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뉴스룸’ 에서 앵커 윌 매커보이(사진)와 프로듀서 맥킨지는 확인되지 않은 사망 사건을 보도하지 않으려 맞서 싸워야 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 보도와 관련, 언론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오늘의 언론은 속보 경쟁과 자극적인 보도 일색이다. 방송은 사건 현장의 자극적인 풍경을 보여주라 시간을 할애하고, 인터넷 언론 역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놓느라 바쁘다. 언론인의 사명도, 인간의 존엄도 없다. 언론의 윤리가 무너져 내렸다. 언론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자, 인터넷에는 온갖 음모론, 근거없는 낭설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의 근거들을 잃은 이들은 또 다시 우왕좌왕하며 분노하기 시작한다.이런 세태는 그러나 우리나라만의 풍경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 제작자이자 각본가 아론 소킨이 만든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도 비슷한 세태를 비판한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미국의 가상 케이블채널 ACN의 보도국을 배경으로 앵커 윌 매커보이와 프로듀서 맥켄지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뉴스’를 전하겠다는 포부 속에 ‘뉴스나이트 2.0′의 문을 연 ‘뉴스룸 ‘속 인물들은 시작부터 크나큰 암초를 만난다. 떨어지는 시청률과 방송국 상부와 함께 사업을 하는 의회에 대한 칼질을 멈추라는 압박이다.

시즌1의 에피소드3에서 보도국장 찰리 스키너는 선봉에서 그 압박과 맞선다. 방송국 상부에서는 찰리에게 윌과 맥킨지 팀의 뉴스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타임광장 폭탄사건을 언급한다. “이 사건은 사람들 관심을 끄는 소재인만큼 충분히 활용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게 뉴스의 기본”이라고 말한다.찰리는 “인위적으로 폭발 위협을 과장하는 것이 뉴스의 기본이냐”라고 되묻는다. 이들은 찰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타 채널의 보도방식을 나열한다. “CBS케이티는 타임광장에서 오프닝을 시작한 반면에 ‘뉴스나이트 2.0′에서는 3분20초만 할애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무 걱정할 것도 없고, 덧붙여서 경찰에 신고한 사람 중에 한 명이 이슬람교인이라고 밝혔죠. 다들 진짜 위협이라고 하는데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 같다”라고도 한다.

미드 ‘뉴스룸’ 의 모든 이들은 사명과 정의, 충성을 가지고 임한다 다른 가치는 개입하지 않는다

팩트와는 관계 없이 폭탄 사건을 테러 그리고 이슬람과 연관시켜 과장 보도하면 폭발적인 시청률을 끌 수 있는데, 윌과 맥킨지 팀이 테러와 연관을 시키지도 않고, 도리어 신고한 사람이 이슬람교인이라고 보도해 시청률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찰리가 헛웃음을 지으며 “언론리뷰에서는 우리가 타임광장 폭탄 사건을 잘 다뤘다고 칭찬했다”고 맞서자, 방송국 측은 “거기에 우리 광고주가 있나요?”라고 비아냥거린다.에피소드4에서 윌과 맥킨지는 아리조나 하원의원 가브리엘 기포드가 행사 도중 총격을 당한 속보를 다룬다. 라디오 채널에서 기포드 의원이 사망했다고 보도하자, FOX, CNN 등 다른 채널들도 일제히 이 채널을 인용해 그녀의 사망을 헤드라인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확인이 되지 않은 사실. 맥킨지는 “공식적인 확인을 받기 전에는 사망 뉴스를 절대 안 내보낼 거야”라고 말한다. 방송국 상부에서는 뉴스룸까지 내려와 협박한다. “네가 현재 흐름을 못 따라가면 매 초마다 천 명이 채널을 변경해, 그게 네가 일하는 바닥이야. 다 죽었다잖아!”라고 윌을 향해 소리지른다. 또 다른 프로듀서 돈이 “사람 목숨이에요. 뉴스가 아니라 의사가 결정하는 거죠”라고 맞선다.

정적이 흐르고, 윌이 다시 생방송에 들어간다. 윌은 사망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다. 그때 보도국 직원 매기가 소리지른다. “그녀는 살아있어요!”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재난과 관련된 보도에서 사고 현장의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실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의 언론은 사실 전달에 있어 ‘신속’과 ‘자극’의 가치가 ‘정확’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다보니 확인되지 않은 낭설을 퍼나르는 일을 때로는 언론이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아 신음하는 이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가상의 공간에서 윌과 맥킨지 팀, 그리고 찰리가 고군분투하며 지켜내려는 가치를 우리 현실에서는 지켜낼 수 없는 것일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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