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과의 인터뷰 내내 예상치 못한 반전영화 한편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정해진 답안을 읊는 샌님 같을 줄 알았던 이 배우는, 웬 걸. 애써 속마음을 감추려하지도, 착해 보이려 이미지를 세탁하지도, 시선을 의식해 착한 단어만을 고르지도 않았다. 돌직구! 솔직담백! 확고한 자기주관! 이건, 상상했던 박유천과는 너무나 다르잖아!

한편으로는 미안했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했던 것은 단지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에 갇혀 그를 지레짐작했다는 사실 때문이었고, 다행이라고 느낀 것은 타인의 시선이 어떻든 그 안에서 자신을 숨기려 하지 않는 박유천 특유의 강단을 발견해서였다. 이런 표현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는 능구렁이 같았다. 그리고 능구렁이 같은 면모가 그의 앞길에 굉장히 큰 자산이 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예상과 달랐던 박유천에게 실망했냐고 묻는다면, 설마! 이런 배우, 흔치 않다.

Q. 어둑어둑 비도 오고, 마치 해무가 올 것 같은 날씨다.
박유천: 이런 날씨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코앞으로 다가온 콘서트 걱정 때문에 충분히 음미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멤버 셋이 함께 모여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재중이는 드라마 ‘트라이앵글’을 얼마 전에야 끝냈고, 나는 ‘해무’로, 준수는 ‘드라큘라’로 서로 바빴다. 토요일(지난 8월 9일)이 공연인데 준비할 것들이 태산이어서 그에 대한 압박감이 있다.Q. JYJ 유천이 아닌, 배우 박유천에게 반해 콘서트를 찾는 팬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박유천: 연기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보게 된 분들이 있다. 이전 팬들과 느낌이 묘하게 다르다. 연령도 조금 다른데, 누나들이 더 많다. 하긴, 가수 쪽 팬 분들도 이젠 시간이 많이 흘러서 20대 후반 30대 초반이긴 하다. 가끔 “팬이 된지 8~9년 됐어요!”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신기하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니?’ 싶기도 하고.(웃음) 아이를 데리고 온 친구,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요” 하는 친구… 그런 팬들을 보면 괜히 해 준 것 없이 뿌듯하다.

Q. 사람은 상대의 연령에 따라 행동이 많이 달라지는데, 누나 팬들 앞에서의 박유천은 다른가.
박유천: 연령대 플러스 자리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나는 남녀불문 연상이 더 좋다. 어른들과 있을 때, 더 편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중학교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대부분 형이나 아저씨들이었다. 함께 작업하는 아저씨들과 일 끝나면 소주 한 잔, 막걸리 한 사발 나누곤 했다.(웃음) 그렇게 커서 그런지 어른에 대한 거리낌이 또래에 비해 덜 한 것 편이다.

Q. 친하게 지냈던 형들의 나이가 돼 가는 건 어떤 느낌인가.
박유천: 많은 걸 해 놓으려 했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느낌?
Q. 아니, 왜. 너무 많은 걸 하지 않았나.
박유천: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나 자신을 위해 해놓은 게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늘 누군가를 위해 했던 게 더 컸다. 그것이 내가 사는 이유라고 믿고 자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조금 버겁게 다가왔다.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뒤늦게 혼란스러웠다. 내가 나를 위해 조금 더 투자했더라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알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Q 무엇이 박유천을 책임감 큰 인간으로 살게 했나.
박유천: 어렸을 때 환경이 그랬다. 가장 같은 느낌으로 자랐다. (백)창주 형을 만나 회사를 차렸을 때도 늘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지금은 다행히 회사에 여러 선배님들(최민식, 설경구, 이정재 등)이 들어오셔서 심적으로 많이 여유로워졌는데, 이전엔 누군가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늘 가지고 있었다.

Q. 환경적으로 조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조숙했던 친구들은 잘 자라다가 어느 날 불쑥, 정말 갑작스럽게 불쑥 속 안에 있던 어떤 울분이 튀어나오곤 하더라.
박유천: 맞다. 정말 심하게 튀어 올랐던 적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 완전히 이성을 잃었었다. 뭐랄까, 지탱하던 수많은 끈이 한순간 사라진 느낌이랄까.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나름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거기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확고하게 서 있었다. 그러다가 그 확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상상 그 이상으로 무너져서 갈피를 못 잡았던 것 같다.Q.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나. 그리고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박유천: 연기가 많은 도움을 줬다. 그때가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를 할 때였는데, 불안한 마음을 잘 어루만지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를 해 나가면서 오히려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 작품을 하면서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 질 수 있었다. ‘옥탑방 왕세자’는 나에게 연기에 대한 재미를 주고, 자신감을 준 작품이다.

Q.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스스로를 위해 어떻게 살겠나.
박유천: 굉장히 미세한 차이인데 누군가의 행복을 보는 게 나의 행복이라고 굳게 믿었다면, 그걸 살짝 돌려서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행복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할 것 같다.

Q. 지금 연기는,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것 같나.
박유천: ‘해무’가 나에겐 그런 고민을 많이 안겨준 작품이다. ‘해무’를 하기 전에는 뭔가에 대한 의욕, 도전, 쉽지 않은 연기 표현… 이런 것들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해무’를 통과하면서 연기라는 게 도전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정말 큰마음을 먹고 가야 하는 것이 연기 같다. 김윤석 선배님, 문성근 선배님 등 많은 선배님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것들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
Q 심성보 감독님이 “박유천에게 선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스스로의 인상이 어떻다고 느끼나. 개인적으로 사람은 살아 온 인생에 따라 얼굴이 바뀐다고 생각하는데.
박유천: 맞다. 예전보다 확실히 유해졌고, 편해졌다. 옛날의 나는 쉽게 다가오기 힘든 사람이었던 것 같다. 우리 회사 홍보팀 실장님도 “처음 유천을 봤을 때 말을 쉽게 못 걸었다”고 하더라.(웃음) 그런데 연기를 해 나가면서 스스로 편해지다 보니, 인상도 성격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촉박하게 했다면, 지금은 하나를 하더라도 진득하게 제대로 하는 게 좋다는 쪽으로 변했다.

Q. 이전의 당신은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나.
박유천: 의식, 했다. 그런데 또, 의식하면서도 할 건 다 했다. 하하하. 한창 팬들이 많을 때, 술 마시러 가면 사생이라는 팬 분들이 포장마차 앞에 150명 이상 서 있곤 했다. 팬들이 보는 앞에서 술을 마셔야 했으니, 불편했지. 그러면서도 할 건 다 했다. 마실 것도 다 마시고. 하하하.

Q. 하하하. 사실 지금 대화를 하면서 많이 놀라는 중이다. 당신의 이미지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속마음 감추고, 말 한마디 조심스러워서 뻔 한 대답만 할 줄 알았는데 이건 뭐. 하하하.
박유천: 아우,전혀. 그래서 나에겐 이런 분(소속사 홍보팀. 유천이 거침없는 발언을 할 때마다 좌불안석하는 홍보팀의 모습이 상당히 신선했다)들이 필요한 거고. 하하하.Q. ‘해무’에서 여러 연기파 선배들과 함께 했다. 모이면 무슨 얘기를 했나.
박유천: 의외로 연기 얘기는 안 했다.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연애상담이든지 남성과 여성의 차이라든지. 하하하. 때때로 사회이슈에 대해, 여자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 선배가 “요즘 에이핑크 노래 좋더라”라고 하면, (김)상호 형이 “에이핑크를 아세요?” 이러고. 그럼 또 “왜 몰라!”이러시고.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다.

Q. ‘해무’ 시나리오를 받고,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있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들었다.
박유천: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 그리고 주위에서 너무 우려를 하니까, 본의 아니게 나도 그런 쪽으로 신경이 쓰였다. 처음엔 자신만만하게 ‘한번 부딪혀보자’ 이런 거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유천이가 이런 영화를?’ 하니까 괜히 불안해졌다. 과연 내가 내린 선택이 옳은 거였나, 싶기도 했다. 다행히 촬영하면서는 그런 고민들을 떨쳐버렸다. 동식으로 살기에 바빴으니까.

Q. 지금은? 작품이 다 끝난 지금은 어떻게 느끼나.
박유천: 지금은 일단 ‘해무’를 벗어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아직도 ‘해무’의 잔향이 깊게 남아 있다. 그리운 향이.


Q. 동식을 움직인 가장 큰 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유천: 사랑… 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생명. 생명에 대한 게 컸던 것 같다. 동식이 마음을 준 것은 홍매(한예리)였지만, 그것이 만약 생명과 연관이 안 됐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홍매를 지키려 했었을까 싶다. 동식 역시 내색을 안 했을 뿐이지, 살고 싶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한 인물이다. 그걸 홍매를 빌어 표현했다고 본다.

Q. 동식이 살고 싶은 본능 때문에 더 강해진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그 반대라고 보나.
박유천: 굉장히 나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강해진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동식은 가장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일 수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어서 사람에게 필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아마, 자신도 몰랐던 자신 안의 어떤 모습들을 처음 접하고, 스스로가 많이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Q. 말한 대로 살다보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다. 실제의 박유천은 언제 그런 걸 느끼나.
박유천: 올해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해무’ 촬영 끝나고 숙소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었다. 그러다보면 결국 잠을 못 자고, 그래서 다음 날 피곤하고. 예전에도 생각은 많았지만, 이번엔 굉장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눈치 못 채고 있던 나의 새로운 성격들을 알게 됐다.

Q. 어떤 성격일까.
박유천: 이전의 나는 ‘눈치 보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게 좋게 얘기하면 상황 파악을 잘 한다는 거고 사람을 잘 본다는 의미인데, 어쨌든 눈치를 봤다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다. 이전엔 그런 내 성격에 대해 터무니없이 좋은 쪽으로 바라 봤다면, 이젠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타인을 보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언제 가장 행복하나.
박유천: 요즘 행복하다. 행복하다기보다 마음이 평화롭다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내 것을 많이 내려놓고, 많이 포기해 가는 중이다.

Q. 포기라 함은?
박유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늘 모범이 돼야지 하면서도, 하고 싶은 건 다 한 느낌이 있다. 하하하. 그런 것들에 대한 포기? 너무 자유롭고자 했던 욕심들을 조금씩 내려놓는 중이다.

Q. 의문이 드는 게, 그걸 왜 버리려 하나.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타인의 시선들 때문에 너무 자신을 감추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압박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오히려 건강한 거 아닌가.
박유천: 물론 그렇다. 일을 하면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인데, 일과 무관하게 자유롭고 싶다는 건 누군가에는 굉장히 외로움을 주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이 됐든, 회사 사람들이 됐든 누군가에게 외로움을 주면서까지 자유를 쫓을 가치가 있느냐 하는 질문이 던져진 거다. 지금 창고는 넓은데, 정리가 안 돼서 들어갈 틈이 없는 느낌이다. 대인관계라든지 그런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Q. 관계에 있어 끝맺음이 확실한 편인가.
박유천: 그렇게 못 했었다. 그렇게 하려다가도, 괜히 미안해서 그러지 못하는 거 있잖아. 도망가고 싶은데, 생각나는 얼굴들이 너무 많아서 못 그러는 거. 앞으로 차차 좋아지겠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Q.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를 시작한 후, 연기논란이 거의 없었다. 영화 역시 ‘해무’를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느낌이고. 시사회 이후 당신 연기에 대한 반응이 좋다.
박유천: 사실, 잘모르겠다. 그런 말들이 와 닿지 않는다.과연 그렇게 극찬할 정도의 연기였나 싶다. 나는 단지 한 순간도 빠짐없이 동식으로 산 것 뿐인데, 그런 칭찬을 해 주니까, 갑자기 동식으로서 살아왔던 그 시간들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Q 그게, 최고 아닌가?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닌데, 자신이 맡은 역할에 빠져서 그 인물로 온전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는 않다.
박유천: 그…그런가? 다…당연한 거 아닌가? 그건 상당히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Q 기본인데도 안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어쨌든 스스로가 맡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 같다.
박유천: 그렇다면 그건 한 것 같다! 하하하. 그에 대한 믿음은 있다.

Q. 그나저나, 칭찬의 말들을 점검하는 버릇이 있나? 일찍이 평가에 둘러싸여 살아와서 그런지, 달콤한 말들을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박유천: 솔직히 그렇다. 경계한다.

Q 혹시, 잘 속는 편인가?
박유천: (옆에 있는 소속사 식구에게) 나, 잘 속는 것 같나? (단호하게)아니! 아마 날 속이는 건 힘들 거다. 속아 주는 척은 해 줄 수 있다. 티 하나도 안 나게.

Q. 능구렁이 같은 면이 있다.
박유천: 그런 면이 분명 있다. 나이 먹으면 더 능글능글해 질 텐데, 지금보다 몇 배 더 능글맞아지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Q. 필모를 보면 인상적인 게, ‘성균관 스캔들’ ‘미스 리플리’ ‘옥탑방 왕세자’ ‘보고 싶다’ ‘쓰리 데이즈’ ‘해무’ 등 다 장르가 다르다.
박유천: 의도한 것은 아니다. 꽂히는 작품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리고 뭔가를 하고 나면,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든다.


Q. 색다른 걸 추구하는 것 치고는, 머리 염색은 안 하네?(웃음) 당신 머리 색에 대한 얘기들이 많더라. 왜 검은색을 유지하냐는 의견들 말이다.
박유천: 이것도 염색을 살짝 한 거다. 굉장히 오랜만에. 나는 외모적으로 뭔가를 바꾸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 여드름 자국도 좋고, 눈썹이 없는 것도 좋다. 다들 눈썹 문신을 하라고 하는데, 그냥 생긴 대로 살고 싶다. 예전에 너무 꾸미며 살아서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화려한 것은 그런 자리에서만 하면 될 것 같다.

Q. 어떤 남자, 어떤 선배에게 매력을 느끼나.
박유천: 유승목 선배 같은 분. 승목이 형님은 굉장히 남자 같고, 굉장히 미친 듯이 연기하고, 굉장히 자상한 딸의 아버님이시다. 너무 멋있다. 그런데 ‘해무’ 안의 모든 선배들이 그랬다. 남성적면서도 부드럽고 가정적인 분들이었다.

Q. 그런 삶을 당신도 꿈꾸는군.
박유천: 맞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일보다는 가정이 먼저였으면 좋겠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지만 최대한 집에 오래 머물며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

Q. 좋은 아버지에 대한 로망이 큰 것 같다.
박유천: 있다. 좋은 부모에 대한 로망.

Q. 어떤 아들이었던 것 같나?
박유천: 하… 굉장한 불효자였다. 지금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좋은 집을 해 드리고 해도, 상대가 없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어머니에게는 최대한 잘 해 드리려고 한다. 동시에 어머니 인생과 내 인생을 적당히 분리하는 것이, 어머니를 위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한다.

Q. 인터뷰 끝나면 스튜디오로 가서 콘서트 준비를 한다고. 가수와 배우를 오가는 삶, 이런 간극들은 어떤가.
박유천: 자연스럽다. 늘 해왔던 거고, 무엇보다 그 두 가지 일에 내가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Q. 배우 박유천과 가수 박유천 사이에는 다른 무수한 유천들이 존재하는 것 같나.
박유천: 아니. 가수 유천도 없는 것 같고, 배우 유천도 없는 것 같다. 오로지 나 하나만 있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나의 여러 모습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 그런데 그게 결국은 나인데, 왜 나눠서 얘기 하나 싶다. 나는, 나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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