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 프롤로그

가수 보아가 지난 25일 데뷔 14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0년 ‘아이디;피스비(ID;PeaceB)’로 데뷔한보아는 그를 대체할 사람이 없는 가수다. 한국에서는 ‘아시아의 별’, 일본에서는 ‘노래하는 아시아의 공주’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아마 생애의 반 이상을 가수로 살아가며 시도하지 않은 콘셉트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보아는 어떤 콘셉트를 시도해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쉬지 않고 달려온 그녀의 콘셉트 변화의 역사를 훑어본다.#2000년~2005년 : 사이버소녀, 노는(?) 여중생, 성공한 소녀, 동화속 소녀, 섹시한 숙녀, 여장부

2000년 8월, 가수 보아는 만 13세의 어린 나이, 춤과 노래가 동시에 가능한 어린 소녀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밀레니엄 신드롬에 걸맞게 보아는 ‘아이디;피스비’라는 곡으로 가상 세계의 자유로움을 노래했다. 애완묘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은 후속곡 ‘사라(Sara)’로는 강했던 데뷔곡의 인상을 희석하기도 했다.

2001년 3월, 조금 노는(?) 여중생으로 등장한 보아는 사랑하는 남자를 두고 정체불명 언니에게 느끼는 경쟁심을 담은 곡 ‘돈 스타트 나우(Don’t Start now)’를 부른다. ‘언니 옆에 있었던 내손 잡은 그 순간, 돌아가던 세상 모두 멈춰버렸어’라는 가사는 ‘어른이 되고 싶어 립스틱을 몰래 발라보는’ 소녀의 귀여운 감성을 전한다.2002년 4월, 보아는 그야말로 금의환향한다. 실패 직전까지 갔던 일본 활동을 노력으로 극복하여 일본은 반했고, 한국은 감동했다. 어린 나이에 고독과 싸운 끝에 큰 성공을 이룬 보아는 그간의 노력을 고스란히 담은 곡 ‘넘버원(No.1)’으로 고국에서도 단숨에 정상에 오른다. 후속곡 ‘마이 스위티(My Sweetie)’또한 ‘원투(One Two)! 이젠 어리지가 않죠, 투투(Two Two)! 숙녀라고 볼 수 없죠’라는 발랄한 가사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다.
같은 해 9월에는 일본곡 번안 앨범 ‘미라클(Miracle)’을 발매한다.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중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남미의 열정을 담은 곡 ‘발렌티(Valenti)’는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03년 5월, 보아는 앨범 명과 동명의 타이틀곡인 ‘아틀란티스의 소녀’, 그 자체로 등장한다.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을 상기시키는 ‘아틀란티스 소녀’는 곡, 콘셉트, 뮤직비디오의 삼박자 조합으로 대중에게 청량감을 선사한다. 바르게 성장한 이미지 덕에 서울시 홍보대사로도 위촉되어 서울시 홍보곡 ‘서울의 빛’을 앨범에 수록하기도 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트랙을 어둡고 강한 이미지의 곡들로 채운 앨범 ‘발렌티(Valenti)’를 발매해 한국과는 정 반대 이미지의 활동을 한다. 이 앨범은 일본에서 12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2004년 6월, 보아는 고3의 나이에 파격적인 행보를 택한다. 고급 섹시 콘셉트의 ‘마이네임(My Name)’을 발표한 것. 이 곡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골반을 튕기는 댄스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큰 각인이었다.
보아는 2004년 역시도 일본에서 순수한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 ‘러브 앤 어니스티(Love & Honesty)’를 발매하여 한국과는 상반된 매력을 드러낸다. 이쯤 되면 보아, 몸이 10개는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된다.2005년 8월, 보아는 여성의 승리를 외치는 ‘걸스온탑(Girl’s On Top)’을 발매해, 당시 여고생들의 머리를 울프컷으로 통일시킨다. 20세 나이에 노래한 ‘여성성의 해방’이 대중에게 치기어림으로 다가가지 않았던 것은, 소처럼 쌓아온 5년의 어마어마한 커리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설의 공연으로 불리우는 ‘2005 Mnet MKMF’의 ‘걸스온탑’ 무대에서 타블로와 코요테의 김종민이 보아를 넋 놓고 바라보는 장면은 지금 봐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덧붙이자면 5집의 ‘공중정원’은 숨어있는 힐링 트랙. 감성을 건드리는 보아의 보컬적 역량도 확인 가능하다.

#2006년~2009년 : 영화계에 첫인사, 겨울의 이미지, 미국진출 힙합걸

2006년, 보아는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OST ‘선샤인(Sunshine)’에 참여하고, 영화 ‘헷지’ 더빙을 통해 한국 가수 최초, 최연소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등 이색 행보를 걷는다. 당시 함께 더빙을 맡은 브루스 윌리스가 “보아는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해 남팬들의 질투를 사기도. 한편 일본에서는 앨범 ‘아웃그로우(Outgrow)’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날갯짓을 한다. 보아가 작사, 작곡한 ‘러브 이즈 저스트 왓 유 캔트 씨(Love is Just What You Can’t See)’는 수준급의 작곡 실력을 보여준다.

2007년, 보아는 일본에서의 20세를 맞이하여 ‘메이드 인 트웬티(MADE IN TWENTY)’ 앨범을 발매한다. 이 앨범은 특히 캐롤 곡이 수록되는 등 겨울의 감성을 담았다. 처음으로 ‘실연’을 주제로 노래한 ‘윈터 러브(Winter Love)’는, 발매 10년이 넘은 지금도 겨울이 되면 일본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곡 ‘메리크리’와 함께 보아의 대표 겨울곡으로 불린다. (‘메리크리’는 끈질긴 인기 덕에 보아 팬들은 ‘괴물크리’라 칭하곤 한다.)

2008년과 2009년, 보아의 공백에 아쉬움을 토로하던 한국 팬들은 심장어택을 받는다. 2008년 9월, 보아가 미국 진출 사실을 전격 공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 동안의 공백에 위기에 놓였던 팬들은 급히 정신줄을 붙잡고 팬 활동을 재개한다. 보아 팬활동을 통해 일어를 마스터한 팬들은 이제 영어를 배워야 한다며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보아의 미국 진출은 철저한 현지화로 진행됐으며 힙합곡 ‘잇유업(Eat You Up)’역시 미국 트렌드에 맞는 ‘힙합 걸’ 콘셉트였다. 무엇보다 보아의 ‘춤’에 목말라 있던 팬들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보아가 힙합곡에 춤을 춘대!”#2010년~2014년 : 여신 비너스, 20대 여성 워너비, 본연의 보아, 실세 누나, 브라운관 첫인사 , 그리고 지금



2010년, 보아는 한국에서 5년만의 앨범 ‘허리케인 비너스’로 돌아온다. 소녀에서 여장부 까지 모든 것을 시도 했던 보아의 5년만의 콘셉트는 ‘여신 비너스’였다. 여가수로서 해볼 수 있는 콘셉트는 다 해본 보아의 선택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기에 수긍이 가는 행보였다. 10년의 커리어로 무장한 보아는 무아일체(무대와 내가 하나 된 경지)의 퍼포먼스로 팬들을 위로했다. “돌아왔어,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듯 보였다.

2011년 말, 보아는 SBS ‘K팝스타’의 히로인으로 대중 앞에 선다. 비교적 냉철한 이미지의 양현석, 박진영 심사위원을 중화시키는 미모와 화법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고, 물광피부 등 심사 외적인 면으로도 주목받는다. 성공한 어린 여가수였던 보아가 20대 여성의 워너비스타가 된 것이다.

2012년 여름에는 자작곡 ‘온리원(Only One)’을 발표한다. 유아인과 함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이별의 장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보아는 ‘온리원’을 통해 평범한 20대 여성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 해, 셀 수 없는 콘셉트에 가려졌던 인간 보아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감동을 연출했다. ‘온리원’의 보아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2013년, 보아는 데뷔 후 첫 단독콘서트 ‘보아 스페셜 라이브 2013~히어 아이 이엠(BoA Special Live 2013 ~Here I am)’을 통해 한국 팬을 찾았다. 콘서트를 통해 신곡 ‘그런 너’를 공개했으며 뮤직비디오에서는 샤이니의 태민과 연인으로 분해 화제를 낳았다. 보아는 ‘온리 원’ 무대에서도 엑소의 세훈과 함께 춤을 추는 등 SM의 남자 후배들과 협동 퍼포먼스를 자주 펼쳐, 이제는 엄연한 회사의 ‘실세 누나’임을 증명했다.

KBS2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에서 주연애로 분해 연기에 첫 도전한 보아는 2014년, 댄스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Make your move)’를 통해 연기실력을 뽐냈고, 2014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빅매치’에 수경 역으로 출연, 촬영을 마치기도 했다.

#에필로그

햇수로 15년, 보아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언제나 철저하게 자기를 통제하며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 보아다. 그의 한결 같은 태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보아는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오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치열하게 달려온 20대의 끝자락에서 큰 선물을 받은 보아의 더 풍요로울 30대를 응원한다.

TEN COMMENTS,

- 보아를 ‘K팝스타’ 심사위원으로 인식하는 10대 친구들, 지금 입덕하셔도 됩니다. 보아에게는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양파 같은 매력들이 있습니다. 보느님은 소처럼 일하셨거든요.

- 보느님,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글. 이제현 인턴기자 leejay@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보아 인스타그램, 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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