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정도전’ 23회 2014년 3월 22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정도전(조재현)의 덫은 견고했다. 이인임(박영규)은 그 함정에 걸려들었고, 최영(서인석)은 이인임이 병세를 거짓으로 꾸몄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사면초가에 놓인 이인임은 우왕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최영에게도 가지만 또 거절당한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찾아간 정도전에게서 드디어 자신의 실패를 깨닫게 된다. 이성계(유동근)와 정도전이 같은 편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챈 이인임은 그렇게 역사에게 퇴장한다. ‘거자필반’(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이라는 말을 남겨둔 채.
리뷰
이인임이 몰락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이인임은 이인임이었다. 자신의 실패를 깨달은 그가 내놓은 말은 “내가 졌소!”다. ‘패배에 대한 인정 따위, 나몰라’로 요약되는 지금의 우리 정치판을 생각했을 때 흥미로운 풍광임에 틀림없다. 패배자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게다가 귀양을 떠나는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이라니. ‘거자필반’이라 했던가. ‘그래,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요’를 외친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이인임이 몰락했다. 그렇게 한 시대가 저물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실제로 이번 회에는 그러한 신호를 알리는 단서들이 여럿 등장했다. 먼저 이성계의 행보를 두고 정몽주(임호)와 정도전이 엇갈렸다. 정도전은 자미(글자로 하는 일종의 수수께끼)를 통해 ‘사(史)’라는 글자를 썼다. 백성들의 입(口)에 먹을 것을 넣어준다면 민심(人)이 이성계를 향할 것이라 말하며 이성계에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정몽주는 달랐다. 그가 쓴 글자는 ‘충(忠)’. 이성계에게 고려에 대한 충성을 당부했다. 진한 우정을 나눴지만, 이상이 달랐던 정도전과 정몽주가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또 하나의 단서는 이방원(안재모)과 정도전의 대화에서 발견됐다. 이성계는 정도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고려에 대한 충성을 택하겠다고 했다. 이를 몰래 지켜보던 이방원은 정도전에게 “아버지 이성계 마음속에는 이미 대업이 존재하고 있으니 더 강하게 설득해 달라”고 말하며 미래의 왕다운(?) 야심을 드러냈다. 그런 이방원에게 정도전은 “오늘 들은 것은 가슴에 묻어두어야 할 것이다. 함부로 발설했다가는 내가 너를 벨 것이다”라고 경고하지만, 그런 정도전의 말이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를 역사가 이미 알려주고 있으니, 흥미로웠다 하겠다.
이인임이 몰락했다. 그의 퇴장과 함께 제2막으로 들어 선 ‘정도전’은 앞으로 우리가 보다 잘 알고 있는 역사의 시대를 그려나갈 것이다. 당장 요동 정벌을 둘러싼 최영과 정몽주의 갈등이 기다린다. 이후 이방원과 정도전의 갈등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의 시기로 돌입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시청자들의 평가가 더 엄격해 짐을 뜻하기도 한다. 그동안 정통사극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온 ‘정도전’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시기를 다뤘기에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웠던 장점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 될 시기는 시청자들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민감하게 알고 있는 시대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 조율을 제작진이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수다 포인트
- 정도전 왈. “멀쩡한 정신머리로 살아지는 세상이 아니다!” 아이고, 그 세상은 바뀌지 않더이다.
- 회자정리, 거자필반! 올해 대입 수능에 나올 것으로 아뢰요!! 수험생들 잊지 마세요.
- 이인임. 당신을 미워할 수 없었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정도전’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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