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밀회’ 방송 화면 캡처
JTBC ‘밀회’ 마지막 회 2014년 5월 13일 오후 9시 50분다섯 줄 요약
인겸(장현성)과 손을 잡고서 확실하게 세를 굳힌 혜원(김희애)은 서 회장(김용건) 일가를 발밑에 두려 비자금 장부를 놓고 인겸과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혜원이 다시 돈에, 권력에 기대는 모습을 봐야 하는 선재(유아인)는 가슴이 아프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시달린다. 선재와 학교를 그만두기로 한 친구들과 5중주를 연주를 마친 뒤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되고 구속된 혜원은 교도소로 향한다.리뷰
‘밀회(密會)’는 ‘밀애(密愛)’가 아니었다. 혜원이 모든 걸 내려놓은 순간 정말 밀회를 즐기고 있던 이들이 누구인지는 명확해졌다. 돈과 명예에 눈이 먼 서 회장 일가와 서한 음대의 주변인들은 위기를 기회 삼아 새 판을 짜기 위해 분주했다.
쉴 새 없이 그들만의 밀회를 즐기던 이들의 입에서 튀어 나온 공통의 단어는 바로 혜원. 결국, 자신을 ‘노비’라 칭하며 이중, 삼중 첩자 노릇을 해왔던 혜원이었으나 정작 내 편이 절실했던 시점에는 모두가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불분명하게 그려졌던 피아가 또렷이 식별됐던 순간, ‘밀회’가 그리려 한 상류층의 너저분한 허위의식도 그 추한 몸체를 드러냈다.
어쩌면 혜원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불우했던 삶은 혜원에게서 꿈과 사랑의 앗아갔고 혜원은 그 틈새를 돈과 명예를 통해 억지로 채워 넣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선재를 만난 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헌신적인 태도로 한결 같은 사랑을 주는 선재가 그녀의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키자 비로소 혜원은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그 자유는 혜원에게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게 하는, 한 마디로 ‘진짜 어른’이 될 기회를 제공했고 혜원은 두말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혜원이 사람들을 좌지우지할 카드를 쥐고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며 교도소로 향한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그래서일까. ‘세상의 시선’이라는 이름의 심판대에 선 혜원의 마지막 변론은 어떤 미사여구가 동원된 말보다도 진실했고 울림이 컸다. 살아온 날들과 비교하면 찰나와 같았던 선재와의 만남은 혜원을 홀로 서게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에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너무나도 늦게 혜원을 찾아온 그 깨달음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에 먹먹한 무언가를 남겼다.
선재는 떠나지 않았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을지라도 혜원은 “나를 잊어도 된다”는 말로 또 다시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지만, 선재는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같이 살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혜원의 두려움마저 감싸 안았다.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말보다는 현실적이었던 그 말이 더 판타지처럼 느껴졌던 건, 한 마디씩 주고받는 이들의 마음속에 담긴 신뢰와 따뜻함이 여실히 묻어났기 때문이리라.
혜원은 모든 걸을 내려놓았고, 선재는 그런 혜원을 기다리며 집을 비워놓겠다고 말했다. 교도소에 가서야 두 발을 뻗고 잠들 수 있게 된 혜원은 쥐 파먹은 듯 잘린 머리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연인을 만났고 교도소 철창 안쪽에서 앉아서야 넓은 하늘과 그 너머에 기다리는 밝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마음과 마음이 교차했던 이들의 ‘밀회’, 짧았던 만남은 끝났지만 곧 “다녀올게요”라는 말과 함께 닫힌 선재네 집 문이 다시 열릴 것만 같은 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
수다 포인트
- 푸근하게 미소 짓는 조인서(박종훈) 교수님은 마치 비리로 혼탁해진 서한 음대에 싹 틔운 정화식물 같군요.
- 올라프 강의 중독성 강한 찌질 연기도 이젠 볼 수 없는 건가요. 영화 ‘인간중독’ 꼭 보러 갈게요!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JTBC ‘밀회’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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