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토요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빅스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빅스 라이브 판타지아 헥스 사인(VIXX LIVE FANTASIA HEX SIGN)’ 2회 차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에 빅스를 전혀 모르는 지인 중 20대 여성 한 명과 동행했다. 아이돌이 등장하는 콘서트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갔던 ‘스피드 011 콘서트’가 마지막이었을 거라고 말했던지라 과연 이 공연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걱정스러운 마음 한 편으로 궁금증도 생겼다. 콘셉트돌 빅스의 무대를 별빛(빅스 공식 팬클럽명 ‘스탈라잇’의 한글 표현)이 아닌 이가 접했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놀랍게도, 빅스의 노래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섯 남자가 내뿜는 에너지에 동화되어 온전히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도중,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이야기를 내뱉었던 그녀의 말을 빌려 ‘빅스의 빅스에 의한 빅스만을 위한’ 콘서트를 되짚어 본다. (*함께 공연을 관람한 지인의 허락을 구하고 작성된 기사임을 밝힌다.)

“뮤지컬 보는 것 같아!”
시작부터 빅스의 정체성과 콘서트 타이틀인 ‘헥스 사인’(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마법 기호의 상징)의 의미를 동시에 선보이는 무대가 펼쳐졌다. 중세시대에 벌어졌을 법한 비밀스러운 종교의식을 떠올리게 한 오프닝은 이들의 존재를 모르는 이가 본다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어, ‘저주인형’ ‘시크릿 나잇(Secret Night)’ ‘하이드(Hyde)’ ‘뷰티풀 킬러(Beautiful Killer)’로 강력한 임팩트를 선사한 빅스는 노래 콘셉트에 맞춰 자신들의 연기 톤을 바꿔나가 흡사 배우 같았다. 판타지 속의 빅스, 현실을 벗어난 다른 세상 속 남자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팔딱팔딱 살아 숨 쉬었다.“이거 계속 라이브야?”
빅스는 21곡을 올 라이브로 소화했다. 단순히 ‘불렀다’란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콘서트가 열린 올림픽홀 천장을 뚫을 것 같을 정도로 파워풀하게, 정말 ‘잘’ 불렀다. 격한 안무를 소화해야 했기에 힘에 겨운 듯한 숨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내내 “라이브야?”란 질문을 들어야 했다. 작년 11월, 글로벌 쇼케이스 ‘더 밀키웨이 피날레 인 서울(The Milky Way Finale in Seoul)’ 당시 완벽한 라이브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빅스는 이번 공연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선보였다. 단단하고 심지 있는 목소리로 모든 곡을 훌륭히 소화했다.



“옷은 언제 갈아입어?”
첫 번째 무대에서 입고 나온 슈트 차림으로 연달아 무대를 해냈다.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주룩 흐르던 현장에서 슈트를 입은 멤버들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이들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달리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공연의 1/3 지점, ‘대답은 너니까’ 때에서야 상의 재킷을 벗어 한층 가벼운 의상으로 무대를 할 수 있었다. 가수라면 누구나 자신들의 콘서트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빅스에게선 스스로에게 잠깐의 곁눈질도 허락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엿보였다. 빅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앨범에 있는 노래야?”
메인 보컬 레오와 켄이 ‘차가운 밤에’를 부르던 순간, “노래 좋다”는 말과 함께 앨범에 실린 곡인지에 대한 질문이 돌아왔다. 지난 1월에 텐아시아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레오는 “멤버들과 같이 불러 보고 싶은 노래, 트렌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노래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레오의 노래는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콘서트를 위해 라비와 혁이 단합해서 만들었다는 ‘메모리(Memory)’ 역시 히트였다. 라비의 감성적인 중저음랩과 함께 혁의 자연스러운 가성은 물론, 놀라울 정도로 성장한 보컬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생겼는데 춤도 잘 춰.”
엔과 홍빈의 ‘톡식(Toxic)’ 댄스 무대는 공연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사실, 이날 공연장에는 빅스의 팬이 아닌 무리가 몇 발견 되었는데, 옆 좌석에 앉은 일반인들 역시 둘의 퍼포먼스에 엄청난 함성을 내질렀다. “그래, 이거지!”하며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어가던 이들과 옆에서 “와…” 외마디 감탄사만 내뱉던 이 사이에서 흥미롭게 무대를 지켜볼 수 있었다. 엔과 홍빈은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 덕분인지 감정 표출에 대한 감각을 얼굴과 몸 전체에 익힌 듯했다. 퍼포먼스 마지막에 두 사람이 밀착해 선보인 아련하면서도 섹시한 표정은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수 있을 만했다.



“야광봉 사서 들어올걸…”
좌석 앞에 붙어 있던 안내문에 따라 ‘빅스라서 고마워’ 플래 카드를 드는 이벤트까지 하고 나니 “야광봉이라도 하나 살걸…” 하는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그러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후반부 무대부턴 안내문 종이를 돌돌 말아 막대 모양으로 만들어 흔들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에서 빅스는 콘셉트돌로서의 강렬한 이미지, 섹시한 남성미, 부드럽고 큐트한 모습 등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 다채로운 공연을 완성했다. 이런 빅스의 매력이 통해서였을까. 앵콜 공연이 다 끝나고, 쉴 새 없이 달린 빅스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뜨거운 토요일이었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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