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비스트

“해외에 수출할 독자적인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야 합니다.”그룹 비스트의 손동운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 라디오공개홀에서 열린 한류 컨퍼런스 ‘한류, 새로운 지평을 향하여(Korean Wave : Toward the Next Chapter)’에 연사로 참석했다. 손동운은 ‘K-POP 스타, 내가 본 한류 현장’을 주제로 앞으로 한류가 오래 갈 수 있는 방안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영상 플랫폼 사업자, 외교부 담당자 등 각계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 사이에서 손동운의 강연이 눈길을 끈 이유는 그가 아시아 각국은 물론 남미까지 월드투어를 했던 경험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이 강연의 원고는 기획사의 도움없이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

손동운이 속한 비스트는 최근 미니 6집음반 ‘굿럭’으로 KBS2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등의 가요 프로그램에서 무려 11관왕을 차지했다. 데뷔 6년차를 맞은 비스트는 ‘한류 3.0′ 시대를 연 아이돌이지만, 사실 지난해에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개인 활동으로 국내 활동 성적이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멤버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이번 앨범에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사실 비스트가 여타 그룹들 사이에서 국내와 해외에서 이미 굳건한 팬덤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회장의 공이 크다. 비스트의 데뷔 초만 해도 ‘재활용 그룹’이라는 시선이 따라 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양요섭 용준형 손동운 윤두준 장현승 이기광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때로는 채찍질로, 때로는 당근으로 보듬어갔기에 ‘비스트’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원석 상태의 각 멤버들을 재발견해 보석으로 깎아 놓았다고나 할까.홍 회장은 비스트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당시 가장 늦게 퇴근하며, 기획사의 연습실, 회의실, 사무실을 한 차례씩 직접 돌아보며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SM YG JYP와 달리, ‘매니저 출신’이 수장으로서, 빅3를 위협할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요계 매니저들은 힘을 얻곤 한다.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홍가’(홍 회장의 별명) 형이 잘 되어야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있었다.

1990년대 가수 이예린의 매니지먼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홍 회장은 JYP의 대표로, 비와 세계 구석구석 다닐 때에도 어느 현장에나 있었다. 비가 KBS 2 ‘풀하우스’를 인천에서 촬영할 당시, 기자와 함께 동행하면서도 차에서는 자신이 예전에 매니저로 활동했던 가수 박기영의 신곡 모니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회장
비스트의 이번 앨범은 비스트가 해외활동에만 강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사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국내외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외활동과 국내 활동의 균형을 잡는 일은 어느 기획사나 딜레마다. 해외활동에 치중할 경우 국내 시장에 공백이 생겨 팬덤의 불만을 사기 일쑤인데, 국내 시장을 등한시할 경우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에서도 ‘장기 집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스트는 2011년 일찌감치 남미 공연까지 접수했다. K-pop 기획사 최초로 남미 공연을 성사한 큐브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남미 시장은 이미 10년전 안재욱과 같은 한류 1.0 세대들도 요청이 왔던 곳이다. 하지만 현지 상황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섣불리 나서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면서 그 보다 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홍 회장은, ‘한류 3.0′ 바람이 불기 전, 이미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매니지먼트 업계의 삼성, LG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역설적으로, 홍 회장은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틈새를 찾아 키워내며 이 업계의 대기업의 꿈을 이뤄갔다. 섹시 걸그룹이 주를 이룰 때에, 순수한 이미지를 내세운 에이핑크로 걸그룹 전쟁에 패권을 쥔 에이큐브 역시 큐브 계열이다.

큐브가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71%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대의 SM, YG에 이어 세번째 성적이다. 데뷔 초기 외면당했던 비스트를 발탁하고, 불모지 남미에 도전했던 그 정신 덕분이 아닐까.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제공.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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