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누구보다 평범한 소녀 한공주(천우희). 음악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고,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신 웃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공주는 다행히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와 노래를 통해 삶의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어른들의 욕심은 공주의 바람을 앗아간다. 삶의 희망과 절망의 기로에 놓은 공주의 선택은 영화의 끝을 알린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공주’를 논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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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 맞다. 한공주는 잘못한 게 없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한공주의 이 말 한마디는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니 영화를 보고 난 한참 후에도 가슴 속에 맴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집 중인 트로피나 마틴 스콜세지 감독 등 유명인들이 극찬 소식,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럴만한 자격이 넘치는 작품이다. 이제 겨우 4월이지만, 2014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사실 한공주는 의문투성이다.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춰내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리송하다. 여느 여고생과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한다. 흥겹게 노래를 하다가도 갑자기 신경질이다. 한공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영화에 훅 빠져들게 만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공주가 당한 끔찍한 사건에 이르렀을 때, 그 충격파는 굉장하다. 소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다면, 더할 것으로 보인다.

‘한공주’가 주목 받는 이유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학원 성폭행을 그린 작품은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 분노와 공분을 끌어 올렸고, 가해자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에게 사적복수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한공주’는 피해자를 담아낸다. 끔찍한 일을 당한 후 ‘현재’의 모습에 집중하면서 과거의 일을 한 꺼풀씩 벗겨간다. 희망을 품으려는 여고생의 노력은 마음을 들쑤신다. 미안하고, 짠한 마음뿐이다. 펑펑 울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없다. 여운이 짙다.

잘못한 게 없는 한공주가 오히려 죄인마냥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이유,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다. 한공주를 보살피고, 보호해야 할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한공주의 마음 따윈 안중에도 없는 짐승들이다. 한공주의 웃음과 담담한 어투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한순간의 분노보다 한공주를 생각하는 마음이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게 감독의 의도처럼 느껴진다. 그래야 또 다른 한공주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천우희의 연기는 놀랍다. 실제 한공주인 것 마냥 감정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토해냈다. 한공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꼭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천우희가 전한 감정에 대한 응답이다. 은희 역의 정인선과 화옥 역의 김소영은 천우희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안정적인 삼각편대의 구성은 밝고 어둠의 균형까지 일궈냈다. 연출 뿐 아니라 캐스팅에서도 이수진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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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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