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참가 인증샷, 출발 직전 운동화와 파이팅을 외쳤다
6월1일 일요일,새벽 6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일요일 새벽부터?’라는 마음에 불안해하며 받았더니 시끌벅적한 음악소리 속에 정준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날 MBC ‘무한도전’의 ‘선택2014′편을 시청했기에 더 반가운 목소리다. 아침부터 정준하의 전화를 받게된 것은 바로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 주최 마라톤 축제, 2014 뉴레이스 서울(NEW RACE SEOUL) 때문이다. MC인 정준하의 목소리가 녹음된 모닝콜이 2만여 참가자들의 아침을 깨운 것이다.뉴발란스를 비롯해, 아디다스나 나이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는 매년 이색적인 마라톤을 개최한다. 2년 전부터 마라톤에 취미를 붙인 기자는 올해는 지난 3월 열린 2014 아디다스 마라톤에도 참가했으니, 올해 두 번째 마라톤 참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당일 아침은 심한 내적 갈등을 경험한다. 마라톤을 향한 의지를 되묻고 되묻는다. 완주 이후의 쾌감과 성취감을 미리 가늠해보며 자신을 깨운다. 경험에 따르면, 주변 지인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자신을 향한 10번의 질문보다는 더 도움이 된다. 여하튼, 이날은 정준하의 모닝콜도 꽤 큰 도움이 됐다.
정준하는 완주했다. 그 외에도 박수진, 최정윤, 신봉선, 연미주, 지헤라, 션 등이 완주했다
7시20분께 잠실 경기장에 도착하니, 형광색 브랜드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벌써 꽤 도착해있었다. 평소라면 아직도 침대 안에 있을 시간, 이렇게 많은 이들이 달리기 위해 꿈틀대는 모습은 확실히 자극이 된다. 7시30분, 준비 운동이 시작된다. MC 정준하가 참가자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터진다. 정준하는 화제가 된 ‘무한도전’의 ‘선택2014′편을 언급하며 “생각보다 더 많이 참가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여러분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아 아쉬웠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31일 공개된 ‘무한도전’의 ‘선택2014′편에는 유재석이 차세대 리더로 당선됐고, 정준하는 일찌감치 단일화를 결정해 다른 후보 하하를 지지했었다. 비록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는 되지 못했으나, 이날 마라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그는 리더 중에 리더였다.정준하는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번 2014 뉴레이스 서울은 지난 4월 20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로 인해 연기 결정을 내렸다. 숙연한 분위기가 참가자들의 열기를 잠시 식혔다.10분여의 간단한 준비운동까지 마치고 마침내 오전 8시, 참가자들이 출발선으로 향했다. 정확하게 8시 첫 팀이 출발하고, 기자가 속한 두 번째 팀은 8시 10분에 출발했다. 총 10km. 잠실 운동장 외부를 벗어나 신천 역을 지나 잠실대교 북단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다. 풀코스, 하프 15km, 10km 부문이 모두 있는 아디다스 마라톤과 달리 뉴발란스의 마라톤에는 10km부문만 있다. 마라톤 초보가 체험하기에는 뉴발란스 마라톤이 더 좋다. 참가자 수도 적당하고, 거의 평지로만 이루어진 코스도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에는 기록보다는 완주나 참가 그 자체에 의의를 둔 이들이 더 많은 듯 보였고 그래서 분위기는 더 경쾌했다.
그렇지만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더위였다. 6월의 첫 날은 아침부터 햇살이 꽤 강렬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힘들 정도의 이상기온 속에 10km 완주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자 역시 1시간 안에 10km를 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참여했지만, 3km를 달려 간 시점 이미 목표실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뛰다가 걷다가의 반복 속에 어느 새 반환점이 눈 앞에 있다. 벌써 반환점을 돌아 달리는 참가자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의욕을 붙태워 달린다. 그러나 어느 마라톤이나 그렇듯, ‘이놈의 반환점’이란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힘들어 하는 순간, 션이 유모차를 (한 손으로!) 끌고 반환점을 돌아 달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를 향한 박수가 터졌고, 션은 여유있게 달려나갔다.
잠실 종합운동장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출발하여 잠실대교북단을 건너 돌아오는 도심을 달리는 레이스
그리고 마침내 중간지점 도착. 마라톤의 묘미는 역시 ‘반환점 돌기’에 있다. 반환점을 돌아 달리면 아직(?)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참가자들의 얼굴을 마주보며 달리게 되는데,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하나. 이렇게 서울 시내 도로 한 복판을 달린다는 점은 뉴발란스 마라톤만의 매력이다. 곳곳에서 시민들이 응원을 보낸다. 참가자들끼리도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완주를 목표로 달려나간다. 경쟁 상대이며 동시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료처럼 느껴진다. 늘 봐오던 서울의 익숙한 광경이 낯설고도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한다.7km 지점. 기자보다 늦게 출발한 팀에 속했던 MC 정준하가 뒤에서 달려오며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거짓말처럼 지쳐있던 참가자들이 힘을 내 정준하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는 도착점을 향해 달리고 달린다. 10km, 1시간 6분이 최고기록인 기자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30분 이상 달릴 때 느끼는 도취감, 쾌감을 뜻하며 마리화나를 피울 때와 똑같은 쾌감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를 언급하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적어도 달리는 것이 걷는 것보다 덜 힘들다 여겨지는 것이 러너스 하이는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 여기서부터다. 뛰는 것을 멈추고 걷게 되면 갑자기 숨이 차오르고 가슴도 아프다. 하지만 계속 달리면 다리와 상체가 분리라도 된 듯, 유체이탈을 한 듯한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그렇게 나름의 러너스 하이 속에 완주 성공! 1시간 10분을 넘겨버려 기록 단축은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지만, 완주 이후 곳곳에 주저앉아 주최 측에서 나눠준 간식을 먹는 이 순간의 쾌감이란! 참가한 모든 이들의 표정에 서린 뿌듯함을 공유하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게 마라톤에 점점 중독되어 간다. 이번에는 완주에 만족해야했지만, 다음 마라톤에서는 ‘꼭! 기필코!’ 기록 단축의 목표도 이룰 것이라 마음 먹어 본다.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평범하게 늦잠을 자던 일요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라톤 참가로 인해 ‘파이팅!있게’ 2014년 하반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뉴발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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