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1회 방송화면 캡처 김유미, 유진, 최정윤(맨 위부터)

지난 6일 첫 전파를 탄 종합편성채널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사수’)는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서른아홉의 세 여자의 삶을 보여주며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핑크빛 미래를 꿈꾸던 스물아홉 살 여자들의 기대는 10년이 지난 지금 타인에 대한 실망과 불확실성으로 탈바꿈해 그녀들의 인생을 파고들었고, 그 현실과 접점 높은 이야기에 시청자의 마음은 움직였다.

# 서른아홉 캔디, 윤정완(유진)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첫 번째 여자는 윤정완이다. 빚보증에 이혼한 뒤 착한 아들 한태극(전준혁)과 나이가 먹고 늘어난 건 잔소리뿐인 엄마 정순옥(김혜옥)와 함께 사는 정완. 그녀의 삶은 ‘캔디’가 따로 없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지만, ‘이혼녀’라는 수식에 남자들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빈번히 발생하고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벌지만, 아들 하나 제대로 챙길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를 지치게 한다.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윤정완 역을 맡은 유진

‘우사수’를 통해 윤정완 역을 만난 유진은 모처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은 입은 듯 ‘귀여운 억척녀’로 캐릭터를 풀어내며 주연 배우로서 가볍지 않은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힘든 세상살이에 느는 건 술뿐이지만, 아이의 한 마디에 다시 무릎에 힘을 넣고 꿋꿋이 나아가는 당찬 여성의 모습은 결혼과 함께 배우로서, 여자로서 성숙해진 유진의 내면을 돋보이게 했다.# 사랑 빼고는 다 가진 ‘속 빈 성공녀’, 김선미(김유미)

정완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생활의 무게’ 때문이라면, 선미가 힘겨운 이유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었다. 누구보다도 화려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성공한 여자이지만, 그녀의 곁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함에 몰려든 ‘불나방’과 같은 남자들뿐이었다. 한 살 두 살 늘어만 가는 나이에, 믿었던 남자는 자신을 ‘할매’라고 부르니 삶이 즐거울 리 없다.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김선미 역을 맡은 김유미
처절한 외로움에 잠긴 선미의 슬픔은 수영장 속 눈물신으로 극대화됐다. 바로 코앞에서 자신을 욕하고 있는 남자 조피디(김사권)의 모습이 보이지만,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당당히 따질 수도 없는, 쏟아지는 눈물조차 수영장 물속에 조용히 흘려보낸 그녀의 모습에서는 생활감 진하게 묻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생활 속에 녹아든 김유미는 그렇게 농익은 연기력으로 미혼 여성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 ‘인형의 집’ 노라, 권지현(최정윤)

어딘가 초점이 나가 있는 듯한 지현의 얼굴을 보자 문뜩 ‘인형의 집’ 속 노라가 떠올랐다. 남들은 떠받드는 투자 회사 대표인 남편 이규식(남성진)과 궁궐 같은 집도 그녀의 마음의 갈증은 채워 줄 수 없는 듯, 그녀는 항상 만들어진 웃음과 적당한 가식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남지현 역을 맡은 최정윤

그런 지현의 시선이 멈췄던 단 한 번의 순간은 옛 연인 안도영(김성수)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이다. 초점을 잃었던 눈빛이 도영을 발견한 뒤 서서히 젖어드는 모습은 브라운관 너머까지 지현의 삶의 무게감을 전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어느덧 눈빛만으로도 캐릭터의 지난 감정을 압축적으로 전할 수 있게 된 최정윤의 재발견도 ‘우사수’에 또 다른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결국, 세 여자는 각각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되고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되겠지만, 첫 방송을 마친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는 그런 틀에 박힌 결말보다도 그 과정에 시청자들이 집중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외로움에, 지난 사랑에, 생활의 무게에 지치고 상처받은 그녀들이기에 마지막에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이 정도면 그녀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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