여주인공과 아내를 잃은 아픔을 간직한 남자의 사랑은 ‘내 생에 봄날’이라는 제목처럼 살랑사랑하고 잔잔하게 그려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연 ‘내 생에 봄날’의 멜로는 부드럽고 잔잔하지만 강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강동하와 이봄이의 만남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어느새 이들의 운명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내 생에 봄날’ 4회에서는 이봄이가 동생 강동욱(이준혁)의 연인임을 알게 된 동하가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고자 애쓰는 모습이 그려졌다. 까칠하고 팍팍하기만 했던 동하는 이봄이가 삼촌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에 실망한 딸 푸른(현승민)과 대화에서 “이제 꿈에서 깼느냐”, “괜한 욕심이었던 것” 등의 말로 타일렀다. 이는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동하는 봄이의 친모이자 해길병원 이사장인 조명희(심혜진)의 중재로 배지원(장신영)과 선을 보게 됐다. 지원과 동하 모두 서로에게 마음은 없었지만 주변사람들의 간섭을 피하고자 서로 계속 만나는 척 하기로 합의했다. 지원은 사실 동하의 동생인 동욱의 옛연인. 지원은 동하에게 그런 사실을 숨긴 채 연인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이야기했고, 동하 또한 봄이에 대한 진심을 털어놨다.
동하는 지원에게 “아내가 떠난 이후 사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누군가를 만나 가슴이 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싶었다”고 숨겨온 속내를 털어놨다. “왜 그사람과 만나지 않느냐”는 지원의 말에 “알고보니 절대 그래서는 안 될 사이더라”며 씁쓸하게 미소짓는 동하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방송 말미에는 지원을 해길병원까지 배웅하던 동하가 병원에서 함께 나오던 동욱과 봄이를 우연히 만나 눈길을 모았다. 술에 취한 동하는 봄이와 둘이 남겨지자 우도에서 그녀가 아이들에게 베풀어준 따뜻함에 대해 고맙다고 전하며 “사실 아이들만 좋았던 건 아니다”라고 취중진담을 털어놨다. 담담히 속내를 고백하는 동하의 모습에 순간 봄이는 자신도 모르게 동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눈길을 모았다.
‘내 생에 봄날’은 이제 4회 방송을 마쳤을 뿐이지만. 자신의 본심을 숨겨야만 하는 동하와 그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는 봄이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예상외의 빠른 전개와 복잡하게 얽힌 두 사람의 관계,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20살차 커플의 미묘한 케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동하와 봄이 커플의 사랑이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설렘을 자아내는 것은 감우성과 수영의 섬세한 연기에 있다. 두 사람은 각각의 캐릭터를 100% 소화해냄과 동시에 나이차를 넘어서는 놀라운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어떤 여배우를 만나도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발휘하며 멜로를 꽃피웠던 감우성은 ‘내 생애 봄날’에서도 최수영을 만나 나이차를 무색케 하는 다정한 케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감우성은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동하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흡수된 듯, 때론 까칠한 아저씨 같다가도 때론 모성애를 자극하는 감성남을 오가며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변함없는 외모에 40대의 연륜까지 더해져 ‘꽃중년’으로 돌아온 감우성은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안방극장에 동하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제작사 드림이앤엠 관계자는 방송에 앞서 “드라마 캐스팅이 알려진 뒤 나이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배우 감우성에겐 어떤 여배우와도 잘 어울리는 특별한 연기력과 매력이 있다. ‘사람’이 있는 아름다운 멜로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
지상파 드라마 첫 여주인공에 도전한 수영도 연기돌에 대한 색안경을 벗기고 기대 이상의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 세우고 있는 중이다. 봄이는 밝고 유쾌하며 매사 적극적인 인물이지만, 과거 심장병을 앓으면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했던 아픔도 있다. 수영은 그런 봄이의 명량하지만 애잔함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잘 살려내고 있다.봄이는 식사를 거부하는 할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셔츠를 풀어헤쳐 가슴의 수술 상처를 보여주는가 하면, 자신을 사기업자로 오해한 동하와 싸움을 벌이고, 바다에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는 등 좌충우돌 사고에 휘말리며 유쾌발랄한 캐릭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우도에서 만난 동하의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며 엄마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고, 그리움에 괴로워하는 동하의 마음을 위로하며 한 가족이 기댈 수 있는 성숙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 생에 봄날’은 봄날처럼 잔잔할 줄 알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격정을 숨기고 있는 감성 멜로로 안방극장 공략에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이미 동하와 봄이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알고 있는 상황. 두 사람이 이를 극복하고 심장이 맺어준 운명적인 사랑을 이뤄낼 수 있을지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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